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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 모범’ 하나 없는 한국 공장…제조업·등대·꺼지나

세계적 컨설팅그룹 맥킨지와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제조업의 변화를 이끄는 ‘등대 공장(lighthouse factories)’ 16곳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밤바다 등대처럼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곳이다. 이들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국적은 독일(5곳)·미국(3곳) 외 중국·대만·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스웨덴·사우디아라비아(각각 1곳)였다.
 
소개된 ‘등대 공장’의 제조업 혁신 현장은 놀랍다. 중국 청두에 있는 독일 지멘스 공장은 생산설비에 부착된 센서와 측정장치가 모든 부품 및 제품과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100종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불량률은 0.001%에 불과하다. 드론과 디지털 헬멧을 이용해 드넓은 공장 내 설비 검사 시간을 90% 줄인 곳(사우디 아람코)이 있는가 하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현장에서 곧바로 비용을 계산하는 기업(이탈리아 롤드)도 있다. 하나같이 인공지능·클라우드·로봇·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바탕에는 학계나 스타트업 등과 손잡고 구축한 ‘혁신 생태계’가 깔렸다.
 
이런 혁신의 모범 사례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끼이지 못했다. 반도체와 조선·자동차·철강 등에서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국 제조업의 현실이다. 그 이유가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의 수준이 모자라서는 아닐 것이다.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 IC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화는 늦어도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정책적 노력의 결과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우리 제조업은 주춤대고 있다.
 
답답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촘촘하게 쳐놓은 규제망과 경직된 노동규제 등이 그것이다. 맥킨지가 소개한 ‘등대 공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꾼 혁신 사례다. 지금 선진국의 제조업 전략은 ‘일터 혁신을 통한 유능한 노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스마트 공장’도 이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는 노동 유연성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근로자 라인 배치 하나까지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우리 기업 현실에서 이런 혁신은 언감생심이다.
 
지금 한국 제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서 헤매고 있고, 생산성도 제자리 걸음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주력 제조업의 혁신과 재도약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를 바라보는 기업 눈길은 불안하기만 하다. 어제는 규제 혁파와 친기업을 이야기하다가 오늘은 공정경제와 스튜어드십 강화를 말하는 식이다.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정부 기조 속에선 기업들이 기를 펼 수가 없다. 혁신에 필요한 ‘축적의 시간’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산업 정책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매달렸던 전 정부보다 뭐가 우월한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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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