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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체크]“강준상 같은 성공한 마마보이 사회지도층에 많아”

[윤석만의 에듀체크]SKY캐슬은 현실일까⑥
“내일 모레가 오십인데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이렇게 키웠잖아요.”
 
종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 드라마 ‘SKY캐슬’에는 주인공 강준상(정준호 역)이 어머니에게 절규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수술에서 배제돼 사망한 소녀가 사실은 본인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큰 혼란에 빠지죠. 그러면서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학력고사 전국 1등을 하고 의사까지 됐는데 정작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며 끝까지 ‘마마보이’의 모습을 보입니다.
 
'SKY캐슬'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쥔 상위 0.1% 부모들의 자녀교육 이야기입니다. 의사·변호사 등 ‘잘 나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각종 사교육을 활용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죠. 이들의 지상 최대 목표는 서울대 합격입니다. 친구가 죽고 좋아하는 이성이 살인죄로 누명을 쓴 상황에서도 대입을 걱정하는 여고생 예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며 예서를 인성이 바르지 못한 아이로 키워온 엄마 한서진(염정아 역)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녀를 부모의 트로피로 삼으려는 어른들의 잘못된 욕망과 모든 걸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아이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교육이 절대적인 신분 상승의 통로였던 지난 시대의 성공 방정식이 부모들의 끝없는 욕심과 결합하며 생겨난 세태입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지위는 높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아이 같은 어른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죠.  
 
강준상은 혜나의 죽음과 예서의 대입 문제를 놓고 갈등하며 선배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시험은 늘 100점이었는데, 이런 문제는 답을 못 찾겠네.” 그러나 다행히도 뒤늦게 스스로의 판단으로 예서와 한서진이 그 간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용기를 냅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죠.
 
오늘 ‘에듀체크’는 ‘SKY캐슬’이 던진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경희대 교육혁신사업단장과 고등교육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중백 교수가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는 UT(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전문가입니다.  
 
[윤석만의 에듀체크]SKY캐슬은 현실일까
①'SKY캐슬'의 입시 코디···70%는 진실
②고액 입시코칭 정치인·장관 아빠 줄서  
③SKY 합격자에 고소득층 자녀 많아  
④교실=전쟁터, 90%는 들러리 만들어  
⑤자녀 입시 앞에 내로남불 지식인 많아  
⑥강준상처럼 성공한 현실 속 마마보이들
현실에도 ‘강준상’ 같은 어른들이 많을까.
“지금의 30·40대는 어릴 때부터 학원과 과외에 익숙한 세대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원 한 두 개 쯤 다녀본 경험들은 모두 갖고 있다. 그러면서 엄마의 ‘치맛바람’도 겪었다. 이 때부터 부모가 계획한 대로 아이를 사교육에 맡기는 일들이 많아졌다. ‘마마보이’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도 90년대부터다.”
 
왜 그럴까.
“90년대 이전과 이후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80년대가 민주화 운동의 시대였다는 특징도 있지만, 그 당시는 사교육이 금지된 시대였다. 신군부가 들어선 직후 전국에 ‘과외금지’ 조치를 내렸다. 몰래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놓고 사교육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처럼 사교육 광풍이 일진 않았다.”
 
실제로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과외를 전면 금지했다. 여기엔 대학생, 학원 강사, 현직 교사 등이 하는 모든 과외가 포함됐다. 사실상 사교육 전반을 금지한 셈이었다. 조치 후 학원가에선 학원수강료를 돌려받으려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부 부유층에선 명문대 학생들을 하숙시키는 것으로 위장해 입주 과외를 하기도 했다. 불법이다 보니 과외비도 매우 비쌌다.  
 
86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는 수험생들. [중앙포토]

86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는 수험생들. [중앙포토]

단순히 교육제도 때문에 ‘마마보이’가 많아졌다 보긴 어려운데.
“몇 가지 변수가 더 있다. 70~80년대 대학 진학률은 20%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재는 70%다. 대학입시에 ‘올인’ 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80년대 이전까지는 입시를 치르는 일부의 아이들만 사교육을 받았다면, 90년대 이후에는 그 범위가 대폭 넓어지면서 사교육 시장이 계속 커졌다.”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경제성장이다. 1인당 GDP가 1980년 1704달러에서 1990년 6516달러로 4배 가까이 됐다. 사교육 금지조치가 있던 10년 사이에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4배 잘 살게 된 것이다. 또 이 때부터는 아이 숫자가 1~2명인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더 적은 자녀들에게 쓸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사교육을 많이 시킬 수 있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사교육 금지 조치는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직후 폐지됐다. 해제 직전인 1988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교원·학생의 73%가 완화를 원했고, 27%만 계속 금지를 주장했다. 실제로 그 해 12월 정부는 “과외 금지 조치는 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모두 바람직하지 않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저소득층의 사교육 욕구 해소를 위해 교육방송의 확대, 대학 입시제도의 개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장기의 다른 개발도상국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 쌓일수록 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은 특별한 경우다. 우리는 관료에게 사회의 모든 역량이 초집중 된 ‘행정국가’였기 때문이다. 성숙한 나라에서 계층 이동은 보통 기업으로 대표되는 사적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관료 사회는 한 번 고시에 붙으면 평생 간다. 이를 위해선 시험을 잘보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결과적으로 20대에 이룬 성취가 인생의 너무 큰 부분을 결정했다.”
사교육 자율화 이후 1991년 학력고사를 한달 앞둔 서울 노량진 입시학원가의 모습. [중앙포토]

