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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관전평] '불안 요소 제거 실패' 벤투호, 실수 반복은 안 된다

A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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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3분, 카타르의 미드필더 압델아지즈 하템의 왼발 중거리슛이 골망을 흔들자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 모인 한국 팬들을 비롯해 취재진·중계진 모두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지금도 그 순간이 경기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결정적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0-1로 끝났다.

최소 4강까지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며 아랍에미리트(UAE)에 온 터라 당황스러웠다. ‘졌지만 잘 싸웠다’였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을 것이다. 이 경기를 돌이켜 보면, ‘질 만했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골 찬스가 많지 않았으며, 그마나 어렵게 만든 두세 차례의 기회는 부정확한 슈팅으로 사라졌다.

돌이켜 보면 경기력에 대한 불안감은 대회 시작 전부터 존재했다. 새해 첫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부터였다. 부상 선수가 많아 평소 쓰지 않던 변형 스리백으로 경기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당시엔 두 팀 모두 대회 직전이라 몸을 사렸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위기는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시안컵에서 실제로는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술을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사용했다. 왼쪽 풀백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대회를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기성용과 이재성이 다쳤다. 대회 중간에는 황희찬까지 몸 상태가 악화됐다. 여기에 의무 트레이너 이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대회 도중에 공개 브리핑까지 했다. 잘잘못을 떠나 잠재적 불안 요소가 내부에 너무 많았다. 결과적으로 대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수단 안팎으로 터질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안고 아시안컵이 시작된 것이다.

손흥민이 합류했을 때 동료들은 “드디어 23명이 모였네”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23명이 모두 모여 훈련한 날은 오지 않았다. 카타르전 벤치의 모습은 참담했다. 기성용·이재성·황희찬이 빠진 벤치는 허전했다. 교체 전술이 아쉬운 것을 떠나서, 교체의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불안요소가 많았던 위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제공

벤투 감독은 불안요소가 많았던 위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제공


불안 요소가 많은 팀이 그것을 이겨 내는 방법은 딱 하나다. 바로 승리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 위기 상황을 이겨 내지 못했다. “부상자가 있어도 다른 선수들이 있기에 괜찮다”는 말로 안심시켰으나 실전은 달랐다. 카타르전 막판에는 평소에 시도하지 않던 ‘롱볼 축구’를 했다.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여러모로 벤투 감독의 선택은 아쉬웠다.

그렇다고 이 모든 책임을 벤투 감독에게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 프로세스를 만들겠다던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빈틈을 노출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벤투 감독의 전술적 선택도 아쉽지만, 쇄신을 선언한 협회의 행정도 여전히 부실했다.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국가대표팀 감독의 숙명이다. 그러나 시간적 한계는 고려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중순에 부임했다. 9월 A매치는 시간 문제로 벤투 감독이 뽑은 선수들이 아닌 협회 추천 선수 위주로 소집됐다. 이후 10~11월에 열린 A매치로 아시안컵을 준비했다. 결국 4개월 동안 치른 7차례의 A매치 이후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어떤 팀에는 긴 시간일 수 있으나 소집 기간이 한정돼 있는 대표팀에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한 달 가까이 함께 중계하며 동행한 신태용 전 감독도 그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갑작스럽게 감독직에 올랐으며, 1년을 채 준비하지 못하고 월드컵에 나갔다. 독일전에 승리하기 전까지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벤투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카타르전 직후 신 전 감독과 나눈 짧은 대화는 이렇다.

“전술이 아쉽고, 패해서 안타까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5개월 만에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다친 선수까지 나오면 골치 아파진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분명 지적할 부분은 있지만, 그것보다 먼저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시안컵은 끝났다. 이제 월드컵 모드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생각하고 데려온 지도자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투 감독과 협회가 아시안컵을 교훈 삼아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부다비(UAE)=김환 JT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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