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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 앞두고 불티나게 팔린 ‘온누리 상품권’…'상품권 깡'도 덩달아 늘었다

전통시장 수요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연합뉴스]

전통시장 수요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최근 이상한 경험을 했다. 상인 한명이 찾아와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해달라며 상품권 수백장을 내밀었는데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나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여러 손님에게 상품권을 받다 보면 으레 섞이기 마련인데 그 상인이 들고 온 건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맞춰져 있는 상품권 수백장이었다. 마치 처음 받아간 것을 그대로 들고 온 모양새였다. 김씨는 “누가 봐도 손님한테 받은 상품권은 아닌 것 같았다”며 “상인들이 지인에게 상품권을 넘겨받은 뒤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율 증가에 ‘상품권 전량 매진’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수요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전국 1400여개의 전통시장과 18만여 개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설 대목을 맞아 기존 5%였던 온누리상품권의 구매 할인율이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한시적으로 10%로 늘어났다.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금액도 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확대됐다.  
 
10% 구매 할인율이 적용됐던 마지막 날(31일), 서울 중구 일대의 은행 문 앞에는 온누리상품권 판매 종료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우림 기자

10% 구매 할인율이 적용됐던 마지막 날(31일), 서울 중구 일대의 은행 문 앞에는 온누리상품권 판매 종료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우림 기자

 
이에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는 14개 은행의 지점에서는 ‘상품권 대란’이 벌어졌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10% 구매 할인율이 적용된 1월 21일부터 마감 하루 전인 30일까지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총 1575억 원어치의 상품권이 팔렸다. 마지막 날인 31일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냐”고 문의하니 “(전국 새마을금고에) 재고가 거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1일 오후 방문한 다른 은행 곳곳에도 “온누리상품권 판매가 종료됐습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상품권 깡’이 뭐길래…상인들 “상품권 대란은 남 얘기”
서울 석촌시장 한 가게에 붙어 있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시 스티커. [연합뉴스]

서울 석촌시장 한 가게에 붙어 있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시 스티커. [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전통 시장의 상인들은 “상품권 대란은 남 얘기”라고 말한다.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의 한 한복가게 주인은 “원래 취지대로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온누리상품권은) 하루에 한장 받을까 말까 하다”고 토로했다. 성북구에 있는 돈암시장의 채소가게 직원 역시 “(온누리상품권이) 많이 안 들어온다”며 “이전 명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상품권 대란이 전통 시장 ‘구매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엔 ‘상품권 깡’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품권 깡’이란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구매해 되파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고 팔려는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상품권을 취급하는 현장에서 전해들은 ‘상품권 깡’의 수법은 크게 3가지다.  
 
교묘해지는 '상품권 깡' 수법들
첫 번째는 상품권을 은행에서 구매해 상품권을 전문으로 사들이는 곳에 되파는 방식이다. 은행에서 1인당 구매 한도만큼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면 50만원어치를 45만원에 살 수 있다. 이를 명동역 근처 구둣방에 47만5000원~48만원 정도에 다시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긴다. 실제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역 지하쇼핑센터에 있는 한 사설 판매소 앞에서는 “지금 당장 이 근처 은행에서 재고 확인하고 7명 서류를 미리 써놔”라는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엄마가 은행에 3살짜리 아이를 데려와 2인 몫으로 100만원어치 상품권을 바꿔가는 경우도 있었다. 상품권을 판매하는 은행 지점의 직원들은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우스갯소리로 ‘명절 온누리충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상인들이 친한 지인들을 이용해 상품권을 대신 구매하게 하는 경우다. 시장 상인과 온누리 상품권 가맹점주들은 상품권을 가지고 은행에 가면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대신 정부 규제에 따라 직접 구입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친한 지인이 45만원에 상품권을 구입해서 상인들에게 건네주면 상인들은 은행으로 가 이를 50만원 현금으로 바꾸는 식으로 5만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세 번째는 전문 ‘꾼’들이 상품권을 매입하는 경우다. ‘상품권 깡’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이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대량으로 사고파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온누리상품권 판매 은행 근처 문구점 사장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돈 줄테니 온누리 상품권 좀 대신 사달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개인이 구매한 상품권을 사설 판매소에서 현금화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규정은 없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인이나 정부로부터 상품권 판매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시장상인회는 ‘상품권 깡’과 같은 불법유통을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우림·권유진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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