사교육 자율화 이후 1991년 학력고사를 한달 앞둔 서울 노량진 입시학원가의 모습. [중앙포토]

 
‘교육=희망사다리’라는 표현이 오히려 잘못됐다는 뜻인가.
“교육의 역할 중 일부는 그럴 수 있지만 교육의 본질이 희망사다리여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교육은 오직 출세를 위한 도구가 될 뿐이다. 드라마의 강준상이나 예서처럼 오직 목표만 있고 과정은 생략된 인격이 덜 성숙한 사람을 만든다. 희망사다리는 입시나 고시처럼 ‘한판 승부’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하나씩 올라가야 맞다.”
 
조직의 중간 관리자나 사회지도층 중에도 의사결정을 회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행정국가의 대표적 특징이다. ‘한판 승부’ 사회에선 이미 주류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보신주의가 강해진다.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그렇다 보니 혁신과 모험을 꺼린다. 기업 등 모든 조직에는 똑똑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관리자들이 많을 것이다.”
 
앞서 말한 사교육의 영향도 큰가.
“정확히 말하면 사교육보다는 부모에 대한 의존이다. 주로 고등교육을 받은 성공한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계획대로 자녀를 키운다. 아이들은 도전과 모험을 할 필요도 없고, 실패할 일도 없다. 갈등과 혼란 상태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회피한다. 조직에서도 중간 관리자부터는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위로 떠넘겨 면피하려는 경우가 발생한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은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부모의 욕망 때문이다. 그 크기는 너무 커 마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와 같다. 드라마에서도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강준상은 친딸을 잃고, 그의 선배는 아내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맞이한다.  
 
서울대로 대표되는 지나친 학벌주의가 작품의 핵심이다.
“지금처럼 서울대 ‘올인’ 구조가 깨지지 않으면 학벌주의는 없어지지 않는다. 서울대 중심 학벌구조는 정부에 의해 재생산되는 부분이 크다. 올해 교육 예산 75조원 중 고등교육 예산은 10조원이다. 이중 대학의 기본역량을 강화하는 혁신지원사업 예산은 132개 대학에 5700억원뿐이다. 그런데 서울대 한 곳에 출연 지원하는 금액만 4600억원이다. 이 정도 예산이면 서울대가 아니라 어떤 대학도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려는 입시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서울대는 국립대(법인)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라는 반론도 있다.
“엘리트 중심의 수월성 교육이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협동과 창의, 소통과 감성이 중요한 21세기에는 다르다. 행정국가 전통을 이어 정부가 여전히 대학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립의 경우도 정부의 제한을 받는 것이 많다. 2019년에 등록금을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올리면 국가장학금을 주지 않는다. 혜택은 특정 대학에 편중되는데 규제는 모두에게 동일하다. 그러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성장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정책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모든 정권이 사교육 절감을 1순위로 내세우지만 줄 세우기 상황에서 공교육은 사교육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정치인들이 교육을 통해 모두가 성공할 수 있고, 누구나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거짓말도 해선 안 된다. 교육이 성공의 충분조건으로 남는다면, 지금 같은 학벌주의와 입시과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평생의 노력을 통해 희망사다리를 쌓아갈 수 있는 능력중심 사회가 돼야만 학벌주의가 깨진다.”
 
그 동안 교육정책은 모든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복지나 대규모 연구개발,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달리 교육정책은 예산이 많이 안 들면서도 정책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또 교육정책은 거의 유일하게 정책 수요자와 유권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정작 제도의 대상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다.  
 
교육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은 학생 자녀를 둔 30·40대다.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 반영에 잘 안 되는 측면이 크다.  
“선거제도의 왜곡이다. 교육정책의 수요는 일부 세대로 한정돼 있지만, 투표권은 모든 성인에게 있다. 30·40대는 전체 유권자의 일부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의견과 다른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 교육감 선거가 대표적이다. 17개시도 중 진보 교육감이 13명이다. 그러나 30·40대가 이 숫자처럼 압도적으로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긴가.
“교육자치의 목적은 자율성이다. 교육부에서 교육감으로 이양된 권한이 학교까지 내려가야 맞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호칭을 ‘쌤’으로 통일하자고 한 것처럼 교육감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한다. 또 모든 게 입시로 귀결된 현 상황에서 자율성이 나오기도 어렵다.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직선제는 오히려 갈등만 키운다.”
 
'1980년대 초 개발 중인 잠실지구' 모습. [뉴스1]

'1980년대 초 개발 중인 잠실지구' 모습. [뉴스1]

김 교수는 끝으로 교육의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화 시대의 모범생을 키워왔던 기존의 교육 시스템으론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제도 아래선 창의성과 협업, 융복합 능력 같은 미래 인재에 필요한 역량이 계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잘 해봐야 강준상처럼 똑똑하긴 하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없는 ‘마마보이’만 양산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김 교수는 “누구도 완벽한 답을 내놓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강준상 같은 이들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고, 본인의 판단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신이 내린 결정이 가장 바람직한 이유는 그것이 가장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교육목표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되 책임질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일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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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출입처를 거치며 시민·미래·인문 분야의 보도에 집중했다. 4차 혁명시대엔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 등을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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