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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하고 귀여운…남편과 보고 싶은 '인생 후르츠'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1)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100여개에 가까운 작물을 직접 키우며 사는 두 분의 삶은 소위 말하는 '슬로우 라이프'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분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100여개에 가까운 작물을 직접 키우며 사는 두 분의 삶은 소위 말하는 '슬로우 라이프'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분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사진 엣나인필름]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일본의 명배우 ‘키키 키린’의 내레이션이 보는 맛을 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영화에는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등의 책을 통해 일본에서 제일 달곰한 노부부라 불리기도 한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100여개에 가까운 작물을 직접 키우며 사는 두 분의 삶은 소위 말하는 ‘슬로우 라이프’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분은 늘 아침 일찍부터 분주합니다. 필요한 대부분을 스스로 길러내고 소비합니다. 80대의 할머니는 떡이며 빵 하나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내죠.
 
혹자는 할머니는 평생 밥만 하다 시간이 흘렀다 말하기도 했지만 어디에서도 억지스러움이나 불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키키 키린이 영화에서 지속해서 말하고 있는 ‘차근차근 천천히’ 꾸준히 쌓여온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두 분 사이에 가득합니다.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많은 작물 하나하나마다 귀여운 글귀로 채워진 표지판을 만들어 달아둔다. 혼자 남겨질 반려자를 예견한 것처럼 손보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다.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많은 작물 하나하나마다 귀여운 글귀로 채워진 표지판을 만들어 달아둔다. 혼자 남겨질 반려자를 예견한 것처럼 손보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다. [사진 엣나인필름]

 
그 많은 작물 하나하나마다 할아버지는 귀여운 글귀로 채워진 표지판을 만들어 달아둡니다. 할머니를 위한 배려죠. 마치 자신의 반려자가 혼자 남겨질 것을 예견한 것처럼 손 보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작물을 쭉 손본 후 잠시 눈을 붙인 할아버지는 꿈을 꾸듯 편안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에도 할머니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느리지만 그 속의 분주한 삶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이미 30대에 한 도시의 설계를 맡을 만큼 유능했던 츠바타 슈이치는 바람이 통하고 자연이 함께 살아있는 도시를 계획했지만 당시의 분위기에서 뜻한 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과감히 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는 본인이 설계한 도시의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자신이 생각한 바람이 통하고 자연이 살아있는 슬로우 라이프의 삶을 조용히 실행해 나갑니다.
 
내 생각을 알아달라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묵묵히 그저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길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한 건축가와 그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마지막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부부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관계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듯합니다.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영화 내내 90이 넘은 노부부의 삶은 아기자기하고 귀엽기만 하다. 자칫 힘들고 지치기도 할 법한데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탓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 영화 내내 90이 넘은 노부부의 삶은 아기자기하고 귀엽기만 하다. 자칫 힘들고 지치기도 할 법한데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탓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속에서 부부는 내내 자연 안에서 농작물을 일구고 그곳에서 나온 수확물로 식사합니다. 그 시간의 반복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내내 보이는 90이 넘는 노부부의 삶은 아기자기하고 귀엽기만 합니다.
 
자칫 힘들고 지치기도 할 법한데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내가 너 때문에~’ 식으로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부부 사이에 찾아보기 힘듭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남편과도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변화는 있지만 변함이 없는 것이 무엇인지 부부를 보며 떠올리게 됩니다.
 
부부 사이의 대화를 단절하는 여러 가지 가운데 ‘딱따구리 증후군’과 ‘자기 요약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딱따구리 증후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선 도로 두 자동차가 마주칩니다. 어느 한 차량이 물러서야만 통행이 가능한 상황이죠. 하지만 누구도 양보하려 들지 않고 경적만 울려댄다면 어떤가요? 대화하면서 누구도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를 딱따구리 증후군이라 합니다.
 
자기 요약 증후군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만 중요하고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대신 상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끝남과 동시에 자기 말을 쏟아 내는 거죠.
 
이 같은 대화에서는 너와 나는 없고 나만이 존재합니다. 서로를 이기려고만 듭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부부의 대화에서 발견되는 패턴이기도 하죠. 이 같은 대화에서 존중과 배려는 없습니다. 영화 속 노부부의 ‘차근차근, 천천히’는 없는 셈입니다.
 
방송인 강주은의『내가 말해 줄게요』강주은 씨는 책을 통해 남편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책 속에 담아냈다.

방송인 강주은의『내가 말해 줄게요』강주은 씨는 책을 통해 남편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책 속에 담아냈다.

 
배우 최민수의 아내이자 방송인인 강주은 씨는 직접 쓴 『내가 말해 줄게요』를 통해 그만의 소통법을 이야기합니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그는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미스코리아 대회 참여차 한국을 방문하게 되고 거짓말처럼 최민수 씨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낯선 땅 평범하지 않은 남편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책 속에 담아냈습니다.
 
 
실제 방송프로그램에서 나타난 남편, 자녀들과의 대화법이나 소통방식은 여러 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언어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사고방식도 많이 다른 남편과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소통의 방식으로 만화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괴롭거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면 어설프더라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소통이 잘 안 되면 침묵하거나 다투게 되는데 그는 자기 생각을 전달할 방법으로 만화를 생각해 낸 거죠.
 
만화가 여러 개 쌓이면서 그림의 위트나 유머를 남편도 이해하게 되고 소통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같지 않듯 서로만의 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관찰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더불어 소통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 미소 짓는 것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일상에서 마땅히 해야 할 긍정의 표현만 잘 챙겨도 자연스럽게 소통은 시작된다고 전합니다. 이미 알지만 다시 한번 새기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지만, 막히거나 지칠 때는 주변을 살펴보며 길을 찾기도 합니다. 소소한 영화 한 편, 책 한 권이 나와 내 배우자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죠?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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