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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세계불황…한국 경제체질 바꿀 마지막 기회”

“앞으로 1~2년 후에 세계 불황이 닥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으로 유대 관계가 취약해진 국제 사회는 ‘제2의 글로벌 금융 위기’에 효과적으로 공조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 지정학 전문가 이언 브레머
브렉시트 발효, 미 경제둔화 겹쳐
자국 우선주의로 위기 돌파 한계

중국 IT 쇄국주의로 ‘기술냉전’
서방과 대립 … 부정적 영향 미칠 것

한국, 올해 경제성장 기회 남아
조만간 닥칠 태풍에 잘 대비하길

세계적인 정치·경제 리스크 분석가인 이언 브레머(50)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는 2020년, 2021년쯤 불황이 온다면 국제 사회의 대응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상인 ‘G 제로’, 경제가 개방될수록 사회 안정성이 높아지는 현상인 ‘J-커브’ 등 외교·학술계에서 널리 유용되는 정치·경제 리스크 지표를 제시한, 영향력 있는 분석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중국 시진핑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경착륙을 막아낼 것“이라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은 조만간 중국에 그 역할을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리처드 조프슨]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중국 시진핑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경착륙을 막아낼 것“이라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은 조만간 중국에 그 역할을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리처드 조프슨]

당장 중국 경제 경착륙이 우려된다.
“최근 중국의 각종 소비 지수가 하락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성장 둔화를 막아낼 모든 수단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중단시킬 수 있다. 또 각종 사업 프로젝트에 투입할 자본력 역시 무궁무진하다.”
 
시 주석의 리더십이 앞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제에서인가.
“그렇다. 지난해 연임 제한을 폐지한 시 주석에겐 더 이상 위협 요소가 없다. 문제는 훗날 지도자 승계 체계가 국내외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10년, 혹은 30년 내 중국 지도자 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후계자 승계를 두고 공산당 엘리트 간 충돌이 빚어지는 것이다.”
 
조만간 불황이 닥칠까.
“올핸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별 파장 없이 마무리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또는 2021년쯤 불황이 닥칠 수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자극제가 바닥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추가 감세 여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재정 적자가 심각하게 불어나고 있다.”
 
국제사회 대응력이 왜 떨어지나.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국가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당시 수준의 공조를 앞으로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2020년) 혹은 브렉시트 최종 발효(2021년) 시기쯤 ‘제2의 금융위기’가 벌어질 경우 국제 사회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올해 가장 큰 현안은.
“첨단기술 시장의 변화다. 두 가지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첫째는 글로벌 IT 시장이 중국과 서방으로 나뉘는 것이다. 중국의 폐쇄적인 IT 시장 정책으로 인해 중국과 서방 간 IT 산업 투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IT 시장은 개방적이라는 통념이 무너져내릴 것이다.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 도래하는 것이다.”
 
둘째 변화는 무엇인가.
“서방 국가 안에서 테크래시(Tech-lash·기술과 역풍의 합성어)가 발생할 것이다. (테크래시는 기술 발전이 사회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뜻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 간 정치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 정보를 무단으로 광고주에 넘기는 IT 기업도 늘고 있다. 결국 IT 기술 발전이 서구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꼴이다.”
 
미국의 ‘경제 1인자’ 위치가 확고한데, ‘G 제로’는 여전히 유효한가.
“G 제로는 ‘강대국의 영향력이 쇠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상당수 국가가 강대국을 따르는 대신 자국 이익에 관심을 쏟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주의 대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했다. 일방적인 이란핵협정(JCPOA) 탈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등이 대표적이다. 최강대국의 책임을 저버린 미국에 대중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처럼 자국 중심 일방주의를 표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국은 10년 전 금융 위기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는가.
“미국의 경제 체질은 많이 개선됐다. 구제 금융과 무역 보조 정책 등 정부 당국의 노력 덕분이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혁명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셰일 오일 산유량을 자랑한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섰다. 미국은 셰일 오일을 원동력 삼아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은 중국에 그 역할을 넘기게 될 것이다.”
 
근거는 무엇인가.
“성장률이 현재 수준(미국 2%대, 중국 6%대)으로 유지된다면 2030년쯤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따라잡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남미 시장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한국·일본에 끼치는 경제적 영향력 역시 상당하다.”
 
여전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에 놓였다. 정책 조언을 해달라.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내 관광객, 부동산 투자 규모로 대표되는 대한(對韓) 경제력을 무기로 한국을 위협할 것이다. 한국 정부에 단기 관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핵 협상이다. 그러나 중기 관건은 (김정은보다) 까다로운 시진핑 정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안보 우산의 중요성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올해 한국은 경제 성장의 기회가 남았다. 조만간 닥칠 태풍(세계 불황)을 앞두고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올해 성장 기회를 발판삼아 한국인들이 경제적 난관에 잘 대비하길 바란다.”
 
◆이언 브레머
미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을 창립했다. 씨티그룹과 공동으로 ‘글로벌 정치 위기 인덱스’를 개발했으며, ‘G 제로’ ‘J 커브’ 등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 대 그들(2018년)』 『리더가 사라진 세계(2014년)』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2011년)』 등 저서가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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