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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노무현에게 권력 절반 이상이었던 선거 개혁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그는 요즘 사석에서 선거제도 변화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할 때가 많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변화 말이다. 그는 지인들과 만나 “거리의 정치를 없애려면 다당제가 필요하다. 태극기 부대를 언제까지 길거리에 둘 거냐. 양당제를 양산하는 소선거구제는 대립과 분열을 초래한다. 양당제는 이념으로 쪼개지게 돼 있다. 더는 선거제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고 했다. 정치로 인해 분열로 치닫는 우리의 불행을 선거제도 변화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라디오에 나와 친정인 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민주당이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 의원 100명’을 골자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정한 것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여론의 눈치를 보며 협상용 카드를 제시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안대로라면 지역구 53석을 줄여야 하는데 당장 지역구 줄이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분열과 대립 양산하는 선거제 이젠 바꿔야
정치인은 눈앞에 놓인 과실만 봐선 안된다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선거제 변화에 찬성한다. 그는 기자에게 “한국의 양당체제는 기득권이 된 탓에 사회 저변으로부터 제기되는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양당의 독점 체제는 깨야 한다. 제도가 변하면 기득권을 쥔 정당은 선거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니 꼼짝도 안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곤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현실인 권력구조 개편까지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를 주장하는 건 두 사람뿐이 아니다. 일찍이 중앙선관위가 연동형 비례제를 제안했고, 국회 정개특위 자문위원회도 이 방안을 추천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이쪽이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찬성이고, 소수 야당인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은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서 합의되면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선 논의가 지지부진이다. ‘거대 양당’ 민주당과 한국당이 면피에 골몰하고 있는 모양새라서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의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여기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가미하면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예컨대 한국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지금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또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고 엄격한 의미에서 사표를 양산하는 현 제도도 보완할 수 있다. 지난 19대 총선서 새누리당의 부산·울산·경남 득표율은 51.2%였지만 의석은 92.3%를 차지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하려면 의원 수가 느는 게 문제라 하는데 그동안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면 못할 건 뭔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 의원 수 늘리기가 수월치 않을 테지만 명분과 실리가 있는 일이라면 설득이 안 될 리 없다.
 
최근 상황은 이렇다. 지난 12월 중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 합의했다.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의석 30석을 늘리는 선에서 연동형 비례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민주당도 자체 개편안을 내놨다. ‘지역구 의원 200명, 비례대표 의원 100명’, 여기서부터 논의가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온다. ‘현실성 없는 협상용 카드’라서다. 한국당은 아직 당론도 없다. 국회에서 어떻게든 논의를 해야할 터인데 현재 ‘보이콧 농성’ 중이다.
 
사실 연동형 비례제를 한다고 반드시 정치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해보자는 이유는 뭘까. 그건 살아볼수록 ‘아니다’ 싶은 게 현행 선거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이유다. 양당제가 가져온 지역주의를 깨고 분열과 갈등을 줄이는 방안이라면 가보지 않은 길이라도 해볼 만하지 않은가.
 
생전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에 유난히 집착했다.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으로서 권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줄이더라도 선거제 개편을 하고 싶다고 했을까. 현행 선거제는 그가 20년 동안 경험한 우리 정치의 근본 문제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으로선 이 제도 도입으로 손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니 선거제 개편에 합의해 놓고도 유야무야한 거 아닌가. 물론 의석수라는 ‘국회 권력’ 앞에서 손해 보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개편에 합의했다는 건 취지에는 동감한다는 뜻 아닌가. 시한(4월 15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찾는다면 명분과 함께 실리를 챙길 방안도 있을 거다.
 
권력은 짧다. 눈앞에 놓인 과실만 보는 건 단견이다. 이 시대의 정치인이라면 나라의 미래도 걱정해야 하지 않겠나.
 
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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