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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정은 웃게만든 트럼프 친서엔 "북 관심사안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관심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가 담긴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27일 밝혔다. 이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며 “친서에는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훌륭하다’고 평가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관심 사안’을 언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에게 구두로도 관심 사안 논의를 거론했고, 친서에도 담아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이 전날 방미 대표단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온 훌륭한 친서를 전달받으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단, 소식통은 관심 사안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대북제재 해제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담지는 않았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북한 입장에서의 ‘관심 사안’은 북한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즉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인 만큼 북한이 무엇을 가져올지에 따라선 대북제재 완화 등을 논의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김정은, 트럼프 친서 받고 “커다란 만족” … 이유 있었다

 
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 이후에 대북제재 해제 등 북한의 요구 사항을 수용한다는 기존 입장보다는 완화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8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가 비핵화되기 전까지는 완전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를 먼저 이행한 뒤 이후 대북 보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비핵화 단계에 맞춰 비핵화 보상을 논의하는 단계적 해법도 검토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대미 핵·미사일 위협 제거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비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은 앞서 “미국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대미 공격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불능화 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도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와 북·미 수교 등을 내걸면서도 일차적으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에 집중하려 한다는 정부 내부의 판단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100을 부른 뒤 일부를 얻어내는, 즉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한 뒤 남북 경협을 얻어내려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선전물. [연합뉴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 선전물. [연합뉴스]

남북은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남북 경협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엄격한 대북제재로 진전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무조건 재개와 경협 확대를 언급한 건 대미 협상에서 어떤 식으로든 남북 경협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예고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미국은 북한의 ICBM 계획 폐기와 북한이 표명했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폐기를 1단계 조치로 요구했다”며 “북한은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 석유 수출 제한 및 금융 제재 완화와 남북 경제교류의 제재 예외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북한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에 대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포함해 미국 측의 1단계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미국은 신뢰구축 대책의 하나로 평양 내 연락사무소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5일(현지 시간) 워싱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미국)가 북한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의 중대한 신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하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비핵화를 얻었을 때”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신호’를 보내면 제재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건 양측이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필요성이 통했기 때문”이라며 “외부 자원 유입이 절실한 김 위원장과 국내에서 정치적 열세 극복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면 빈손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단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을 약속했으면서도 아직 비핵화를 위한 실행 순서와 이행절차 등 로드맵에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논의 가능성을 암시했고, 공개적으론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음에도 북한과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건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실무협상에서 진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훌륭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극찬하면서도 “기다리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외면하던 상황을 벗어나 마주 앉으며 협의의 초입 단계에 들어선 건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했거나 가시적 진전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양측이 최근 워싱턴과 스웨덴에서 웃으면서 헤어졌지만 정상회담까지 웃음이 이어질지는 한 달 남짓 남아 있는 실무라인의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단정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북한의 대미 협상라인 교체가 어떤 의도인지도 변수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대신할 것이라는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만남을 독점하는 ‘단독 대표’가 될지, 아니면 다른 북한 인사들도 역할 분담으로 비건을 상대할지는 불분명하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혁철은 이용호 외무상이 양성한 금수저 집안 출신의 전략가”라며 “북한이 김혁철을 내세운 건 전략파트와 행동부서의 이원화에 따른 조치”라고 분석했다. 대북 전문가 일각에선 대미 협상에서 꼬장꼬장했던 최선희 대신 김혁철을 투입한 건 뭔가 성과를 내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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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