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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트럼프 변수 어찌해야 하나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북한이 핵 개발을 시작하여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과시하기 까지 미국의 대응은 강온 양쪽을 오갔으나, 그 진폭은 일정범위 내였다. 트럼프 이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트럼프 이후에는 이 한계가 무너졌다. 화염과 분노 운운하며 군사행동 불사로 가다가 180도 선회하여 북미 정상회담을 즉석수락한 일, 그 회담에서 북한입장에 경도된 성명에 서명한 일, 연합훈련 중단과 철군을 즉흥적으로 언급한 일 모두가 트럼프라서 생긴 파격이었다.
 
이제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난다. 년 초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제언한 이래 상황은 급진전하고 있다. 준비에 따라 정상회담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부터 정하고 준비를 하는 역순이다. 싱가포르 방식이다. 김정은이 트럼프만이 말이 통하는 상대라고 보고 이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의 접근이 싱가포르와 유사하다면, 이번에 싱가포르와 다른 결과가 나올지 여부는 트럼프에 달렸다고 봐야한다. 그러므로 현 국면에서 트럼프 보다 중요한 변수는 없다. 지금 트럼프 변수를 논의하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먼저 트럼프 변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부터 살펴보자. 첫째, 그의 특이한 성격이다. 에고가 강한 그는 자신의 판단력과 협상력을 확신한다. 그러면서 승리주의 성과주의 포퓰리즘을 추구한다. 자연히 즉흥적이고 불가측한 결정이 나온다. 둘째, 그가 표방하는 미국우선 정책이다. 그는 미국의 상업적 이익에 집착한다. 2차 대전 이래 미국 지도층이 중시해오던 국제책임이나 동맹은 경시한다.
 
셋째, 그의 정치적 곤경이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연루여부를 수사하는 뮬러 특검이 그를 겨냥하고 있다.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은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뉴욕지검도 사업 비리를 캐고 있다. 이 세 요소가 맞물려 그간의 트럼프 행보가 나왔다. 그것은 가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드러냈다. 고정관념을 넘는 파격을 통해 해결사의 면모를 보인 점은 가능성이다. 예측불가한 행동과 아전인수식 해석은 리스크다.
 
작년까지는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신중한 참모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러나 매티스 국방장관을 끝으로 대부분이 떠났다. 트럼프 변수가 작동되는 내적 외적 여건이 이런 가운데, 그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다. 그의 행보에 따라 비핵 평화의 향배가 갈린다. 결정적 국면에서 그가 우리의 협상대표인 셈이다. 싱가포르를 기억한다면 리스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경계해야할 시나리오를 짚어 보자. 우선 트럼프가 지나친 양보를 할 경우다. 미국 이해 위주로 타협하고 동맹의 이익을 내주는 시나리오다. 미군감축이나 전략자산, 군사훈련에 대한 양보가 이에 속한다. 다른 시나리오는 작은 조치를 교환해 놓고 대성공으로 포장하는 경우다. 그러면 난제는 실무협상으로 넘어간다. 실무급에서 난제가 풀리기 어렵고 정상회담을 또 하기도 어렵다. 교착상태가 온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교착상태 와중에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손상되는 경우다. 특검의 조사, 민주당 하원의 공세, 공화당 일각의 이반과 탄핵과정이 타격을 줄 수 있다. 대북 협상동력은 약화되고 강경론이 대두된다. 그러면 북한은 과거 패턴대로 미국대선을 기다리며 도발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한국에서는 협상성과에 대한 논란이 격화될 것이다. 그 때 한국은 총선 열기 속에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한다. 그러려면 첫째, 트럼프에 대한 낙관을 조정해야 한다. 우리 내부에는 트럼프가 벌이는 이벤트를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의 행보에 리스크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둘째, 트럼프를 고무할 부분과 만류할 부분을 변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러려면 우선 우리의 주문사항과 마지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판단과 대처가 쉽다. 셋째,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우리 국익을 트럼프가 협상하므로 그에게 주문사항과 마지노선을 전해야한다. 김정은은 시진핑과 조율을 마쳤다. 그 시점에 한미 공조 분위기를 해치는 일을 삼가야함은 물론이다. 넷째, 정상회담 이후에는 트럼프의 입지나 관심이 저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 후속협상이 교착되면, 그는 더 이상 안 나서고 외교안보 라인의 강경선회를 용인할 수 있다.
 
다섯째,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하려면 트럼프 이외의 강성관료, 공화당, 민주당과도 중층적인 채널을 운용해야 한다. 그간 우리는 협상에 호의적인 트럼프에게 주로 의존해왔다. 강경파는 멀리했다. 이제 트럼프가 안 나설 경우에 대비해 그물을 넓게 쳐야 한다. 요컨대 트럼프 변수에 따라 비핵 평화 협상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 그 변수의 진폭은 크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가능성은 활용하되 리스크는 줄이는 대책을 서둘러야한다. 결정적 국면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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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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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