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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1억이 5억 되더니, 결국 7000만원”

1년 전의 일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폐쇄까지 검토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희망을 걸었던 20~30대 투자자들은 청와대 게시판으로 몰려가 거친 항의성 글을 쏟아냈다.
 

2030세대 2인의 투자 체험기
20대 대기업 직원 “그래도 …”
하루 3000만원 늘 때 부자된 기분
5억 됐을 때 현금화 했어야 했는데
투자 재개 … 조만간 다시 붐 일 것

30대 금융사 직원 “다시는 …”
회사 금지령으로 감시 피해 투자
잔고 늘 땐 월급이 돈 같이 안 보여
이제 실체 없는 자산엔 관심 끊어

그 후 1년. 암호화폐 거래를 둘러싼 환경은 극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1월 개당 25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시세는 28일 38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1년 새 반의 반 토막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폭락한 셈이다.
 
지난 1년의 변화를 2030 세대의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대 대기업 직원 A씨와 30대 금융회사 직원 B씨를 만나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A씨는 한때 1억원, B씨는 5000만원까지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마이너스 통장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신원 노출을 꺼린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익명으로 처리했다.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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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나.
A씨 : “예전부터 자주 드나들었던 포털사이트의 주식투자 카페를 통해 암호화폐를 접했다. 카페 운영자는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틀린 선택을 한 적이 없는 ‘투자의 신’으로 통했다. 내가 투자하기 시작한 건 2017년 4월인데 카페 운영자가 암호화폐 얘기를 꺼낸 건 훨씬 더 오래전이다. 사실 나는 조금 늦은 편이었다.”

B씨 : “회사 동기들이 하는 걸 보고 2017년 8월부터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회사에서 ‘우리 직원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말라’는 경고성 공문을 돌렸던 게 기억난다. 회사 동기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회사 몰래 투자 정보를 공유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부에 들키기라도 하면 회사 전체에 소문이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금은 얼마였나.
A씨 : “처음엔 2000만원으로 시작했다. 투자 카페에서 추천하는 코인마다 오르는 걸 보면서 투자금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한 달 뒤인 2017년 5월엔 갖고 있던 돈을 전부 모으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총 1억원을 투자했다.”

B씨 : “나는 5000만원을 투자했다. 모아놓은 돈이 없던 탓에 내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었다.”
 
시세가 급등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A씨 : “신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출근 직전 1억원이었던 잔고가 점심시간에 1억2000만원이 되기도 하고 퇴근 때 1억3000만원으로 불어났던 때였다.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뿐 아니라 투자 카페 회원들 모두가 경쟁적으로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꿈에 부풀어 있었다.”

B씨 : “그때 나는 거의 미쳐있었다. 창구에서 손님을 대하면서도 책상 구석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계속 시세를 체크할 정도였다. 점심 먹는 동안에만 100만원, 200만원씩 잔고가 불어나던 때였다. 동기들 사이에서 ‘월급(약 400만원)이 돈으로 안 보인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투자 결과는 어땠나.
A씨 : “잔고가 2017년 12월에 5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때 현금화했어야 했는데 못 했다. 결국엔 7000만원만 건지고 빠져나왔다. 내가 넣은 투자금이 1억원이니까 마이너스 30% 수익률을 본 셈이다. 나는 그나마 선방한 거다.”

B씨 : “잔고가 한때 1억원을 찍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를 했는데 원래 ‘두 배 수익률이 나면 무조건 원금을 뺀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원금 5000만원을 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처음으로 투자 철칙을 깬 거다. 지금 그 돈은 1300만원이 됐다. 3700만원 손실을 본 거다.”
 
“회사 실체 공부해 주식 투자” “암호화폐 실용적으로 진화”
 
암호화폐에 투자한 것을 후회하나.
A씨 : “후회라고 한다면 제때 돈을 못 뺀 게 후회스러울 뿐이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손실을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좋은 꿈 꿨다’고 생각한다.”

B씨 : “나는 사실 후회한다. 내년에 결혼할 생각인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됐다. 물론 배운 건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론 ‘실체가 있는 자산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금도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전과 달리 회사의 실체를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 결정을 내린다.” 
 
지금은 암호화폐를 어떻게 생각하나.
A씨 : “최근 암호화폐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투자 카페 운영자가 추천한 코인을 샀다. 이 코인은 음악가들에게 투명한 음원 수익을 나눠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하더라. 이제 암호화폐가 실용성을 갖추는 식으로 진화해간다고 본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조만간 또다시 붐이 일 것 같다.”

B씨 : “앞으로 절대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다. 암호화폐 때문에 최근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회사 감사부 눈치를 보느라 거래소에 넣어두고 전전긍긍했던 투자금을 얼마 전에야 겨우 찾았다. 다른 은행 통장을 여러 군데 거쳐 가면서 돈을 세탁한 뒤에야 거래 은행에서 만든 마이너스 통장에 1300만원을 갚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이것 때문에 지출해야 했던 이자를 생각하면 지금도 뒷골이 당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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