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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혹'의 그곳···"창성장 예약 꽉 차, 웃어야 할지"

[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 ‘손혜원 의혹’ 게스트하우스서 1박 2일
지난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현지 기자회견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로 창성장 앞 길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목포=조강수 기자]

지난 23일 오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현지 기자회견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로 창성장 앞 길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목포=조강수 기자]

적산(敵産)가옥. 네 글자에는 일본제국주의에 시달리며 살았던 민간인들의 아픈 역사와 기억이 담겨 있다. 시간이 그 가옥에 숨죽이고 숨어서 발효를 계속해왔다. 그러면서 어엿하게 존재가치를 입증한다.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것이라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조선총독부로 쓰였던 중앙청이나 경찰 고문실 등은 징그럽지 않은가. 일제시대 때 목포의 일본인 거주지역인 남촌과 달리, 조선인들이 주로 살았다는 ‘북촌(北村)’의 적산가옥들 때문에 소용돌이에 휩싸인 만호동·유달동 일대를 가 봤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면(面) 단위 전체가 통째로 ‘근대역사문화공간(문화재 지구)’으로 지정되면서 감춰졌던 사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문화공간 지정 1년여전부터 건물 수십채를 조카·남편 재단 등의 명의로 매입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관에 전시된 일제 시대 목포5거리 모습. 적산가옥들이 즐비하다.[목포=조강수 기자]

목포 근대역사문화관에 전시된 일제 시대 목포5거리 모습. 적산가옥들이 즐비하다.[목포=조강수 기자]

 
이른바 ‘손혜원 타운’ 의 원점에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길 건너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 ‘손소영 카페’가 있다. 창성장과 카페를 두고는 손 의원이 매입 자금을 대 조카들에게 증여한 것인지, 차명 보유한 것인지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창성장의 경우 건물 매입 시점이 이 지역의 등록문화재 지정 1년여전인 2017년 6월이라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게스트하우스 정식 오픈일(작년 8월 10일)이 지정 고시(작년 8월 6일) 나흘 뒤인 것으로 최근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아까 왔던 의사 부부가 창성장에서 잔다던데요. 오늘 목포에 왔는데 12만원을 내고 별채를 예약해서 잔다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별채는 적산가옥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다른 방보다 더 비싸답니다.”
 
지난 23일 저녁 목포시 구도심의 한 음식점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까 오후에 찾아갔을 때만 해도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인적조차 없었는데 어찌된 일이지? 의심을 하면서도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뚫어봐야 하는 게 도리다. 후배 기자들의 도움으로 114에 확인해보니 전화번호 등록이 안 돼 있다. 창성장 간판을 찍은 사진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 걸었다. 이번엔 주인도 종업원도 아닌, 지나가던 투숙객이 받았다가 끊고는 감감무소식. 수소문 끝에 네이버 블로그(목포창성장)나 카카오톡 친구맺기를 한뒤 댓글을 남기면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약 접수를 하자 신기하게도 목포창성장님이 ‘몇 분이세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한 명이라고 답했더니 ‘농협 352-XXXX-XXXX-XX 채○○. 성함과 투숙일 (숙박비) 7만원이요. 현재 방 2개 남았어요’라는 문자가 다시 왔다. 아마도 여성 채씨는 창성장의 청년 소유주 3명 중 한 명인 듯했다. 30분 내로 가서 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느냐고 하자 지금 4, 5호실이 남았는데 문의가 너무 많아 즉시 결제 여부를 결정한 후 연락달라고 했다. 곧바로 결제하고 4호실을 골랐다. 창성장에선 나이 지긋한 여성 분이 나와 안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손 의원의 올케인 문모씨였다. 4호실은 침대방이었다. 화장실이 좁았고 철제 문이 옛날 감옥을 연상케 했다. 책상, 의자, 스탠드는 빈티지급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건물 전체를 둘러봤다. 붉은 색과 초록 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건물 외벽은 전문 작가의 솜씨가 들어갔단다. 또 1, 2층마다 5개의 방이 있었는데 건축 구조가 독특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들도 4인 가족, 연인, 부부, 취재 기자 등으로 다양했다.
 
창성장 2층에서 바라본 풍경. 분재들과 객실 창문이 보인다. [목포=조강수 기자]

창성장 2층에서 바라본 풍경. 분재들과 객실 창문이 보인다. [목포=조강수 기자]

창성장은 리모델링할때부터 손소영 카페와 마찬가지로 손 의원의 손때가 많이 묻었다고 한다. 지난해 정식 오픈 때는 직접 와서 투숙객들과 민어회로 축하 파티를 하고 다음날 사진도 공유했다. 목포 창성장 블로그와 카카오톡을 담당하는 이모 실장도 손 의원 회사 직원 출신이다. 이실장에게 물었다.
 
