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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는 다르지만…드루킹 vs 국정원 ‘무엇을’은 닮은꼴

선거 여론조작 데자뷔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52)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에 이르게 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두고 ‘데자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과 판박이란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선 드루킹 사건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연결 짓는 것을 경계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박근혜 정부를 4년 내내 괴롭혔던 것처럼 드루킹 사건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사건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드러난 사실로 비교하면 두 사건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우선 댓글 조작이 이뤄진 시기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다. 국정원의 댓글 조작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뤄졌다. 이 기간에 지방선거(2010년)와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 대선(2012년 12월)이 있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주축이 돼 391개의 트위터 ID를 이용해 28만8926건의 댓글작업을 벌였다. 기사에 공감이나 비공감을 눌러 여론을 조작한 경우는 1200여 차례였다. 국정원 사건의 여론 조작 활동에는 간단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활용되긴 했지만 주로 사람이 일일이 댓글을 다는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70명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외곽팀 3500여 명이 가담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이 벌인 댓글 조작 시기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다. 김씨 등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인터넷 포털 ID 600여 개를 활용했다. 주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총 7만6083개의 주요 포털 기사의 댓글 118만8866개에 8840만1214회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했다. 여기에는 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이 동원됐다. 20~30명의 비교적 적은 운용인원으로 방대한 댓글 작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킹크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된 것도 닮은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013년 4월에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발탁돼 2009년부터 4년 동안 국정원장을 지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시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시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댓글 조작 최종 지시자로 보고, 그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4년 9월부터 4년에 걸친 다섯 번의 재판 끝에 지난해 4월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담은 국정원 내부 문건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물증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원 전 원장은 ‘전 부서장회의 지시·강조말씀’을 통해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부터 2012년 총선, 대선 때까지 22차례 정치 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수 지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수행팀장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하고 이후 댓글 조작에도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댓글 조작으로) 직접 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피고인(김 지사)을 포함해 민주당과 소속 정치인”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로 쓰인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했을 때다. 재판부는 이때 김 지사가 킹크랩 초기 버전 시연을 봤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결정적 물증은 김 지사와 김씨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다. 재판부는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2016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년6개월간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전송한 댓글작업 기사수는 8만 건”이라며 “피고인이 매일 확인했거나 적어도 하루에 어느 정도 댓글 작업이 이뤄지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차이는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국가기관이 동원된 반면 드루킹 사건의 주체는 민간인이었다는 점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일탈행위로 드러나 충격이 컸다. 이 때문에 두 사건에 적용된 혐의에는 차이가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에게는 국정원법상 불법 정치관여죄,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적용됐다. 드루킹 사건의 경우는 ‘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건을 판박이로 보는 건 여론을 조작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본질적인 공통점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은 국가기관에 준하는 공공성이 있고, 더구나 김 지사의 경우 그 자체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신분으로 사건에 가담했기 때문에 두 사건의 차이를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드루킹 사건 재판부가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에 이례적인 실형을 선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지사의 행위는 단순한 포털서비스 업무방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으며, 유권자들의 판단 과정에 개입해 정치적 결정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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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