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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법정구속 스모킹건, 댓글조작 '로그기록'이었다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네이버에 게재된  ‘측근이 본 최순실-고영태’라는 제목의 기사 댓글에 공감 클릭 수가 일정한 속도로 늘어났다. 네이버 아이디 3개가 16분 동안 순차적으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며 추천 수를 조작했다.

[현장에서] 특검 첫날 발표한 원칙 고수한 허익범

 
스모킹건은 킹크랩 시연회 당일 로그기록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아지트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한 시각에 이뤄진 작업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지사의 선고가 나기 전부터 유죄를 확신해왔다. 네이버 로그기록 분석을 통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초기 모델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그인, 댓글 작성 등을 했을 때 서버에 남는 흔적인 ‘로그기록‘을 증명했다는 의미였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로그기록을 ‘스모킹건(유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은 특검 조사를 받을 때부터 선고가 나기 전까지 “드루킹 일당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로그기록이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재판부는 “사후에 조작이 불가능한 여러 객관적인 물증에도 불구하고 킹크랩을 알지 못했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8월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8월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특검 출범 초기부터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물증 확보에 주력했다. 시연회 날짜를 특정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2016년 11월 9일 시연회가 열렸다는 사실은 김 지사의 운전기사가 그날 저녁 파주에서 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찾으면서 확실해졌다.

 
당시 김 지사는 “그날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경공모 조직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며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 종료 열흘 앞두고 극적으로 로그기록 확인
‘둘리’ 우모씨와 ‘드루킹’ 김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초기 모델을 시연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지만 특검 활동기간이 끝나갈 때까지 결정적 물증을 찾지 못했다. 시연회 때 킹크랩을 구동했다는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찰압수수색 전에 파기돼 존재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로그기록을 찾는 데 주력했다. 특검 내 포렌식팀 전원이 달려들었다. 네이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시연회 당일의 로그기록을 전부 뒤져 우씨가 사용한 네이버 ID 3개를 찾았다. 3개의 ID가 ‘로그인-댓글 추천-로그아웃’을 반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 같은 작업이 9번 반복됐는데 손으로 해서는 시간 간격이 동일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해당 로그기록을 확보한 건 지난해 8월 16일. 특검 활동 종료를 정확히 열흘 남겼을 때다.(2018년 8월 17일 중앙일보 기사) 특검팀에서 포렌식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며칠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네이버 ID를 들여다보느라 정말 힘들었다”며 “그래도 활동기간이 끝나기 전에 물증을 찾아서 다행이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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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의 원칙 "증거 나오면 모두 수사한다"
허익범 특검은 지난해 특검 수사기간 내내 정치적 압박과 싸워야 했다. 현 정권 실세인 김 지사가 수사대상인 만큼 특검팀을 꾸리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특검팀 고위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에는 파견을 지원한 검사가 많아 고민이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문제였다”며 “몇몇 검사는 파견을 통보받자 울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허익범 특별검사와 김대호·최득신 특검보 [뉴스1]

왼쪽부터 허익범 특별검사와 김대호·최득신 특검보 [뉴스1]

허 특검은 여당의 정치 공세에 부담을 느끼긴 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드루킹 일당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정치특검, 한탕특검의 길을 간 허익범 특검은 역대 최악의 특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래서인지 역대 특검 중 처음으로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엔 기자단 브리핑을 수시로 취소했다.

 
연장을 고민하던 허 특검은 기자와 따로 만나 “정치특검이라는 비난 때문에 수사 연장을 요청해야 할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밤마다 운동장을 돈다”며 “여론은 연장을 바라는 쪽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래도 허 특검은 수사 내내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말을 지켰다. 그가 특검 출범 첫날인 지난해 6월 27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특검 수사 중에 드루킹 일당이 2017년 대선 지원을 김 지사와 논의하고 그와 관련해 하루에도 500개의 기사에 댓글작업을 했다는 혐의가 새로 발견됐다. 당시 특검팀 내에서는 수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 불법 댓글 작업이 있었다면 현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 특검은 수사팀이 흔들릴 때마다 “증거가 나오면 나온 대로 전부 수사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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