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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퇴임 원로법관 쓴소리 "사법개혁, 국민 위한 건가"

“사법개혁,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의 개혁은 국민이 아닌 판사를 위한 게 아닌가 싶다.”
 
성기문 원로법관.

성기문 원로법관.

35년간의 법관 임기를 마치고 오는 30일 정년퇴임하는 성기문(66·사법연수원 14기) 원로법관은 최근의 법원 개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1기 원로법관’으로 2017년 2월부터 2년 간 서울중앙지법 민사 소액재판을 담당했던 그는 “대다수의 국민은 사법부의 독립이나 정책 등 거대 담론에는 큰 관심이 없다”며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재판에서 어떤 대우를 받느냐’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어떤 사법부를 진정으로 원하는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은 판사들의 의견만 반영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며 “자칫 잘못하면 판사들만 편한 제도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은 자기 이야기 충분히 들어주는 '사법 개혁' 원해" 
 
성 원로법관은 “사법부가 많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국민대로,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서로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섭섭해 했던 것 같다”며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사법부가 할 ‘개혁’은 다른 것이 아니라 좋은 재판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 소액재판 법정은 일반 국민의 일상과 법이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곳이다. 법관으로 30년 넘게 일했지만 성 원로법관도 소액재판을 담당하며 ‘국민 법 감정’을 체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재판에서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하는 것”이라며 “특히 돈보다는 명분 싸움이 큰데 법관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 감정이 해소돼 화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 원로법관은 “더 많은 원로법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로법관이 갖는 연륜과 경험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법리를 따지고 입증 책임을 따졌다”며 “당사자의 말이 논리에 안 맞으면 아예 배척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논리적으로 자기 입장을 잘 설명하는 사람이 유리한 판결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성 원로법관은 “소액재판을 하며 당사자 이야기를 경청하고 ‘억울하겠다’ 싶으면 기존 판례를 무시하고 판결을 하기도 했다”며 “법리에 딱 맞는 판결도 좋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판단력으로 억울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이는 게 더 좋은 판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원로법관 재판의 항소비율은 다른 소액사건 항소비율에 비해 절반가량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관 독립은 판사가 아닌 '국민의 재판권 보장' 위한 것"  
성기문 원로법관.

성기문 원로법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법원을 떠나게 된 성 원로법관은 후배들에게 “감사함과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게 엄청난 일인데 법관은 그것을 하고 있다”며 “선택받은 직업이라는 책임 의식을 갖고 자신의 이해관계보다는 사명에 맞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원로법관은 “요즘 후배 법관들은 이해 관계에 예민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무분담이나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굉장히 섭섭해한다”며 “물론 개인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되겠지만 일반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막중한 권한을 갖고 있음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관 개개인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지 않나”라며 “그 독립성이 판사 스스로를 지키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재판권을 보장하는 데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성 원로법관은 현재 재직 중인 9명의 원로법관 가운데 첫 정년 퇴임을 맞게 됐다. 퇴임 후 그는 공익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법률사무소에서 법률 자문 일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판사로서의 내 할 일은 할만큼 했으니 남은 생은 지금까지 했던 경험을 토대로 좋은 일을 하며 보람 있게 보내고 싶다”며 “아직 은퇴해서 놀 나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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