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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 확대 지향' 중계권 입찰, 새로운 패러다임 향한 첫 발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은 프로야구 산업화의 내실 있는 정착을 도모할 기회다. 돈의 논리로 이뤄지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저변 확대와 공생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도 기대된다.
 
그동안 중계권 사업은 특정 대행사가 권리를 독점하는 체제였다. 중간 단계를 거치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했고, 계약 조항 탓에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이해관계자도 나왔다. 당연히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수익성 향상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만족할 수 있는 뉴미디어 사업은 합당한 권리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마침 기존의 뉴미디어 계약은 2018년에 만료됐다. 새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점에도 잡음이 컸다. 뉴미디어 사업 권리를 그저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으로 보는 업체가 있었다. 대행사 구조 탓에 비용 증가와 소극적 서비스를 한 통신사와 구단도 마땅한 권리를 주장했다. 결국 입찰 방식 선정을 정하는 데만 3개월 넘게 걸렸다.
 
뉴미디어 정체성에 걸맞은 심사는 필수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10개 구단 사장·단장·마케팅전문가 그리고 KBO 마케팅 자회사 KBOP 일원이 심사숙고하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기존에 수의계약 대상이던 포털 권리까지 통합해 공개 입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누구에게도 주도권이나 독점 지위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업 정체성에 걸맞은 심사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기존 대행사 체제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평가는 냉정하다. "콘텐트 생산·산업 발전 능력이 없는 업체가 그저 대행사라는 이유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런 병폐를 겪었기에 뉴미디어 사업자 선정만큼은 관성적·관행적 평가 기준을 탈피해야 했다.

 

뉴미디어가 갖는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보의 전달과 교환이 전통 미디어에 비해 상호 간 일어나며, 사용자와 수용자 모두 능동적인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도 이런 혁신에 발맞출 수 있는 업체가 주도해야 한다. '혁신'은 정운찬 KBO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추구하겠다며 내세운 단어기도 하다.

그 결과, KBOP 이사회는 입찰액만 많이 써내면 사업권을 따내는 기존 관행을 지양했다. 이전에 파트너십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야구 발전 기여도를 운운하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그리고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두기로 했다. 입찰 제안요청서(RFP)는 향후 KBOP 이사회·각 구단 마케팅전문가들이 주축으로 만든다. 평가 항목에 기술력이 최소 40% 이상 반영돼야 뉴미디어 카테고리의 적정 기준에 합당할 것이다.
 
심사 항목도 혁신이 반영될 전망이다. 잠재된 야구팬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존 야구팬이 좀처럼 누리지 못했던 양방향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력도 필요하다. 최근 다른 스포츠 종목도 사무국 차원에서 뉴미디어 관련 서비스에 매진하고 있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상호 협력 의지와 능력, 그리고 노하우도 필요하다. 화두는 명확하다. 개별 디바이스를 통해 야구를 즐기는 방법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고민과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찰 정국, 이해관계자의 상황과 전개 전망은?
 
사업권 취득을 노리는 업체는 뉴미디어 발전 방향을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 일단 전통 미디어인 방송사는 기술력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입찰에는 지상파 케이블 3개 사 컨소시엄에 에이클라의 자회사 스포츠 채널인 SPOTV가 합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클라가 합세한 덕분에 자금 경쟁력이 상승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평가 기준에 콘텐트 활성화, 즉 기술력이 포함된다. 방송사의 뉴미디어 관련 기술력은 통신사와 포털보다 뒤처진다. 보완을 위해 이종 컨소시엄 시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의계약을 요구할 때는 통신사와 협력 구도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 입찰 방식이 결정되며 변수가 생겼다.

 

통신 3개 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았다. 다만 이 사안을 풀어 가는 자세에 대한 교감은 있었다. 특정 통신사가 사업 권리를 얻어도 다른 2개 사에 합당하지 않은 재판매가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배를 탔다고 볼 수 있다.
 
통신사는 애초에 재판매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포털은 수익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일단 자사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권리 취득이 먼저다. 일각에선 "OTT 운영만 해도 되는 통신사가 유·무선 사업 전체 권리를 취득하는 데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기술력이 주요 심사 기준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강점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포털·종합 편성 채널 등 다수 업체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포털 사이트는 어떨까. 수의계약 대상자에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기대와 다른 전개였을 것이다. 그러나 수의계약을 했어도 부담이 있었다. 포털 권리 재취득에 내는 비용이 이전 계약 기간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털이 KBOP에 내는 중계권료보다 큰 효과, 즉 광고 수익을 얻었다"고 했다. 당연히 KBOP도 가치 측정에 반영했을 것이다.
 
결국 프로야구 중계 콘텐트에 대한 자체 재평가가 이뤄진 뒤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80%에 육박한 중계 점유율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자금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췄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입찰액 부담을 줄이는 선에서 사업권을 노릴 전망이다.
 
프로야구 중계권,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을 기대하다
 
입찰 방식 선정을 두고 회의에 참석한 A구단 KBOP 이사는 "당장 뉴미디어 중계권뿐 아니라 내년, 후년에 있을 방송과 IPTV 중계권 선정에도 바람직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 총재가 강조하는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해선 중계권 가치 산정과 사업자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뉴미디어는 그 첫발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에 없던 시도가 이뤄졌다. 돈의 논리에서 벗어났고, 특정 업체가 권리와 권력을 독점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산업을 구성하는 분야마다 강·약점이 있기 때문에 협력하지 않고선 사업권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상 이종 컨소시엄 구축은 필수가 됐다.
 
제작·통신·포털 사업군이 협력하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중계·플랫폼 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공은 각 분야 사업자에게 넘어갔다. KBOP가 협력 방식까지 간섭할 순 없다. 공정 경쟁이라는 원칙 속에서 생각하지 못한 형태의 협업이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방송 중계권 사업자 선정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 미디어의 영역이지만 이번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 정국의 전개에 따라 기존 체제도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도 기술력 등 다양한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구단 관계자도 "중계권 가치가 반드시 입찰액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나올 수 있는 교두보가 이번 뉴미디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마련된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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