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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자라니’ 인도 위 쌩쌩 달리는데…운전자도 대여업체도 처벌 무방비

전동킥보드 대여 앱을 통해 빌린 전동킥보드. 운전면허나 헬멧이 없어도 사용에 제한은 없었다. 임성빈 기자

전동킥보드 대여 앱을 통해 빌린 전동킥보드. 운전면허나 헬멧이 없어도 사용에 제한은 없었다. 임성빈 기자

갑자기 도로에 불쑥 튀어나와 자동차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야생동물 고라니. 이를 빗대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자라니’라고 일컫는다.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전동 이동수단의 인기가 늘면서 ‘전동자라니’ ‘킥라니’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들은 운행이 금지된 인도를 달리며 보행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운행 금지된 인도 달리며 보행자 위협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 보급 규모는 2017년 7만5000대에서 2022년에는 2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서울시 강남, 송파를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동킥보드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됐다. 
 
2018년 9월 한국 최초로 출시된 전동킥보드 대여 앱 ‘킥고잉’을 실제로 사용해봤다.  
전동킥보드 대여 앱 '킥고잉' 시작 화면. 여러 안내 문구가 나타난다. 이가영 기자

전동킥보드 대여 앱 '킥고잉' 시작 화면. 여러 안내 문구가 나타난다. 이가영 기자

앱을 켜면 이용 안내 화면이 먼저 나타난다. ‘이면도로를 이용해 달라’ ‘헬멧을 착용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해 달라’ ‘운전면허 또는 원동기면허가 필요하다’ 등이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16세 이상이 딸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필요하다. 일반 도로에서만 운전할 수 있고 인도에서는 탈 수 없다.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하고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안 된다.  
 
'운전면허가 있습니까?' 질문에 '네'를 클릭한 후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대여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가영 기자

'운전면허가 있습니까?' 질문에 '네'를 클릭한 후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대여하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가영 기자

대여 앱 회원가입, 전화번호만으로 인증 
하지만 회원가입을 위해서는 전화번호만 인증하면 됐다. ‘운전면허를 취득하셨나요?’라는 질문에 ‘네’를 선택한 후 결제 카드를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앱에 표시된 가까운 킥보드 주차 장소를 찾아 QR코드를 인식하면 킥보드의 잠금이 풀린다. 발판에 ‘헬멧 착용’이라고 쓰여 있긴 했지만, 운전면허와 헬멧 없이도 시동을 거는 데 문제는 없었다.  
 
처음 전동킥보드를 타봤지만 작동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골목길이 아닌 8차선 도로에서 달려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보행자 사망사고도 발생 
문제는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위험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는 117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124명이 다쳤고, 전동킥보드를 타던 4명이 사망했다. 전동킥보드에 치인 보행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고양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A씨(42)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40대)를 치었다. B씨는 사고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충격을 입었고, 뇌사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심지어 무면허 상태였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탄 10대들이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한옥마을에서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를 탄 10대들이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무면허 운전시 최고 30만원 벌금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경우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교통사고를 낼 경우에는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처벌받는다. 운전면허가 있어도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고를 내면 인적 피해를 냈을 경우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자동차를 들이받는 등 물적 피해를 야기하면 2년 이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김용욱 강남경찰서 교통과장은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은 자동차와 충돌사고가 나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같은 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실에 따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설명하면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실제로 보행자나 자동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내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해 형사 기소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킥고잉’ 측은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카셰어링 회사나 렌터카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운전면허 자동 검증 시스템 접속 권한을 받지 못했다”며 “현재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고,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헬멧의 경우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며 향후 편의점과 연계해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질서 있게 이용하고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발전해야 저희도 좋고 이용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다만 도로가 자동차만의 것은 아니니, 자전거나 전동킥보드처럼 작은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너무 도로의 불편한 존재로 여기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공원 운행 가능해져  
전문가는 규제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며 공원에서도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운행시간과 구간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논의 중이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공원 내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와 같은 존재로 보려는 추세다. 이용자들도 헷갈리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보니 자전거에는 필요 없는 운전면허나 연령 제한 등이 전동킥보드에만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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