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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3문제·수학 12문제···고교과정 밖서 출제"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교에서 수능 정답지를 확인하고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는 수험생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교에서 수능 정답지를 확인하고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는 수험생들. [뉴스1]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중 일부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학 전공자들이 배우는 개념을 수학 문제에 사용했거나 고교생은 이해하기 어려운 국어 지문을 제시한 경우가 주였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31일 오전 ‘수능 문제 고교 교육과정 위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 한 달여 기간 동안 수능 출제기관이 한국교육과정평가기관이 발표한 고교 교육과정에 근거해 수능 문항을 분석했다. 현직 교사 등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했다.  
 
 사걱세는 국어의 경우 전체 45개 문항 중 3개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42번 문항의 제시문과 보기는 철학과 논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제시문에는 ‘모순관계’, ‘무모순율’, ‘가능세계’, ‘현실세계’ 등의 난해한 개념이 나온다. 또 이 제시문을 읽고 주어진 보기와 비교해 문제를 푸는 42번 문항에는 ‘모순관계’와 대비되는 ‘반대관계’라는 개념도 나온다.  
논리학의 개념을 다룬 42번 문항과 제시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논리학의 개념을 다룬 42번 문항과 제시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해당 제시문은 ‘모순관계’를 “두 명제가 모두 참인 것도 모두 거짓인 것도 가능하지 않은 관계”라고 정의했다. 42번 보기에선 ‘반대관계’를 “두 명제 다 참인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둘 중 하나만 참이거나 둘 다 거짓인 것은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모순과 반대의 본질적인 차이는 중간 개념이 존재하는가이다. 논리학에서 모순은 양쪽 주장이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즉, ‘진실이냐 거짓이냐’ ‘존재하냐 존재하지 않느냐’ ‘맞냐 틀리냐’ 등은 양쪽이 동시에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다. EBS 국어강사 1세대인 이만기 중앙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어느 한 쪽이 참이면 나머지는 거짓이 된다. 이처럼 중간 개념이 없는 상황을 모순관계라고 한다”고 말했다.
 
 '반대관계‘는 중간 개념이 존재하는 경우다. ’좋은냐 싫으냐‘ ’맛있냐 맛이 없느냐‘ 등은 양 쪽 주장의 가운데 상황이 존재한다. 좋지도 싫지도 않을 수 있고, 맛이 있진 않은데 썩 나쁘지도 않는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반대관계‘라고 정의한다.  
 
 사걱세는 “이 개념들은 대학의 철학과 전공과목인 ‘명제의 논리적 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도저히 대비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화여대에서 출판한 ‘논리와 사고’(2003) 교재의 105페이지에는 ‘모순관계’와 ‘반대관계’를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대학 전공 수준의 개념과 내용으로 된 수능을 준비하느라 일부 수험생들이 법학적성시험, 행정고시 출제 문제를 공부하며 고난도 독해 연습을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수능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수험서를 공부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고정에서 학습고통은 물론이고 사교육비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는 국어보다 더욱 심각하다. 수학은 전체 30문항 중 가형에서 7문항, 나형에서 5문항이 고교과정 밖에서 나왔다. 문과생이 주로 보는 나형 30번의 경우는 함수 그래프에 접하는 접선을 구하는 문제인데 사걱세는 “이차함수와 삼차함수를 동시에 다루는 접선의 방정식은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 14번 문항은 지수부등식에서 함수와 함수의 곱을 지수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사걱세는 “고교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함수지수에 지수법칙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경험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교육과정 성취기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삼각형의 등적변형 등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19번 문제, 벡터의 임의 실수배끼리 덧셈해 일정 영역을 나타내는 29번 문항 등이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이라고 제시했다.  
 
 사걱세는 “고교과정 넘어선 내용을 출제해 학생·학부모 피해봤다, 2월에 국가 대상 손해배상 소송 제기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수능 당국이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한 문제를 출제해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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