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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

박태희 산업2팀 기자

박태희 산업2팀 기자

2012년만 해도 중국 DJI의 드론 제조 기술은 뼈대 앙상한 장난감 헬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과 5년 뒤인 2017년,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손짓으로 제어하는 드론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은 전세계 1000여개 도시에 진출해 세계 인구 60% 이상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여신 규모는 100조원(지난해 2월 기준)으로 중국 2대 상업은행보다 3.7배나 많다.
 
중국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이들 업체들엔 공통점이 있다. 창업 초기, 정부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을 대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표현하는 유명한 경구가 있다.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다. 신사업이라는 총알들이 무수히 발사돼야 4차산업혁명이라는 과녁에 명중하는 사업들도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세계 스타트업 1번지인 미국의 신사업 유도 정책은 중국을 능가한다. 미국 정부는 신기술 등장에 따른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 ‘해를 주지 않는다(Do no harm)’는 원칙을 따른다. 신기술 성장에 해가 되는 규제는 아예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도 디지털 서비스 설계 원칙 열가지 중 하나로 ‘정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한다’라는 ‘덜 하기(Do less)’ 정책을 포함했다. 실리콘밸리에 매년 수천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영국 런던이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배경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우리 정부도 지난 17일 ‘ICT(정보통신기술)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했다. 신사업의 등장을 막지 않고 일단 허용한 뒤, 문제점이 생기면 보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다. 규제에 막혔던 숨통이 트인 것일까, 제도가 시행되자 마자 과기정통부엔 문의가 폭증했다. “이런 사업, 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쇄도한 것이다. ICT 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제도 시행 전 하루 평균 300명에서 제도 시행 후 6000명으로 20배 증가했다. 과기정통부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별도의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어야 했을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스타트업들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출범식에서 한 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트업이 잘 되는 사회는 왜 중요할까요. 대기업이나 가진 사람들만 대물림해 승자가 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스타트업으로) 국내 최고,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어서에요.” 샌드박스라는 규제 안전판 위에서 올해 무수한 신기술과 서비스가 장전되고 발사되기 바란다. 주력 산업이 휘청이고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센 이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태희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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