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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본 '다람쥐 도로' 비극 떠오르는 文정부의 예타면제

누구나 경제 행위를 할 때 ‘비용 편익 분석’을 한다. 선택이 초래할 각종 물리적·시간적 비용(cost)과 이로부터 얻는 직간접적 편익(benefit)을 금전 가치로 바꾼 뒤,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이 서야 일을 추진한다. 우리는 이런 선택을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가계ㆍ기업은 수시로 비용 편익 분석을 하는데 수천억, 아니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 사업이라면? 그런 문제의식에서 1999년 도입한 제도가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다. 예타를 수행하는 김기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소장은 "예타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문지기’"라고 정의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가 29일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ㆍ도 지자체별로 1건씩 예타를 면제할 경우 사업 규모가 최소 20조원, 최대 42조원에 달한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타를 거쳐도 예산 낭비로 결론 나는 사업이 수두룩하다”며 “예타를 면제하면 최소한의 빗장마저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1월 28일자 1ㆍ6면>
 
자동차 대신 다람쥐만 다닌다는 일본식 ‘다람쥐 도로’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우선 예타 면제에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재정법에는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규정돼 있다. 국가 정책사업이거나 국가 안보, 남북 교류, 재난 예방, 문화재 복원 같은 사유가 인정될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광역별 1곳씩” 면제하는 건 예타의 원칙을 허무는 전형적 ‘나눠 먹기’ 행정이다. 김성달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사회간접자본(SOC)이 국가 안보처럼 시급한 사안도 아니고, 예타를 거쳐 시행하면 되는데 왜 무력화하려는지 의문”이라며 “비용 대비 편익이 1을 밑도는데 추진하는 사업은 차라리 현금을 뿌리는 게 더 낫다”고 지적했다.
 
예타를 면제할 ‘명분’도 없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줄곧 ‘예타 강화’를 주장했다. 예타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문 대통령이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는 “SOC는 사업비 규모가 커 예타를 강화해야 한다. 예타를 완화한다면 예산 낭비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ㆍ여당이 이 보고서를 다시 읽는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지역 균형 발전, 경기 둔화 예방도 중요하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원칙마저 허물면서 추진할 수는 없다. 예타 건너뛰려다 도로에 다람쥐만 뛰놀게 할 순 없지 않나.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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