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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온 아버지, 수술해도 가망없다면 …당신의 선택은?

기자
조용수 사진 조용수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 클리어(12)
“상태가 어떤가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심장이 멎어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요. 운 좋게 몸이 버텨내도, 머리는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
“병원에선 항상 최악의 상황만을 말하더군요. 그리고 겁을 주죠. 사실대로 말해주길 바랍니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거 아닙니까?”
“겁주는 거 아니에요. 아버님은 십중팔구 사망하실 겁니다. 혹여 살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거고요. 뇌 손상이 너무 심하거든요.”
 
평소 건강했던 아버지다. 119로 응급실에 실려 올 거라곤 상상조차 못 해봤을 터.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에 대해 상의를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아파하고 있을 여유도 없다. 나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허튼 희망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연명치료에 대한 사전의료의향서. 뇌 손상이 심해 혹여 살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이 환자의 연명치료에 대해 가족과 상의하기 위해 나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중앙포토]

연명치료에 대한 사전의료의향서. 뇌 손상이 심해 혹여 살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다. 이 환자의 연명치료에 대해 가족과 상의하기 위해 나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 [중앙포토]

 
“그럼 이대로 아버지가 죽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하나요?”
“아뇨. 저희는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할 겁니다. 이런 이런 치료를 할 거예요. 단, 아드님께서 동의를 해주셔야 가능하겠죠.”
 
“치료를 받으면 조금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거지요?”
“말씀드렸다시피 가능성은 없습니다. 기적이라면 모를까? 의학으론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잘해봐야 식물인간이 될 거예요. 그것도 모든 치료가 성공한다는 가정에서요. 외국 같은 경우엔 이런 상태면 안락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럼 치료는 왜 하자는 겁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니까요. 저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그걸 보호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치료를 멈출 겁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아드님 몫이니까요.”
 
“식물인간이 되면 죽는 것보다 못한 상황 아닙니까?”
“그건 제가 답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식물인간도 좋으니 살려만 주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물론 대부분은 식물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더군요.”
 
“저를 길러주신 아버님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식물인간이 되어 연명만 하게 되는 상황은 싫습니다. 그건 아버님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아드님의 두 가지 바람은 서로 상충합니다. 동시에 이룰 수 없습니다. 최선의 치료를 해볼지, 아니면 이대로 편히 보낼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치료를 선택하면 비용도 꽤 많이 듭니다.”
 
“병원비가 전혀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죠. 저희가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고. 게다가 가망도 없다고 하니 더더욱. 참 힘드네요. 살릴 수만 있다면 얼마가 들든 상관 안 할 텐데요.”
“판단이 어려울 겁니다. 나이가 젊고 살릴 가능성이 높은 환자였다면 애초에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거예요. 무조건 치료하자고 했을 겁니다.”
 
“치료를 포기하는 게 맞을까요?”
“그건 가족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보셨잖아요. 뭐든 조언을 해주십시오.”
 
 날벼락을 당한 가족에게 의사는 십수분 설명으로 답을 내라 종용한다. 그것도 당장. 나도 어쩔 수 없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이미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응급실은 그런 곳이다.. [사진 pixabay]

날벼락을 당한 가족에게 의사는 십수분 설명으로 답을 내라 종용한다. 그것도 당장. 나도 어쩔 수 없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이미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응급실은 그런 곳이다.. [사진 pixabay]

 
맞다. 나는 이런 환자를 수백 번은 보았다. 응급의학과 의사니까. 환자의 상태부터 예후까지, 모든 걸 알고 있다. 수 없이 많이 겪었고, 그때마다 수없이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보호자에게 넘겼다. 살면서 한 번도 고민 못 해 봤을 문제를. 의사도 모르는 문제를.
 
난데없는 날벼락에 경황없는 아들에게 단 십수분 설명으로 답을 내라 종용한다. 그것도 당장. 나도 어쩔 수 없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이미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응급실은 그런 곳이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쉽게 말해 이런 상황이에요. 치료로 나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그럼 왜 하느냐? 미련이 남을까 봐서 하는 거예요. 그러면 판단은 어떻게 하는 게 좋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살다가 나중에 어느 순간에라도 ‘그때 치료를 했으면 혹시 모르지 않았을까?’ 이런 미련이 들 거 같다면 끝까지 치료를 해보길 권해요. 후회를 남기지 않을 비용이라 생각하는 거죠.”
 
“선생님의 아버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그래도 치료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제 아버지요? 그렇게 물으시면 감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겠죠. 지금 필요한 건, 의사의 이성적인 의견 아닙니까?”
 
“그래도 알려주십시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치료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어느 쪽이든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뭐가 됐든 지금 내리는 선택이 최선일 테니까요.”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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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