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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여고괴담’에서 ‘SKY캐슬’ 괴담으로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 1998년 개봉한 공포영화 ‘여고괴담’의 홍보 문구로 유명해진 말이다. 영화의 맥락으로 보면 귀신이 되어 학교를 떠돌고 있는 아이를 가리키는 얘기이지만, 주변 아이들을 친구 대신 경쟁자로 여기게 하는 교육 현실의 비유처럼 들리기도 했다. 학교 어딘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괴담 자체도 설득력이 컸다. 야간자율학습 같은 것으로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흥행 성공을 거두며 속편이 여럿 나왔다. ‘여고괴담’은 대표적인 국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꼽힌다.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는 2019년 현재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이 낳은 명대사다. 입시 코디가 단호하게 내뱉는 이 말은 그동안 달라진 교육 현실, 특히 사교육 비중이 전과 비할 바 없이 커진 입시 준비의 단면을 함축한다. 더 이상 학교는 주 무대가 아니다. 드라마는 고급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엄마의 탁월한 정보력, 아빠의 적당한 무관심, 할머니의 재력이 총동원되어 사교육의 최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입시 코디의 활용 과정을 펼쳐낸다.
 
영화몽상 1/29

영화몽상 1/29

당초 리얼 풍자극을 표방한 드라마인데도 섬뜩하고 기괴한 전개는 웬만한 공포물 이상이다. 이 고급 주택단지 안팎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괴담 급이다. 아들의 서울대 합격 직후 죽음을 택한 엄마, 하버드에 다닌다고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아이, 딸의 입시를 위해 남의 아들이 살인 누명 쓰는 걸 방조하는 또 다른 엄마…. 이 무서운 전개를 보고 있노라면 입시 코디의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일갈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켜주겠다는 장담이 아니라 목표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라는 꼬드김처럼 들리게 된다.
 
이 드라마 속 이야기에 희망이 있다면 지금 자녀의 입시 준비를 최전방에서 지휘하는 부모세대가 입시 위주 교육의 과실만 누린 게 아니라 폐해 역시 몸으로 겪어본 이들이라는 점이다. 극 중에는 전혀 다른 교육관을 가진 두 엄마가 학창시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보고 감동했던 친구였던 것으로 그려진다. 비슷한 시기 한국영화 제목에 쓰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말도 모르지 않을 세대다. 이런 대단한 드라마가 나온 마당이니 이제 웬만한 학원공포물은 쉽게 통할 것 같지 않다.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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