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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망명 후 北외무성 초토화···김정은 7촌도 해임

조성길(가운데). [AP=연합뉴스]

조성길(가운데).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조성길이 망명한 후 그가 소속됐던 외무성 고위 당국자와 노동당 인사들이 줄줄이 처벌받은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조성길이 대사관에서 종적을 감춘 뒤 북한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체포조를 현지에 파견해 신병 확보에 나섰다.<본지 2019년 1월 3·4일자, 1면> 하지만 조성길의 망명을 막지 못한 뒤 결국 북한은 관련 책임자들을 대대적으로 처벌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27일 “사건 발생 직후 조직지도부가 중심이 돼 외무성을 검열했다”며 “외무성 운영의 책임자인 이용호 외무상에게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두경고했다”고 전했다. 당초 북한 당국은 이 외무상을 철직(해임)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조씨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구두경고까지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체류 중인 북한 외교관들의 사상학습과 생활을 챙겼던 허철 외무성 당위원장(옛 당비서)에 대해선 ‘철직’ 처분을 내렸다. 소식통은 “외무상은 정책과 관련한 부분을 책임지지만 외무성이 당의 결정을 차질없이 적용하는지, 구성원들의 생활이나 충성심을 함양하고 있는지 등은 외무성 당 위원회가 관할한다”며 “구성원의 이탈에 대한 책임을 당 위원장인 허철에게 추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철은 김일성 주석의 고종사촌인 김정숙의 장남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전 외무상이자 대남 담당 비서(통일전선부장)를 지낸 허담(1991년 사망)의 아들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7촌으로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에 이은 인척 처벌인 셈이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에선 토대(배경)가 좋으면 어지간한 실책에 대해선 용서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를 철직시켰다는 건 그만큼 이번 사건을 북한 당국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보고받은 뒤 철저한 관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2016년 태영호 전 영국 공사가 한국에 왔을 때 북한에서 고위직 인사중 철직당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 직후엔 허철을 포함해 외무성 간부처장과 인사처장도 함께 철직시키는 등 엄중 처벌이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조 대사대리의 집안이 노동당 고위층이라는 관측 속에, 고위층의 도미노 탈북을 막고 이번 사건이 체제 이완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최근 부모와 함께 해외에 체류 중인 외교관 자제의 귀환을 지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 해외에서 생활하다 탈북하는 걸 막기 위해 해외 주재원들은 인질 개념으로 자식들을 북한에 두도록 했지만, 김정은 집권 후 기준이 다소 완화됐다”며 “하지만 조성길 망명 사건이 발생한 뒤 해외에 있던 주재원들의 가족 중 일부를 귀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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