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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갑갑한 세상 웃긴 한마디

개봉 닷새 만에 300만 관객을 모은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검거 실적이 저조해 골치를 앓던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 맞은 편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치킨집이 폐업하려 하자 형사들은 아예 이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게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개봉 닷새 만에 300만 관객을 모은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검거 실적이 저조해 골치를 앓던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 맞은 편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치킨집이 폐업하려 하자 형사들은 아예 이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게 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대작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침체했던 한국영화계에 코미디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해 닷새 만에 313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얘기다. 마약반 형사들이 잠입 수사를 위해 차린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난단 기발한 설정이 입소문을 모으며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하루 100만 안팎 관객이 들었다. 개봉 일주일도 안 되어 손익분기점 230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이에 앞서 이달 초 개봉한 조폭과 고교생의 몸이 바뀌는 코미디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 역시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코믹수사극 ‘극한직업’ 300만 돌파
이병헌 감독의 말맛·연출 돋보여
판타지 ‘내안의 그놈’도 폭소 유발
대작·스릴러에 대한 피로감인가
‘기묘한 가족’ 등 코미디 잇단 개봉

특히 ‘극한직업’의 주연배우 류승룡은 최근 4년 동안 ‘손님’ ‘도리화가’ ‘7년의 밤’ ‘염력’등 연이은 흥행 실패로 슬럼프를 겪다가 이번 영화로 다시 평가받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극 중 마약반 고 형사(류승룡)가 시도 때도 없이 말하는 치킨집 선전 문구다. 류승룡의 간드러진 억양이 더해져, 중독성 강한 명대사가 됐다. 재기에 성공한 그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선 “지금까지 이런 류승룡은 없었다”는 칭찬도 나온다.
 
이미 코믹 연기로 인정받은 류승룡과 이동휘를 비롯해 이하늬·진선규·공명 등 마약반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찰진 앙상블에도 호평이 잇따른다. 코미디 영화에 익숙한 배우 조합이 아님에도 이런 반응을 얻은 데는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극한직업’의 대사는 이병헌 감독, 그리고 지난해 5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코미디 ‘완벽한 타인’에 이어 공동각색을 맡은 배세영 작가의 솜씨다. 이병헌 감독은 “신예 문충일 작가가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뼈대로, 예고편에 나온 재밌는 대사는 배 작가가 거의 써줬다. 저도 지지 않겠다고 경쟁하듯 더 재밌는 대사를 쓰려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 자신도 코믹한 말맛으로는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다. 흥행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등을 각색한 데 이어 코믹 성장물 ‘스물’로 상업영화 감독에 데뷔했다. 이번 영화에선 오합지졸 형사들의 호흡을 박자감 있게 담아낸 연출도 돋보인다. 이번 흥행이 “얼떨떨하다”는 제작사 어바웃필름의 김성환 대표는 “‘과속스캔들’ 각색 작가 시절부터 이 감독을 봐왔다”면서 “조금이라도 뻔할 것 같으면 다른 방향으로 뒤틀고, 캐릭터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공을 들이는 게 ‘이병헌표 코미디’의 강점”이라 했다.
 
강유정(강남대 교수) 영화평론가는 “이병헌 감독은 청춘 코미디 ‘스물’에 이어 지난해 섹스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등 여러 시도를 해온 코미디의 장인”이라면서 “결국 관객을 움직이는 건 스토리다. 한동안 한국영화가 너무 큰 사회적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디테일이 결핍된 시나리오가 많았는데, 올해 앞서 개봉한 ‘말모이’의 엄유나 감독이나 이병헌 감독처럼 자기 이야기를 참신하게 펼쳐낸 작가 감독들의 영화를 관객들이 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개봉한 진영·박성웅 주연 코미디 영화 ‘내안의 그놈’. [사진 각 영화사]

지난 9일 개봉한 진영·박성웅 주연 코미디 영화 ‘내안의 그놈’. [사진 각 영화사]

지난해까지 무거운 대작 영화가 잇달아 극장가를 장악한 데 대한 피로감이 이번 흥행으로 이어졌단 분석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한국영화는 ‘1000만 영화’를 동력으로 삼아왔다. 창조적인 것이 아닌 ‘흥행 수치’에 매달리면서 산업적 부조리가 심해지고, 이상하게 범죄 스릴러나 역사 대작에 매몰되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넷플릭스 같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나고 대작들이 흥행 난을 겪는 등 위기감이 대두하며 다시금 나온 신선한 장르 영화에 관객이 호응한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 ‘내안의 그놈’을 창립작으로 선보인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유정훈 대표는 “콘텐트 홍수라곤 하지만 TV 시트콤까지 사라지면서 의외로 제대로 된 코미디가 없다. 웃음이 필요한 시기에 코미디 영화가 맞아떨어졌다”면서 “단기적으론 지난 연말 대작들이 채워주지 못한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갈증에도 잘 부합했다”고 자평했다.
 
다음달 14일 개봉을 앞둔 코믹 좀비영화 ‘기묘한 가족’. [사진 각 영화사]

다음달 14일 개봉을 앞둔 코믹 좀비영화 ‘기묘한 가족’. [사진 각 영화사]

올해는 극장에서 웃을 일이 더 많을 듯하다.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 신작 중 코미디 장르가 유난히 많다. 당장 다음 달에만 두 편이다. 14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시골마을 무대의 코믹 좀비물. 27일에는 계약결혼을 그린 김동욱·고성희 주연 로맨틱 코미디 ‘어쩌다, 결혼’이 개봉한다. 판다 납치사건에 휘말린 국가정보국 요원(이성민)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되는 소동극 ‘미스터 주’, 얼떨결에 폐업 직전의 동물원 원장이 된 변호사(안재홍)의 웹툰 원작 코미디 ‘해치지 않아’도 있다. ‘럭키’의 이계백 감독은 배우 차승원과 코믹 여행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은 장애를 딛고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나의 특별한 형제’를 선보인다.
 
여성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라미란·이성경은 코믹 수사극 ‘걸캅스’, 나문희는 두 편의 코미디를 들고 온다. ‘소공녀’(가제)에선 갑자기 생긴 손녀와 동거에 돌입한 부산 할매 역을, ‘오! 문희’에선 손녀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치매 노인 역을 맡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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