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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靑경제보좌관 "젊은이들 헬조선 탓 말고 아세안 가라"

김현철 신 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철 신 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도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되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습니까.”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한상의 주관으로 정부의 2019년도 신남방 국가의 경제정책과 주요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연사로 나선 김 보좌관은 “우리나라의 50대, 60대도 할 일 없다고 산이나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재계 등에선 김 보좌관의 발언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거 아니냐”는 마리 앙투아네트식 실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자영업자의 해외 진출을 거론한 김 보좌관의 이날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한국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하는데 한국 식당들은 왜 아세안에, 뉴욕·런던에 안 나가느냐”면서 “한국 식당 수는 통계적으로는 이웃 나라 일본의 거의 3배에 가깝다. 여기서 경쟁하는 것보다 아세안으로 가면 소비시장이 연 15% 성장하므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에 가면 한국 학생들을 붙들고 어떻게든 한글을 배워보기 위해 난리”라고도 했다. 실업 대란으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정책을 펴나가야 할 청와대 경제참모의 발언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선 김 보좌관의 발언이 주제를 벗어난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오전 강연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은 “강연 자체는 기업이나 자영업자, 농업인 등 모두 아세안에 진출하자는 내용이었다”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가 사족이 붙은 것 같다. 혀를 끌끌 차는 참석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기업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었던 만큼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에 진출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만 말했어도 됐는데,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굳이 ‘50·60 세대에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 나가라’라고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참모가 실언으로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여론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거론하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실장의 발언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장 전 실장은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구 소재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김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뭇매를 맞았다. 일부 네티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과 비교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박 대통령의 실언은 지난 대선에서 전 정권의 청년 일자리 정책 무능을 꼬집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비난이 쏟아지자 김현철 보좌관은 이날 설명자료를 냈다. 그는 "신남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쳤다"며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60 세대인 박항서 감독처럼 신남방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말했다"며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남방지역의 한류 열풍으로 해당 지역 10·20세대가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우리 젊은이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강기헌ㆍ오원석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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