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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빈곤…극빈층 10명 중 4명 “조부모대부터 가난”

2019 빈곤 리포트 <상> 
극빈층의 절반은 부모 때부터 가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난이 대물림되면서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중앙일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30명의 빈곤 실태를 설문조사 했다. 상당수는 대면 조사했고, 14명은 심층 인터뷰 했다. 서울의 지역자활센터 네 군데 등록자 100명, 시립병원 입원 환자 30명이다.
 
조사 결과 65명(50%)이 청소년 시절 부모가 하위 계층에 속했다고 응답했다. 하위 계층을 상중하로 나누면 아래쪽에 더 몰려 있다. 부모가 하하(下下) 계층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25명(19.2%), 하중(下中)이 26명(20%), 하상(下上)이 14명(10.8%)이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일보의 2003년 7월 기초수급자 조사(420가구)에서 가난 대물림 비율이 59.7%였는데, 16년 지난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10.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료를 제출한 29개국 중 꼴찌다. 하지만 2000년 4.5%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런데도 빈곤 대물림은 끄떡없다. 이번 조사에서 130명 중 40.8%는 부모가 중류층이었고, 9.2%는 상류층이었다. 응답자의 42%는 조부모대부터 가난했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쪽방에서 만난 전형용(42)씨가 대표적이다. 할아버지는 강원도에서 소규모 농사를 지었다. 어머니는 어릴 때 가출을 반복했다. 전씨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14살 때 상경해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16세에 아버지가 숨졌다. 꽃게잡이 선원, 폐지 수집, 펌프공장 근로자, 건설 일용직 등을 전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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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3대째 이어지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떠올렸다. 42년 사는 동안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가 없었다. 배운 것도, 밑천도, 돌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2007년 남대문 쪽방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2008년 폭력에 연루돼 감방을 들락거렸고 지난해 말 만기 출소하면서 석 달짜리 단기 기초수급자가 됐다. 8일 오후 바깥은 영하 2도, 쪽방은 14도였다. 전기 패널을 켰지만 외풍 탓에 추웠다. 재떨이, 빈 소주병, 널브러진 위장약 봉지, 먹다 남은 찌개, 상담소가 나눠준 빵…. 전씨는 “내 삶이 더 나아지겠어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희망은 사치처럼 보였다. 29일 오전 다시 쪽방을 찾았다. 방이 비었다. 수소문했더니 알코올 중독 때문에 입원했다고 한다. 이번이 세 번째다. 병원으로 찾아갔다. 알코올 탓에 지방간 진단을 받은 지 오래지만 위·간 상태를 진찰한 적이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극빈층이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조사에서 기초수급자 130명의 52.3%는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20%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아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26.2%다. 정부 생계비 보조금 등을 포함한 월 소득은 51만~75만원인 사람이 36.2%로 가장 많다. 기초수급자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한다. 전체 기초수급자 가구(103만2998가구, 2017년)의 27%가 수급자가 된 지 10년 넘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고,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악화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사교육이 만연하면서 80, 90년대처럼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도 가난하고 지금 세대도 가난하고 자식 세대도 가난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90년대 미국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천국인 스웨덴에도 빈곤이 대물림된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교육 기회를 균등히 해 이들이 일자리를 잡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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