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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남긴 몇 방울…72년산 '제네시스 디캔터' 선보인 맥캘란 증류소 가보니

 겨울철 스코틀랜드는 좀처럼 햇볕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에버딘 공항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스카치위스키의 본고장인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날씨 속에 빠르게 흐르는 스페이 강이 내려다보였다. 이 강의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는데다 전분 함량이 높은 스코틀랜드 보리의 주산지여서 이 지역에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가 밀집해 있다.

 
 1824년부터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한 맥캘란 증류소에 들어서자 이 브랜드의 메인 로고로 쓰이는 이스터 엘키스 하우스(Easter Elchies House)가 나타났다. 1700년대에 지어져 300년이 넘는 전통을 간직한 건물이다.
 
72년 산 한정판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

72년 산 한정판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

 세계에서 2번째로 위스키 공인 증류 면허를 취득한 맥캘란은 ‘몰트위스키의 샤토'로 불린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작은 증류기를 사용하는 맥캘란은 2차 증류를 마친 증류액 중 상태가 최상인 16%만을 오크통에 담아 숙성한다. 깐깐하게 품질을 관리한 결과 지금까지 세계 주류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1~4위 제품이 모두 맥캘란이다.
 
 지난 15일 저녁 맥캘란 증류소 저장고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맥캘란 수석 증류 기술자인 닉 새비지가 한정판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The Genesis Decanter)’ 제품을 소개했다.
 
 맥캘란 위스키가 익어가는 오크통 위에 놓인 제네시스 디캔터 위스키는 이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위스키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에 엄선한 맥아로 생산된 72년산 제품이다. 황금빛이 도는 밝은 호박색을 띤 이 위스키에 대해 닉은 “피트의 독특한 풍미와 오크통의 스모키하고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며, 시트러스 레몬과 그린 애플의 상큼한 향과 바닐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맥캘란의 새 증류소 모습

영국 스코틀랜드 맥캘란의 새 증류소 모습

 72년 산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는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위스키는 원액을 오크통에 담아 놓으면 숙성 과정에 증발한다. 스코틀랜드에선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한국과 같은 기후에선 위스키를 12년만 숙성해도 원액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맥캘란을 생산하는 에드링턴 그룹 측이 밝혔다.
 
 연평균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계절에 따른 변화가 적고, 흐리고 비가 많이 와 습도가 60% 정도를 유지하는 스코틀랜드에선 증발량이 연간 2% 정도다. 1917년 결성된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위스키에는 스카치라는 표현을 쓸 수 없도록 했다. 닉은 “제네시스 디캔터가 나온 것은 여러 우연이 겹친 결과"라며 “72년이란 세월 동안 위스키가 좋은 상태로 보존됐고 알코올 도수도 유지되는 등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천사들이 마시고 남겨둔 몇 방울을 모은 셈이다.
72년 산 한정판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

72년 산 한정판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

 
 제네시스 디캔터는 지난해 5월 완공된 맥캘란 증류소 증설을 기념하기 위한 제품이다. 프랑스 공예 명가 라리끄가 용기를 제작했다. 라리끄는맥캘란의 새 증류소에서 영감을 받아 크리스털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깎아 완성했다. 
 
맥캘란이 지난해 완공한 새 증류소의 내부

맥캘란이 지난해 완공한 새 증류소의 내부

 
 
 닉은 “72년 산 위스키는 맥캘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새 증류소와 함께 미래 70년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맥캘란 제네시스 디캔터는 600병 한정으로 제작됐다. 예상 가격은 700mL 기준, 6만 달러(약 6735만원)다.
 
스페이사이드=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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