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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가다 멈춘 캐리어 로봇…중국선 성공할 때까지 밀어줬다

한국 미래의 심장, 판교밸리
아날로그 플러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9에 헬멧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디바이스 ‘어헤드엠’을 전시했다. [사진 아날로그 플러스]

아날로그 플러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9에 헬멧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디바이스 ‘어헤드엠’을 전시했다. [사진 아날로그 플러스]

9628.58㎞. 대한민국 판교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이 물리적 거리다. 판교에게 라스베이거스는 경부고속도로(416㎞) 23개가 연결되는 만큼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이역만리 먼 도시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 판교 스타트업들의 눈과 귀는 일제히 라스베이거스로 쏠렸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로 불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매년 1월 열리는 CES는 최첨단 기술이 소비자와 어떻게 만나는지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 투자자와 유통사가 스타트업과 기업을 접촉할 다국적 ‘만남의 광장’이기도 하다. 올해 CES엔 4500개 이상의 기업이 부스를 차렸고 18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직접 찾았다. 스타트업일지라도 조금만 여력이 있다면 부스 설치 비용에서부터 비행기 값, 체류 비까지 만만치 않은 지출을 감수하고 이곳을 찾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이번 CES에 참여했던 판교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라스베이거스 체험기를 들었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고 첨단 기술을 보며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박재흥 아날로그 플러스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박재흥 아날로그 플러스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2016년 말 창업한 박재흥 아날로그 플러스 대표(38)는 “첨단 기술의 바닷속에서 우리 회사 제품의 미래를 봤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헬멧 사용자를 위한 블루투스 디바이스 어헤드엠(Ahead M)을 들고 이번 전시를 찾았다. 어헤드엠은 헬멧에 부착해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일종의 초소형 스피커이자 마이크다.
 
“여러 전시관을 둘러 봤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텔의 자율주행차였어요. 차 안의 모든 유리가 컴퓨터 모니터처럼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췄더라구요. 미래에는 이런 자율주행차처럼 1인용 모빌리티(전기 킥보드 등)가 보편화할 것 같아요. 자율주행차 유리가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1인용 모빌리티에선 헬멧이 맡지 않을까요. 우리 제품 같은 기기들이 점차 헬멧 하나로 융합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전기 킥보드를 타거나 스노보드를 탈 때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 않나요. 앞으론 스마트폰의 기능을 헬멧이 흡수하는 스마트헬멧의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강남 블루필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김강남 블루필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들고 다니는 180g짜리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블루필 김강남(37) 대표는 해외 스타트업들이 올해 유난히 ‘개인’에 초점을 맞춘데 주목했다.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유레카 파크를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예전과 다르게 개인의 안락, 행복에 집중한 제품들이 많았어요. 편안한 수면을 도와주는 스마트 기기도 많이 보였고 또 여러 가지 향수를 섞어 3D(차원) 프린터처럼 내가 원하는 향을 뽑아주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우리 제품도 그런 부분에선 글로벌 트랜드에 맞춰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신영준 플랫포스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신영준 플랫포스 대표는 ’CES에서 본 첨단 기술에서 미래 사업 실마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많은 기업과 접촉해 든든한 글로벌 유통망과 투자자들을 확보한 기업도 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 플랫포스는 이베이, 아마존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플랫포스는 실물 입장권만 발행하는 그랜드 캐니언, 디즈니랜드 등 미국 관광 명소의 입장권을 모바일 상품권 형태로 만들어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신영준(51) 대표의 얘기다.
 
“이번 CES에 나간 목적은 ‘우리 서비스가 과연 해외에서 통하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 관광지 입장권을 이베이 등에서 모바일 상품권으로 판매하는 것처럼, 해외 관광상품도 동일한 형태로 유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CES에서 150개 이상 업체 관계자를 만났어요. 미국 유명 시리얼 회사가 시리얼 자판기를 위한 모바일 상품권 발행 여부를 타진하기도 하는 등 성과가 많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블루필 김 대표는 “미국은 공기가 좋아서 우리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하지만 자동차 대국인 점을 고려해 공기청정기를 자동차 안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더니 관심을 가지더라. 향후 지역별 제품 홍보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많은 사람이 오가는 비좁은 통로에 빨간색 여행용 가방(캐리어)이 등장했다. 사람이 잡지 않고 끌지도 않았는데 캐리어는 앞서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따라왔다. 제법 빠른 속도로 걸어도 요리조리 행인들을 피해가며 쫓아왔다. 중국 스타트업 코와로봇이 개발한 자율주행 캐리어 ‘로버 스피드’였다. 로버 스피드의 국내 총판 자격으로 이번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 이명언(35) 굿인터내셔널 대표는 코와로봇의 성장 과정을 보면 국내 스타트업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코와로봇의 자율주행 캐리어다. [박민제 기자]

중국 코와로봇의 자율주행 캐리어다. [박민제 기자]

“로버 스피드 시제품이 처음엔 사람을 1m도 따라오지 못하고 멈췄어요. 그래도 중국 정부와 투자기관은 회사를 전폭적으로 밀어줬어요. 코와 로봇이 매출이 없는 상황에도 2년여간 연구개발 직원을 50명이나 두고 자율주행 캐리어를 끝까지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주는 국가와 각 기관의 지원 덕분이라 생각해요. 매출이 나오기 전에는 투자자를 찾기 힘든 국내 스타트업 현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창업자를 존중하는 문화도 판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플랫포스 신 대표는 외국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삼겹살 회식’을 하면서 많이 놀랐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미국 실리콘밸리 쪽은 창업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고하다. 5~6번 창업하다 망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투자자들이 리스펙트(존경)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걸 봤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 창업자’로 측은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는 국내 현실과는 사뭇 달랐다”고 털어놨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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