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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도 있나요?"… 설 특수에도 외면받는 '제로 페이'

제로 페이 시범 서비스 첫 날인 지난달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제로 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로 페이 시범 서비스 첫 날인 지난달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제로 페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로 페이? 그런 것도 있나요?”

서울 재래시장 가게 20곳 중 1곳 "제로 페이 거래해봤다"
소상공인 혜택 적고, 소비자 불편 '설익은 정책' 지적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상윤(48) 씨에게 ‘제로 페이’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김씨가 고기를 손질하는 1시간여 동안 들른 손님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드물게 신용카드를 쓰는 손님도 있었다. 김씨는 “서울시에서 제로 페이를 시행한다는 뉴스를 본 것 같긴 하다”며 “어떻게 결제하는지, 무엇이 좋은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 뿐 아니라 광장시장 곳곳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본지가 설 특수를 맞은 지난달 31일~2월 1일 이틀간 서울 광장ㆍ망원ㆍ남대문시장의 옷가게ㆍ식료품점ㆍ잡화점ㆍ식당 등 20곳의 제로 페이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제로 페이로 실제 거래해 본 경험이 있는 가게는 1곳으로 나타났다. 제로 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제로(0%)로 낮추겠다"며 밀어붙인 사업이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서비스에 들어간지 한달이 지났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사거리에 걸려있는 제로페이 홍보 현수막. 윤상언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사거리에 걸려있는 제로페이 홍보 현수막. 윤상언 기자

본지가 들른 재래시장 3곳은 설 차례상 준비로 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제로 페이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수수료가 제로(0%)라서가 아니라 사용자가 제로(0명)라서 제로 페이’란 지적 그대로였다. 마포구 망원시장은 그나마 가끔씩 제로 페이 가맹 스티커를 가게에 붙여놓은 가게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광장ㆍ남대문시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점포마다 붙어있는 온누리 상품권 홍보 스티커와 대조적이었다.
 
상인들 반응이 시큰둥한 건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로 소상공인 부담이 이미 사라진 탓이 크다. 광장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이모(53)씨는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하는데 이미 영세 상인은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줘 수수료 부담이 없다”며 “딱히 혜택도 없는데 굳이 (제로 페이를) 신청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병환(62) 씨는 “며칠 전에서야 서울시에서 제로 페이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갔다”며 “정작 1년 중 제일 바쁜 설 대목에는 제로 페이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 결함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구 남대문시장 식당 주인 박모(55) 씨는 “몇 주 전 제로 페이 결제를 도입했는데 환불이 안 되는 결함을 발견해 못 쓰고 있다”며 “시에서 고치면 연락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로 페이로 거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가게는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떡볶이 가게가 유일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송이(25) 씨는 “한 달 전쯤 도입했는데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 몇 명이 제로 페이로 결제한 적이 있었다”면서도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가게에서 앱을 내려받아 제로 페이로 결제하려던 한 손님이 가입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며 그냥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제로 페이를 쓸 경우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보다 높은 소득공제율(40%)을 적용한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같은 각종 편의 서비스를 감안할 때 제로 페이의 유인책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무엇보다 소비자가 쓰기 불편해서다. 제로 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가게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은행 계좌에 있던 현금이 판매자에게 이체되는 식이다. 비밀번호와 물건 금액까지 입력해야 결제가 완료된다. 망원시장을 방문한 직장인 전유진(30) 씨는 “신용카드나 삼성페이처럼 결제가 편리하거나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귀찮게 앱까지 실행해가면서 제로 페이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소비자가 원하면 소상공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핵심은 소비자가 이용해야 하는 건데 제로 페이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명분밖에 없다”며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 모두에게 실제 이득이 되느냐는 측면에서 설익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낭비도 우려된다. 서울시는 광고 집행과 상인들에게 제공하는 QR키트 제작 등에 이미 30억 원의 추경예산을 집행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는 이와 별도로 가맹점 모집 영업사원인 ‘제로페이 서포터즈’를 고용하는 데 29억 원을 썼다. 서울시와 중기부는 올해에도 각각 38억 원, 60억 원의 제로페이 홍보예산을 잡아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1일 현재까지 제로 페이 가입 의사를 밝힌 시내 가맹점은 약 7만 곳으로 집계됐다. 채명준 서울시 제로 페이 지원팀장은 “재래시장은 현금 결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제로 페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인연합회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제로 페이 활용 점포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ㆍ윤상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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