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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면보고 줄여라"···文을 읽는 남자, 노영민

청와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내부 회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비서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발생한 현안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능숙했던 반면, 노 실장은 지향점을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노 실장은 회의 때 모든 사안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와 매번 회의 말미에 ‘이번 건은 이렇게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결론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독감(AI) 문제를 예로 들었다.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임 노영민 비서실장이 첫 회의에 참석, 넥타이를 메지 않는 드레스 코드에 웃음 지으며 타이를 풀고 있다. 2018.01.14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임 노영민 비서실장이 첫 회의에 참석, 넥타이를 메지 않는 드레스 코드에 웃음 지으며 타이를 풀고 있다. 2018.01.14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관계자는 “과거라면 AI가 발생한 이후 조속한 대응책에 방점을 뒀겠지만, 노 실장은 ‘주변국에 AI가 확대되고 있으니, 미리 대비책을 시행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며 “AI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 참모들보다 한걸음 먼저 생각해 대안 마련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고민을 미리 대응하고 차단한다는 점에서 왜 문재인 대통령이 노 실장을 신뢰하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러한 변화는 노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실제로도 노 실장에게 상당한 전결권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23일 노 실장이 ‘대통령 대면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한 것도 대통령에게 휴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업무 시간 이후를 다양한 소통의 채널로 활용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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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진의 대면보고를 줄인다는 것은 상당 부분의 결재가 노 실장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선 의원 출신의 노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을 나란히 임명한 것은 이러한 정무적 판단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결권이 확대된 노 실장은 ‘청와대 기강 세우기’를 첫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청와대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 사무실마다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 문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14일 현안점검회의에서는 “SNS를 통해 사적이고 개별적인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실장은 지난주부터 ‘낮술 금지’와 함께 퇴근하는 직원에 대한 불시 가방검색도 지시했다.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장에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 이란 글이 걸려 있다.(사진 위) '춘풍추상(春風秋霜)' 밑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이 걸려 있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장에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 이란 글이 걸려 있다.(사진 위) '춘풍추상(春風秋霜)' 밑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이 걸려 있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직접 주문한 “경제계 인사를 두루 만나달라”는 요청도 중요한 대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경제와 관련해 좋은 지표는 제대로 알리고, 나쁜 지표는 조속히 대안을 만들어 대처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금 청와대 전체가 경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노 실장을 특정해 재계 인사와의 접촉을 늘리라고 한 것은 전체 청와대의 기조를 이끌라는 지시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과거 ‘금강전기’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해 10여 년 경영한 경험이 있다. 국회의원 3선을 하면서도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와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노 실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협회 관계자와 중기 대표 40여명과 간담회를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임 전 실장도 SK 최태원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밀실 접촉’이란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재계 접촉을 요청하면서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달라”고 한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다.
 
노 실장은 중기중앙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과의 간담회도 준비 중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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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