창성장의 연원은.
“원래 일제강점기에는 목조건물로 지어진 고급술집(‘요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밀실이 많은 구조다. 1960년대 초 한국인이 인수해 2층 여관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시멘트 재질로 바꿨다. 영업을 하다 장사가 안돼 10년정도 비어 둔 곳을 인수해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했다. 상호는 여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 실장은 “이달은 물론이고 다음달 중순까지도 예약이 거의 찼다”며 “이번 손 의원 투기 의혹 사건이 터진 후 약간 과장해서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간이 안 간다”고 말했다.
 
24일 찾아간 손소영 카페 문에는 ‘임시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목포 손소영 카페 앞 게시판 풍경                       [목포=조강수 기자]

목포 손소영 카페 앞 게시판 풍경 [목포=조강수 기자]

 
목포의 시선은 엇갈렸다. 도심 재생의 불빛을 던진 정치인이라는 시선과 음습한 사익 추구자라는 비판적 시선이 공존했다. 창성장 입구 건물에서 40여년간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해왔다는 정성률(84) 할아버지는 손 의원을 두둔했다.
 
“구세주여. 목포시민들에게는. 창성장을 포함해 20년간 못 파는 집들 사서 리모델링해 근사하게 만든거여. 그걸 투기로 몰아선 안 되제잉. 우리가 국회의원 10번 찍어주고 대통령까지 만들었어도 목포에 공장 하나 지은 사람 있다요?”
지난 23일 정성률 할아버지(모자 쓴 이)가 "손혜원이 큰일을 햇다"고 얘기하고 있다. [목포=조강수 기자]

지난 23일 정성률 할아버지(모자 쓴 이)가 "손혜원이 큰일을 햇다"고 얘기하고 있다. [목포=조강수 기자]

 
지난 23일 손혜원 의원 기자회견을 앞두고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다. 서울 마포에서 왔다는 시위자에게 주민들은 "여기는 목포여. 시위는 마포 가서 해"라고 말했다. [목포=조강수 기자]

지난 23일 손혜원 의원 기자회견을 앞두고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다. 서울 마포에서 왔다는 시위자에게 주민들은 "여기는 목포여. 시위는 마포 가서 해"라고 말했다. [목포=조강수 기자]

인근 공업사 사장은 입장이 달랐다. “작년 국정감사 때 선동렬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출근도 안 하고 연봉 받는 거 아니냐’고 악담하는 걸 봤는데 너무하대잉. 부동산 투기 문제는 시민운동가라면 모르나 국회의원이 할 일은 아니제. 처음부터 솔직했어야 헌디. 거짓말을 숨기려다보니 일이 커진 것 아니라요?”
 
24일 오후 손 의원의 이른바 ‘헛간 기자회견’이 열렸던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부지를 하룻만에 다시 찾았다. 텅 빈 목조 건물이라 먼지가 풀풀 났다. 손 의원은 23일 회견에서 “제대로 박물관을 만들려면 500평 규모는 돼야 하는데 현재 300평 정도 산 상태에서 더 이상 추진할 힘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투기·차명 의혹, 이해충돌 회피 위반 등에 대해선 강력 부인했다. 전남종합예술인협회 정형영(50) 대외협력이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피감기관에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하면서 뒤로 부동산을 여러 채 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견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나직히 말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일찌감치 한 자락 깔고 가려는 전략적 회견 같다. 그런데 도대체 손혜원의 저 근거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나전칠기박물관을 지으려고 남편 재단 명의로 매입한 건물의 입구. 좁은 골목을 지나야 내부가 나온다.                                [목포=조강수 기자]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나전칠기박물관을 지으려고 남편 재단 명의로 매입한 건물의 입구. 좁은 골목을 지나야 내부가 나온다. [목포=조강수 기자]

신년 기자회견 때 근거없는 정책 추진의 자신감의 출처를 물었던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답을 못했지만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손 의원은 어땠을까. 혹시 그의 자신감의 근거에 ‘대통령을 만들어 낸 것도 나고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네이머도 나’라는 자부심 외에 대통령 가족과의 친분관계가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적산가옥에는 죄를 묻기가 어렵다. 인간의 은밀한 욕망이 문제다. KTX를 타고 올라오면서 스마트폰으로 재생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폐부를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럴수록 ‘다스는 누구 것이냐’ 처럼 ‘창성장은 진짜 누구의 것이냐’는 의문도 스멀스멀 불어났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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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