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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3화. 십이지

열두 띠 동물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경북 경주 김유신묘의 호석에는 십이지신이 무기를 든 멋진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중앙포토]

경북 경주 김유신묘의 호석에는 십이지신이 무기를 든 멋진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중앙포토]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올해가 ‘어떤 동물의 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작년엔 개, 올해는 돼지죠. 또 태어난 해의 동물을 따서 ‘~띠’라고 해요. 올해 태어났다면 모두 ‘돼지띠’가 되죠. 띠를 나타내는 동물을 십이지(十二支)라고 하는데, 오래전부터 묘지나 절, 신당 등에 이들의 모습을 수호신처럼 표시하곤 했습니다. 경주에 있는 김유신 장군 묘를 보면 봉분을 둘러싼 호석에 무기를 들고 주변을 지키는 십이지신의 모습이 멋지게 새겨져 있죠.
 
십이지는 점술에도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가령 그 사람은 무슨 띠이므로 무슨 성격이라든가, 무슨 운명을 타고났다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태어난 해만으로는 정확하지 않으니 태어난 달이나 날짜, 시간처럼 다양한 요소를 더해서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십이지는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각 달에 보이는 별자리를 바탕으로 한 서양의 황도십이궁과 달리, 십이지의 동물은 별자리나 그 밖의 어떤 요소와도 관련되지 않았는데요. 일설에는 밤 11시부터 1시에 쥐가 활발하게 움직이기에 ‘자시’라고 했다고 하지만, 모든 동물에 맞는 설명도 아닐뿐더러, 용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도 아니죠. 역사학자에 따르면 오래전 점술에서 방위나 시간에 맞추어 12개의 단위를 정해서 정리했고, 여기에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 이름을 더해서 십이지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재미가 없죠. 그래서 ‘전설’이 추가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의 높으신 분이 동물들을 연회에 초대하여 도착한 순서대로 수호신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동물은 열심히 달렸는데, 자기가 느리다는 것을 알고 있던 소는 가장 일찍 출발해 가장 먼저 도착하죠. 하지만 결승선 앞에서 소의 뿔에 매달려 있던 쥐가 먼저 뛰어내려 1등이 됩니다. 결국 쥐가 첫 번째, 소가 두 번째 동물이 되었죠. 온화한 소가 처음부터 쥐를 태우는 것에 동의했다는 설도 있지만, 쥐가 소를 이용한 사실에는 차이가 없죠. 발이 빠른 토끼가 호랑이보다 늦게 도착한 건 동화처럼 게으름을 부렸다는 얘기도 있고, 몸이 작은 만큼 강물을 넘어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용이 그 다음으로 도착한 것은 세상을 위해 비를 뿌리느라 늦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열두 동물은 여러 가지 이유로 늦거나 빠르게 도착했는데요. 흥미롭게도 나라마다 이들이 늦거나 빠르게 도착한 이유가 다릅니다. 가령 중국에선 양·원숭이·닭이 서로 협력해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넜다고 하지만, 일본에선 사이가 안 좋은 개와 원숭이를 닭이 중재하다 보니 원숭이-닭-개의 순서로 들어왔다고 하죠. 돼지가 가장 늦은 것은 몸이 뚱뚱하고 느려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십이지의 돼지는 집돼지가 아닌 날렵한 멧돼지입니다. 훨씬 빨리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도중에 배가 고파 밥 먹고 잠들어 버려서 문을 닫기 직전에야 겨우 들어왔다고 해요.
 
십이지에는 현재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가 없죠. 이는 열두 동물이 정해진 후에야 고양이가 동양에 소개되었기 때문이지만, 전설에서는 쥐가 고양이에게 일부러 날짜를 다르게 알려주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 때문에 고양이가 쥐를 미워해서 쫓아다닌다고 말이죠. 베트남의 십이지엔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등장하는데요. 쥐와 고양이가 소를 타고 오다가 쥐가 고양이를 밀어 떨어뜨려서 호랑이보다 늦게 도착했다고 합니다. 결국, 쥐를 미워하는 건 마찬가지죠. 사실 이 전설은 십이지 동물이 정해진 뒤에 추가된 이야기입니다. 십이지가 정해진 이유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물의 성격을 잘 보여줘 재미있죠.
 
십이지는 오래전부터 동양인에게 친숙한 존재입니다. 그들은 수호신인 동시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존재로서 수많은 전설과 설화, 창작 작품에 등장하죠. 다만, 십이지를 오해해서 ‘어떤 띠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가령 위 전설만 보면 쥐는 교활하고 나쁜 존재여서, 쥐띠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쥐는 자신의 연약함을 잘 이해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한 영리한 동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생각할 수 있죠. 돼지는 게을러 보이지만, 복의 근원이기도 하죠. 여차할 때 힘을 발휘하는 면모도 엿보이고요.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으며, 긍정적인 것을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다. 십이지는 그해 태어난 사람만이 아니라, 그해 전체의 운세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죠. 올해는 돼지, 그것도 황색의 ‘황금돼지해’라고 합니다. 풍족한 느낌과 힘을 지닌 돼지의 행운이 모두에게 있길 바랍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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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