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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38억→18억…항의하면 깎아주는 공시가격

지난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고무줄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 22만 가구 표준주택을 대상으로 미리 공개했던 예정 가격이 이의신청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들쭉날쭉 조정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올해 이의신청 건수는 1599건으로, 이 중 694건이 받아들여져 가격 조정이 됐다. 43%의 조정률이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률(전국 평균 9.13%, 서울 17.75%)을 기록하면서 소유주와 지자체의 반발이 잇따르자 무마에 나선 것이다.
 
박철형 한국감정원 주택공시처장은 “소유자와 지자체의 의견, 인근 주택 가격과의 균형을 살펴 공시가격을 조정했다”며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은데, 올해 공시가격 변동 폭이 크다 보니 정성적인 판단으로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표준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 “항의하면 깎아주는 거냐,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가격이 14억3000만원으로 똑같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2층 단독주택(연면적 289.69㎡)과 3층 다가구주택(연면적 480.12㎡)의 경우 둘 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37억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2.7배의 상승률이다. 하지만 이의신청을 거치면서 단독주택은 27억3000만원으로, 다가구주택은 18억40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대폭 낮춰졌다. 마포구 연남동의 2층 단독주택(연면적 177.79㎡)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10억9000만원에서 올해 32억9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정 가격이 통지됐다. 하지만 이의신청을 받아 조정한 결과, 21억5000만원으로 최종 공시됐다.
 
수십억원대의 공시가격 조정 사례도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25억9000만원이었던 강남구 역삼동 다가구주택(연면적 659.22㎡)의 경우 예정가격이 83억9000만원으로 고지됐다가 최종적으로 64억9000만원으로 결정됐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매년 의견청취를 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검토해 반영하고 있는 정상적인 절차”라며 “이의신청이 예년보다 많이 들어왔지만 급등한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5일 ‘2019년 표준주택 가격공시’를 발표하면서 “전년도에 산정된 공시가격에서 더하고 빼는 수준이 아닌, 시세를 더 철저히 조사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시세 조사를 바탕으로 저평가된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을 상향 조정해 ‘공평 과세’를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세 조사 방식을 놓고 여전히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공동주택처럼 표준화돼 있지 않은 데다 거래도 많지 않다. 더욱이 방문해 집 상태를 조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몇몇 거래된 사례를 토대로 시세를 정하다 보면 오류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독주택의 경우 낡은 집이 많다 보니 리모델링한 집과 아닌 집의 가격 차이가 크다”며 “하지만 지금의 시세 조사 방식대로라면 리모델링한 집이 거래되면 이를 토대로 시세가 정해지고 주변 가격이 다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공시가격의 경우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치면서 다가구 주택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향 조정됐다. “서민 임대용으로 사용되는 다가구 주택에 과도한 보유세 증가 시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국토부 측의 입장이지만, 이조차도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태욱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은 “올해 공시가격의 경우 전반적으로 인상의 근거가 희박하고 공감대가 충분치 않아 조세 저항 등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문가도 아닌 감정원 직원들이 정확한 시세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공시가격이 급등할수록 평가 기준을 놓고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화·김민중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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