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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고 범위 일탈한 도로 점거 시위 참여해도 무조건 위법 아냐"

도로 위에서 시위대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위 사진은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DB]

도로 위에서 시위대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위 사진은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DB]

신고 범위를 일탈한 집회·시위에 참가했다 하더라도 무조건 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집회 때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항소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조대표는 2015년 3월 28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집회와 그 다음달인 4월 24일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각각 여의도와 종로 일대의 차로를 불법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조대표에 대해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위대와 함께 일부 행진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가 고의적으로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집회를 주최 또는 진행하였다거나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피고인과 (시위) 주최자 측이 공모공동정범이 될 정도의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대표를 비롯한 각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났고,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차로를 점거했을 무렵 이미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차벽에 의해 그 일대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이 질서유지선과 차벽을 설치한 것은 피고인 등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벗어나 행진해 초래된 결과”라며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은 교통방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의 도로를 점거해 다른 집회 참가자들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결했다.
 
쟁점은 조대표가 ‘직접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행동을 했는지’와 ‘주최측과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두 쟁점 모두 조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해 도로 교통을 방해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그런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참가자가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중대한 위반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거나,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와 관여 정도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이미 교통 통제가 이뤄진 도로를 행진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넘어 중대한 위법 행위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또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인과 각 집회 주최자들이 서로 연락해 교통 방해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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