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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조사, 검사들 회피…말 안섞는 후배도 있더라"

조희진 전 검찰 성추행 조사단장 인터뷰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사건 수사부터 기소까지 책임진 조희진 변호사(전 동부지검장)를 서초동 법무법인 담박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현동 기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보복 사건 수사부터 기소까지 책임진 조희진 변호사(전 동부지검장)를 서초동 법무법인 담박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현동 기자

 

“계속 마음 한 켠에 짐이 있었는데…이제야 조금 홀가분합니다.” 
지난 25일 만난 조희진(57·전 서울동부지검장) 변호사는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1심 선고 이틀 뒤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 단장을 맡아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에게 동료 검사들을 조사해야 하는 부담감이나 ‘셀프 수사’라는 비판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수사 자체를 흔드는 주변의 말들이었다. 기소 직전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아졌다. “평소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던 사람들도 막상 구속이 안되니까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말하더라”며 조 변호사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기소 직전까지 고민했지만…모든 정황이 ‘안태근 유죄’를 가리켰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뒤 얼마 가지 않아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담박에 합류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소회가 어떤가.
 28년간 몸담은 검찰은 겨우 떠났어도 수사 책임자로서의 부채의식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밤낮으로 일했는데 돌아오는 건 비난뿐인지라 나보다도 조사단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1심 판결을 받아 보니 다행히 법원에서 조사단의 기소 논리를 100% 가까이 받아들인 것 같아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 이번 선고가 검찰 인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관련된 검사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에 애를 먹었는데.
 기소 직전까지도 조사단 내부에서 논쟁이 치열했다. 피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검사들이 진술을 너무 안했다. 책임져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만 해달라는데 다들 “나한테 왜이러냐”는 반응이었다. 검찰에서 진술해놓고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바꾼 증인도 있었고, 평소 친분이 있던 내가 조사하겠다니까 이후로 말도 안 섞은 후배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싶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징역 2년)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건 이례적이다. 선고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나.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서는 다 무죄 나올 거라고 했다. 안 전 검사장이 결백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행정기관 내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직권남용으로 판단한 판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이 이 사건이 ‘에포크 메이킹(epoch-makingㆍ획기적인)’ 기록이 될 거라는 격려를 해주었는데 정말 이제까지 없던 획기적인 선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무부 압수수색이 결정타…서지현 통영 발령 부자연스러웠다”
지난해 검찰 성추행 조사단 단장을 맡을 당시의 조희진 변호사. [연합뉴스]

지난해 검찰 성추행 조사단 단장을 맡을 당시의 조희진 변호사. [연합뉴스]

 
주변의 ‘무죄’ 예상을 뒤집고 실형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 인사위원회가 생긴 이래 15년 간의 선례를 전수 조사했는데 서 검사처럼 갑자기 오지로 발령난 사례가 없었다. 설령 사무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검사였어도 말이다. 법무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사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사 발표 직전에 서 검사 배치가 급하게 바뀐 것이다. 소속 지청장이 항의하고 당사자가 사표를 내려하는 등 모든 정황이 이례적 인사임을 가리켰다.  또 안 전 검사장은 “서지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모른다”고 했지만 검찰 내부에 소문이 퍼져 감찰 조사까지 벌였는데 그가 보고를 못받았다는 건 비상식적이다. 안 전 검사장에게 직접 주의 경고를 주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안 전 검사장 측에서 항소하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평검사 인사를 일일이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인사 불이익을 주냐”는 취지다. 나머지 재판은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사건에 대한 결론 자체는 뒤집어지지 않을 거라 본다. 검찰국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검사들의 인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가 봐도 이례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되지 않도록 항상 관리해야 할 책임을 가진다. 그런 인사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일 그 이유로 무죄가 난다면 앞으로 검찰 인사는 국장도 모르게 실무자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걸 법원이 인정하는 게 된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 부분을 잘 판단해줄거라 생각한다.
조희진 변호사. 임현동 기자.

조희진 변호사. 임현동 기자.

조희진 변호사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나와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제19기)을 수료하고 1990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 지청장 등 가는 곳마다 ‘여성 1호’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 2013년에는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최초의 여성 검사장이 되는 역사를 썼고 2017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총장 후보에도 올랐다.
  
이후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를 계기로 꾸려진 검찰 성추행 조사단 단장을 맡아 내부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지난해 9월 검찰에 사표를 내면서 내부 통신망에 "검사로 재직하는 30년 동안 유리천장을 깨려고 노력했다. 제가 못 이룬 과제는 후배 여성 검사들이 곧 이루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는 글을 남겼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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