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文정부의 ‘MB 따라하기’…SOC 통해 경기부양ㆍ일자리 잡는다

정부가 29일 전국 주요 시ㆍ도의 23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고 사업에 조기 착수키로 한 것은 일종의 단기 경기 부양책 성격이 짙다.
 
면제 대상 대부분은 도로ㆍ철도ㆍ공항 같은 토건 사업이다. 내수ㆍ투자가 가라앉고 지난해 신규 취업자 수가 전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드는 등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토건 사업을 통해 경기 침체를 차단하고, 지역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실제 정부는 면제 사업을 선정할 때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했다. 신규 수요 창출 능력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경남(거제 통영)과 울산, 전북의 군산, 전남의 목포 등 조선ㆍ기계공업 쇠락지역을 배려했다. SOC로 위기에 몰린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가균형 발전’도 핵심 고려 대상이다. 공공 인프라 부족, 젊은 층의 인구 유출로 지방의 주요 프로젝트가 예타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이것이 다시 수도권과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야당 시절 ‘토건 경제’라고 비판하던 이명박ㆍ박근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 이는 경기를 단기적으로 띄우고 고용을 늘리는 데 SOC만한 ‘특효약’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노동소득 분배율과 후방 연쇄효과가 가장 크다. 건설 부문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당 13.9명)도 전기 및 전자기기(5.3명),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12.7명) 등을 웃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약발'을 받겠지만 장기적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충북의 충북선 고속화 사업은 2017년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을 투자하면 370원의 경제적 효과만 거둔다는 뜻이다. 남부내륙철도는 0.72, 제2경춘국도도 0.76에 불과하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1 이상 나오지 않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예타 면제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놓고 부실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예타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고쳐 합리적으로 시행해야지 2년간 별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예타 면제를 들고나온 것은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다음 주로 다가온 연휴와 내년 4월 총선 민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주요 사업을 지역별로 배분한 것은 전형적인 총선용 예산 갈라먹기라는 것이다. 가장 규모가 큰 경남의 남부내륙철도 사업만 해도 과거 정권에서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민자사업 유치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번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소득을 늘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SOC의 특성상 임시ㆍ일용직 고용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세금을 썼는데 그걸로 효과가 없으니 SOC 투자로 들어가는 격”이라며 “사실상 지방에 돈 뿌려주기로, 과연 정부지출을 늘릴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논쟁으로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며 “탈락한 쪽에서는 특혜ㆍ역차별을 거론하며 지역 간 분쟁이 야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이명박 정부도 광역 단위 지역 경제권을 창출하겠다며 21건의 예타를 면제했고, 그 규모가 21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정부는 과거 사례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SOC 외에도 연구개발(R&D) 투자 등 전략산업 육성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환경과 의료 교통시설 등 지역의 삶과 직결된 사업이 포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지원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이어 “이번의 예타 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그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평가항목 조정, 수행기관의 다원화, 조사 기간 단축방안 등을 검토해 올해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ㆍ서유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