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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사회적 대화 20여년, 실제 대화는 고작 110일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건 1990년이다. 노태우 정부가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을 펴면서다. 민간의 임금 인상 수준을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었다. 한국노총이 이에 대항해 '국민경제사회협의회' 설립을 주도했다. 노사가 합의해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는 성격이었다.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투쟁 대신 노사가 협의와 숙의를 거쳐 정책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고리의 첫 발걸음이었다.
 
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중앙단위 노사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각 기업에 전파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앙단위 노사단체의 영향력이 산업현장에선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노사정과 공익위원으로 꾸려진 온전한 형태의 사회적 대화는 96년 처음 닻을 올렸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앞두고 노동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제도적 기구라기보다 임시 협의기구였던 셈이다. 95년 설립돼 돌을 갓 지난 민주노총도 참여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합법노조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이들을 노개위에 초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노개위의 논의 주제는 광범위했다. 노동시장 개혁조치가 총망라됐다. 이 가운데 정리해고, 파견근로, 탄력근로, 복수노조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를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는 노사 합의가 되지 않자 그해 12월 여당 단독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법을 통과시킨다. 이후 두 노총의 총파업 투쟁이 벌어지며 좌초한다. 사실상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댄 첫 사회적 대화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98년 외환위기 속에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이로써 사회적 대화는 제도권으로 흡수돼 상설 정부 기구로서의 위상을 갖춘다. 출범 3주 만에 90개 항목에 달하는 타협안이 나왔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속전속결형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절박함이 작용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못 했던 정리해고와 파견제가 담겼다, 고용안정과 실업대책, 사회안전망 확충방안 등 노동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첫 개혁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 직후 민주노총은 그 내용을 두고 내부 갈등이 빚어지며 지도부가 사퇴한다. 민주노총은 결국 그해 말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노사정위를 중요한 사회 협의체로 대접했다. 민주노총도 복귀를 꾸준히 타진했다. 민주노총은 2005년 대의원 대회에 노사정위 복귀를 안건으로 올렸다. 그러나 내부 폭력사태가 벌어지며 무산됐다. 이후 민주노총의 노사정 복귀 움직임은 사그라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이 채택됐다. 김대중 정부 이후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2대 지침(공정인사와 취업규칙 운영지침)에 반발해 4개월여 뒤 합의문 파기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사정위를 '경제사회발전노동위원회'로 바꾸고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직접 김명한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나 독려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이에 호응해 지난해 12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경사노위 참여를 타진했지만 대의원 대회가 무산되며 실패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복귀를 재시도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20여 년 사회적 대화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완전체형 사회적 대화가 실제로 3.3개월(노개위 3개월, 외환위기 3주)밖에 안 된다는 것은 각 경제주체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대화는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갈등을 풀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 장치"라며 "각 경제주체가 제 손의 이익, 즉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과 배려, 양보를 통한 신뢰 구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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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