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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맥주, 국산인 줄 알고 마셨나요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9)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의 99%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3사가 나눠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맥주 풍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무기다. [중앙포토]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의 99%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3사가 나눠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맥주 풍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무기다. [중앙포토]

 
세 개 대기업이 점령하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무기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의 99%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3사가 나눠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맥주 풍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차별화해 소비자를 끌어오려는 것이다.
 
맥주 3사는 그동안 광고 마케팅 하나로 시장점유율이 엎치락뒤치락했다. 1993년 하이트의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마케팅은 전설로 남아있다. 이 마케팅으로 하이트는 17년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어 오비맥주는 카스에 젊은 이미지를 씌우고 ‘톡 쏘는 맛’으로 마케팅하면서 2011년 하이트를 넘어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생겨난 국내 수제 맥주 회사들도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수제 맥주 회사의 마케팅은 사실 전달과는 동떨어진 ‘느낌적인 느낌’만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전달과 동떨어진 맥주 회사의 마케팅
2017년 세계적인 셰프인 고든 램지가 카스 맥주 광고에 출연해 “후레쉬”를 연발했다. 다른 맥주와 달리 품질유지기한이 3개월밖에 안 된다든지, 콜드체인(냉장유통) 시스템을 갖췄다든지 하는 맥주의 선도를 가늠할만한 요소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입맛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셰프 고든 램지의 권위에 기대어 신선하다고 어필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셰프 고든 램지의 권위에 기대어 신선하다고 어필한 카스 광고. [출처 오비맥주 제공]

입맛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셰프 고든 램지의 권위에 기대어 신선하다고 어필한 카스 광고. [출처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가 카스를 신선한 맥주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가 ‘비열처리 맥주’라는 점이다. 맥주를 양조하고 나면 맥주 안에 살아있는 생물인 효모가 남는다. 이를 남겨두면 유통 과정에서 맥주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하게 된다. 효모를 제거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저온의 열을 가해 효모를 없애는 파스퇴르 살균법과 열을 가하지 않고 필터를 활용해 거르는 방법이다.
 
카스 맥주는 이중 필터로 효모를 거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이 열을 가하는 것보다 맥주의 풍미를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신선함과는 관계가 없다.
 
또 비열처리는 특별한 기술도 아니다. 가깝게는 하이트진로의 모든 맥주도 비열처리 방식, 즉 필터링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비열처리 맥주=맛있는 맥주’라고 여길 근거도 부족하다. 우리가 카스나 하이트보다 맛있다며 사 먹는 하이네켄과 칼스버그는 열처리 맥주다.
 
하이트진로의 스타우트(Stout)는 1991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흑맥주다. 밝은색 라거(페일 라거) 일색이었던 맥주 시장에 어두운 색깔의 맥아로 만든 스타우트 브랜드의 등장은 의미가 있었다. 현재도 하이트진로의 스타우트는 국내 대기업 생산 맥주 중 유일하게 검은 맥주다. 그런데 하이트진로의 스타우트는 이름 자체에 모순을 담고 있다.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뉘는 발효 공법의 차이를 무시하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에일과 라거 발효 방식의 차이. [제작 현예슬]

 
원래 스타우트라는 맥주 스타일은 어두운색 맥아를 사용해 에일 방식(20℃ 전후에서 발효)으로 발효시킨 검은 맥주다. 전 세계 수많은 양조장이 에일 방식으로 스타우트 스타일 맥주를 만들고 있는데, 아일랜드의 기네스와 머피스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이 즐기는 라거 타입 흑맥주’라고 홍보하는 하이트진로 스타우트 맥주. [출처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이 즐기는 라거 타입 흑맥주’라고 홍보하는 하이트진로 스타우트 맥주. [출처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하이트진로의 스타우트는 라거 방식(10℃ 전후에서 발효)으로 양조 됐다. 하이트진로는 스타우트에 대해 '라거 타입의 흑맥주'라고 설명하면서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색깔만 어두운 것이지 스타우트 맥주의 특징과는 거리가 먼 맥주이다. 하이트진로의 스타우트를 맥주 스타일로 보면 다크 라거(Dark Lager)에 가깝다. 하이네켄 다크 라거, 아사히 슈퍼 드라이 블랙 등이 이런 스타일이다.
 
수제 맥주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착각을 일으키는 마케팅이 적지 않다. 가장 흔한 것은 한글로 지역의 이름을 담은 맥주는 해외에서 수입된 맥주거나 해당 지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다.
 
수제 맥주 중에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는 더부스의 대O강 페일에일은 벨기에 양조장에서 수입된 맥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집시 브루어리(자체 맥주 양조 기술을 갖고 있되 양조 설비는 다른 양조장의 것을 활용하는 양조장) 미켈러와 협업해 만든 맥주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만드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동강이라는 이름은 소비자를 국산 맥주로 오인하게 한다.
 
지역 이름과 아무 상관 없는 수제 맥주들
더부스 대O강 페일에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대동강 물을 사용한게 아니라는 이유로 대동강 맥주의 수입을 불허해 현재는 대O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출처 더부스 홈페이지]

더부스 대O강 페일에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대동강 물을 사용한게 아니라는 이유로 대동강 맥주의 수입을 불허해 현재는 대O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출처 더부스 홈페이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대동강 물을 사용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대동강 맥주의 수입을 불허해 현재는 대O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민IPA, 흥맥주, 긍정신 등 더부스의 다른 맥주들은 미국에서 만들어 들여온다.
 
또 이름과 본질이 어긋난 마케팅도 있다. 달서, 전라, 서빙고, 해운대 등 지역 이름을 딴 맥주들은 해당 지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강서 맥주는 서울 강서구에 맥주 회사서 본사가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연고가 없고 그저 한글 지역으로 눈길을 끌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자체적으로 양조한 개성 있는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실제로는 맥주를 만들지 않으면서 양조장이나 브루어리라는 이름을 붙여 소비자를 호도하는 펍도 있다. 또 다른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이름만 바꿔 붙여 파는 맥줏집도 있다.
 
맥주는 기호식품으로 이미지를 보고 소비하는 경향이 큰 제품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맥주 마케팅은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질을 파헤치며 품질 높은 맥주를 찾아 마시려는 노력은 소비자의 몫이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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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