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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용 인기영합 의심받는 ‘예타 면제’ 강행할 건가

청와대가 오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고속도로·내륙철도·공항 등 33건 61조2500억원 규모 사업들이 그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대규모 공공인프라 사업을 해야 되는데,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예타 면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24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선 “광역단체별로 1건씩”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주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예비타당성(제도) 자체를 합목적적으로 고치려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장단을 맞췄다.
 
예타 면제의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회복 드라이브다. 지방 경기가 서울보다 더 부진하고 전국적으로 고용 상황이 최악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꼭 예산 사업의 예타 면제라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예타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최소한의 ‘브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예산 규모 500억원 이상의 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를 미리 따져보자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이를 면제하자고 앞장서니, 예산 집행의 기본 원칙을 대놓고 저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예타를 받지 않고 추진됐던 사업들 상당수가 엄청난 국고 부담만 남기고 실패했다. 2009년 4대 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60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예타를 면제했다. 그 결과로 남은 건 가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녹조라테’라는 비판만 받는 4대 강과 폐허나 다름없는 F1 경기장이다. 지방공항 등 예타를 거친 사업 중에도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이용자가 적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타 면제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모은 나랏돈을 특정 정치세력이 대놓고 나눠먹자는 것에 다름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퍼주기’라는 의심도 당연히 피할 수없다.
 
청와대가 예타 면제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확정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면제금액이 최소 19조7047억 원에서 최대 41조5169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현 정부 들어 이미 예타 면제를 해준 29조 원을 합하면 이명박 정부 때의 예타 면제 규모에 버금갈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정부가 SOC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토건 국가’라고 비판했다. 대선 때는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사업은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정부가 원칙을 훼손한다면 앞으로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스럽다. 중앙의 재정 건전성이 속절없이 무너져 지방 자치단체의 기강해이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타 면제 사업은 적을수록 좋고, 선정되는 사업도 명확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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