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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연금 수익률 저조…퇴직연금 기금형 도입해야"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노후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허용하고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내 퇴직·개인연금, 왜 수익률이 낮을까?'라는 주제로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사적연금 운용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적연금의 낮은 수익률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병욱 의원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 수준에 그침에 따라 사적연금이 노후생활 대비를 위한 중요한 제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수익률은 2017년 각각 1.88%, 3.70%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인 7.26%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도 "국내 사적연금 시장은 고속성장 중이지만 수익률은 국민연금에 크게 못 미친다"며 "또한 해외 사적연금과 비교해서도 수익률이 약 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저조한 주요 원인은 자산 배분을 결정하는 운용 의사 결정 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적연금은 원리금 보장상품이 90%에 이르는 등 적극 운용하기보다 사실상 쌓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송홍선 실장은 "국민연금과 해외 사적연금의 경우 위험자산에 자금을 적극 배분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활용하지만 국내 퇴직연금의 경우에는 원리금을 보장하는 자산 비중이 2017년 기준 88%로 과도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수석 NH투자증권 연금영업본부장은 "그나마 원리금 보장형이 아닌 성과 운용형 퇴직연금 상품 가입자도 83%가 운용상품 변경 없이 소극적으로 굴리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퇴직연금 가입자 중 98%가 연금 수령 시점에서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고 있어 무늬만 퇴직연금이지 추가 급여를 사외 적립 후 퇴직적립금으로 찾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역설했다.

이렇게 부실한 사적연금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회사에만 맡기지 않고 노사가 함께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해 운용 방향과 자산 배분 비율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연금의 운용 주체가 기업에서 별도로 설립된 수탁법인으로 바뀐다.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르면 회사는 임의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퇴직연금 운용계약을 맺는다. 노동조합 등 근로자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이 근로자의 퇴직금 원금을 날릴 것을 우려해 예금 등 안전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돈을 넣어두는 사례가 많다.

기금형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는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아니라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는 구조다. 운용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은 공동기금을 구성해 연금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다. 동시에 별도의 기금 운용 책임자가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자산을 굴릴 수 있다.

이수석 본부장도 "현재의 하나뿐인 계약형 지배구조에 전문화·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연합 형태의 기금형 제도를 도입하면 경쟁 구조를 형성, 수익자인 기업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수석 본부장은 "퇴직연금에서 제공 가능한 상품에 대한 나열식 상품 규제와 위험자산 70% 한도 등은 자산 배분에 대한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보다는 단순히 위험 조정 범위만을 제시하고 있어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송홍선 실장은 "노사 외에 단체,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수탁법인으로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금융회사 주도 수탁법인은 영리 수탁법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적연금에 디폴트 옵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디폴트 옵션은 근로자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지 못할 경우 전문가가 별도의 포트폴리오 상품에 자동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가령 기금형 제도가 도입돼도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회사가 운용해주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직접 운용 지시를 해야 하는데, DC형에 가입한 근로자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디폴트 옵션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

이경희 상명대 교수는 "이달 현재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펀드의 개수는 1800개가 있는데 가입자가 실제 선택하는 개수는 5개 미만에 그친다"며 "과도한 선택 부담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초래되는 상황임에 따라 금융 지식이 낮은 이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디폴트 옵션 제대가 도입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마찬가지로 "개인연금에서도 장기투자에 적합한 디폴트 상품을 활용함으로써 수수료 낮추고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송홍선 실장도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시 도입이 불가피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 배분 개선을 통해 장기수익률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가입하는 연금상품인 개인연금은 세제 혜택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지급, 소비자 정보 제공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김세중 한국연금학회 개인연금분과장은 "개인연금은 400만원 한도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져 인기 있는 연금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그러나 모든 개인연금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세제 혜택 확대 이외에 저소득층을 위한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체 근로자의 81.5%를 차지하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4.7%에 불과하다.

이경희 교수는 "개인연금 제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과세 미달자의 노후용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연금장려세제'(PTC)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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