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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 탐욕과 민초 배고픔이 낳은 괴물…‘킹덤’ 어디로 갈까

‘킹덤’에서 세자 이창 역할을 맡은 배우 주지훈. 아버지가 걸린 병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에서 세자 이창 역할을 맡은 배우 주지훈. 아버지가 걸린 병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사진 넷플릭스]

이것은 좀비물인가 사극인가.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을 둘러싼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전 세계 190개국에 시즌 1(6부작)이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조선으로 간 좀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킹덤’은 배고픔에 관한 이야기”라는 김은희(47) 작가의 설명처럼 권력에 대한 탐욕과 민초의 배고픔이 맞닿아 탄생한 괴물들이 얽히고설킨 사회고발극에 가까웠다.  

 
역병은 왕에게서 시작된다. 권력 실세 조학주(류승룡) 대감과 그의 딸인 중전(김혜준)은 후궁의 아들인 이창(주지훈)이 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전의 태아가 출생할 때까지 생사초를 써서 왕의 죽음을 미뤄둔다. 그렇게 왕은 죽었지만 죽을 수 없는 괴물이 된다. 그에게 물린 주검을 정체 모르고 나눠 먹은 사람들 역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가 되자, 의녀 서비(배두나)는 이 기이한 역병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킹덤’에서 의녀 서비 역할을 맡은 배두나. 세자의 조력자로 생사초의 비밀을 파헤친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에서 의녀 서비 역할을 맡은 배두나. 세자의 조력자로 생사초의 비밀을 파헤친다. [사진 넷플릭스]

28일 만난 김은희 작가는 “좀비가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일 수도 있지만 식욕 외에는 다른 욕망이 모두 거세된 슬픈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전란 후 피폐하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조선 시대로 가져오면 그 아이러니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순조실록)에 기록된 괴질에서 모티브를 따온 그는 “임진왜란 때 선조나 6ㆍ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백성과 국민을 버리고 피난을 갔던 것처럼 역사는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 능력이 있는 위정자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좀비 영화의 기원을 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비롯해 ‘28일후’(2002) ‘새벽의 저주’(2004) 등 각종 좀비물을 섭렵한 그는 한국적 소재로 차별화를 꾀했다. 아침이면 좀비들이 툇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 감옥에서 나무 칼을 목에 쓰고 발버둥 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김 작가는 한옥 배경의 영화 ‘그해 여름’(2006)의 각본가로 데뷔했을 때부터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고택과 한옥을 많이 찾아다녔다”며 “조선 좀비의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민속촌에 가서 직접 달려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김은희 작가는 ’앞으로도 SF나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다만 로맨틱 코미디는 저말고도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8일 기자들과 만난 김은희 작가는 ’앞으로도 SF나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다만 로맨틱 코미디는 저말고도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드라마 ‘싸인’(2011)을 시작으로 ‘유령’(2012) ‘쓰리 데이즈’(2014) 등 장르물을 계속해 온 그의 첫 사극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CCTV와 휴대폰이 없는 시대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동차까지 없어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극본을 쓰려니 너무 힘들었다”며 “말 타고 가다가 좀비가 덮치면 끝 아니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극은 자료 조사를 통해 공간감을 가질 수 있는데 사극은 배경을 직접 가볼 수 없는 상태에서 벌판, 다리 등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점도 애로사항이었다”고 덧붙였다. 
 
'킹덤’은 ‘부산행’(2016) ‘창궐’(2018) 등 한국 좀비영화에 앞서 2011년 시작된 프로젝트다. 방송용 표현 수위를 고민하던 터에 시놉시스를 들은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윤인완 대표가 “만화로 먼저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2014년 ‘신의 나라’라는 웹툰으로 일본에서 먼저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은 ‘신암행어사’ 등으로 유명한 양경일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웹툰은 지구를 그린다고 해서 제작비가 더 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며 “영상물과 달리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것도 가능해서 세자 이창의 어린 시절을 담은 프리퀄에 가깝다. 역병이 만들어지는 계기와 주요 공간은 같고 캐릭터는 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첫 만남에 대해서는 “2016년 드라마 ‘시그널’ 종영 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런 작품은 어떻냐’고 역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킹덤’ 시즌1 후반부 배경이 상주로 옮겨오면서 세자의 주요 조력자로 등장하는 안현대감 역을 맡은 허준호. 3년 전 전란 때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여러 가지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1 후반부 배경이 상주로 옮겨오면서 세자의 주요 조력자로 등장하는 안현대감 역을 맡은 허준호. 3년 전 전란 때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여러 가지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회당 제작비만 15억~20억원이 투입됐지만, 제작과정에서 넷플릭스 측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대신 다음 회차 시청을 독려하기 위해 “회당 분량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가이드라인을 줬다. 그 과정에서 당초 8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은 시즌1, 2 각각 6부작으로 총 12부작이 됐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시즌1이 끝났는데도 이야기가 일단락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너무 늘어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 작가는 “한국 사극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도 있기에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전체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도 전사를 충분히 깔고 가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70분씩 16부작이 몸에 익어서 한국 드라마로 치면 이제 3부 절반 온 것이니 시즌2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 전작 ‘터널’의 경험을 토대로 밀폐된 공간에서 연출 효과를 극대화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 전작 ‘터널’의 경험을 토대로 밀폐된 공간에서 연출 효과를 극대화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작이 확정된 시즌2는 대본이 마무리된 상태. 촬영은 다음 달 시작한다. 영화 ‘터널’(2016)의 김성훈 감독이 시즌 1을 연출한 데 이어 시즌 2는 ‘특별시민’(2017)의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차기작으로 ‘피랍’을 준비 중인 김성훈 감독은 “미드 같은 경우에는 시리즈별로 감독이 다른 경우도 많다. 한 사람이 시리즈를 계속 책임져 나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른 제작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어 드라마에 도전했던 것처럼 다른 감독들이 풀어나가는 ‘킹덤’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추가 시즌 제작 가능성도 있을까. 김은희 작가는 “제작비만 있다면 당연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양과 가장 먼 땅끝 느낌을 주기 위해 부산 동래에서 시작한 만큼 같은 문화권인 동북아를 넘어 동남아까지 공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시그널 2’에 대해서는 “일단 쓰기 시작하긴 했다”며 “연출과 배우분들이 함께 해주셔야 가능하겠지만 제가 열심히 잘 쓰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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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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