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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스라밸' 지키고 싶어요"…중학생들이 본 SKY캐슬

부천 상일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3일 부천 한 독서실에서 TV 드라마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부천 상일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3일 부천 한 독서실에서 TV 드라마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연일 인기가 치솟고 있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전개하며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보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3일 경기도 부천에서 곧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상일중학교 3명의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영화 보고 노래를 부르며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대한민국 보통의 학생들이다.
 
드라마와 현실 속의 교육
“SKY캐슬 첫 회를 보고 나서 더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최윤영(16) 양은 친구들의 추천으로 SKY캐슬을 처음 봤지만 시청을 멈췄다고 했다. 최양은 “드라마에서 학생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답답했다” 라며 “어른들이 공부를 강요하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드라마 속 이야기 같지만은 않았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전교 1등을 도맡는 강예서(김혜윤)는 입시 코디네티이터 김주영(김서형)에게 고액을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 김주영이 예서가 공부하는 독서실 책상을 살피는 모습. [JTBC 제공]

드라마에서 전교 1등을 도맡는 강예서(김혜윤)는 입시 코디네티이터 김주영(김서형)에게 고액을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 김주영이 예서가 공부하는 독서실 책상을 살피는 모습. [JTBC 제공]

드라마에서 전교 1등을 도맡는 강예서(김혜윤)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에게 고액을 주고 컨설팅을 받는다. 최양은 “실제로 이제 고3이 되는 오빠의 친구 중에 입시 코디를 하기도 하는데 어떤 봉사를 하고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하는지 다 지정해 준다고 한다”라며 현실과 비슷한 점을 꼬집었다.
 
입시 코디 외에도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텐투텐(10 to 10)’이 유행이다. 김규민(16)양은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들도 부모님에게 보내달라고 할 만큼 유행이다”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하며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가르친다.
 
‘텐투텐’ 학원을 잠시 경험해 본 적이 있다는 심채린 (16) 양은 “과목별로 2~3시간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은 15분이다. 점심 30분, 저녁 30분 식사시간을 주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식사하거나 시켜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양은 “지방에서 서울로 부모님과 주말마다 올라오는 친구도 있고 혼자 오거나 자취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1년 내내 이렇게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SKY캐슬 속 아동 권리
김규민·심채린·최윤영 양은 다른 5명 친구와 함께 8명 팀을 이뤄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굿네이버스 아동청소년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우리 청소년들은 건강한가요’란 주제의 연구를 진행하며 경기 부천시 소재 중학교 학생들 300명을 설문 조사하고 3학년 학생 19명을 인터뷰했다.
 
심양은 자신들의 연구와 SKY캐슬 속 학생들을 비교하며 “드라마 속 아이들은 건강하게 섭취할 권리, 놀고 휴식할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며 “공부하고 쉬는 것도 모두 학생들의 권리다”라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42개 조항으로 아동들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학생들이 30분 식사시간에 편의점에 몰리는 모습. 예빈은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JTBC 제공]

드라마 SKY캐슬에서 학생들이 30분 식사시간에 편의점에 몰리는 모습. 예빈은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JTBC 제공]

 
드라마에는 학원과 공부에 쫓기는 아이들이 빨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뛰어다니며 삼각김밥 등을 구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학생들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불균형한 식사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응답 학생들의 51.2%는 학원으로 인해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고, 편의점 음식을 일주일에 1~2회 먹는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도 51.4%였다. 심양은 “밥을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다 보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공부도 아동의 권리다. 하지만 너무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김양은 “SKY캐슬 속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암묵적 강압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라며 “예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결국 어디부터 시작됐나를 보면 엄마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전교 1등을 도맡는 강예서(김혜윤)가 불안해 하며 국어 시험을 보는 모습. [JTBC 제공]

전교 1등을 도맡는 강예서(김혜윤)가 불안해 하며 국어 시험을 보는 모습. [JTBC 제공]

심양은 “현실 속 모든 입시 코디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드라마의 입시 코디는 예서의 가치관이나 정신까지 지배하려 한다”며 “마치 아동 권리를 침하는 괴물 같다”고 표현했다. 심양은 “자신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아동들의 권리”라며 “시험 볼 때도 덜덜 떨면서 보는 예서가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권리지수가 높은 지역의 아이들은 행복이 높은 경향이 있고 전반적으로 자아존중감, 학업 성취와 관련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라며 "이는 아동의 발달에 권리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바라는 행복
부천 상일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3일 부천 한 독서실에서 TV 드라마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부천 상일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3일 부천 한 독서실에서 TV 드라마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SKY캐슬 속 차민혁(김병철)은 집 안에 피라미드를 두고 자식들에게 항상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고 강요한다. 최윤영 양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꼭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그것만을 성공이라 생각하는 사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양은 ”전문직이 아니어도 내가 하는 직업에 자부심 가지고 행복한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들의 행복대로 사는데 어떻게 사람을 급을 나눠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양은 “피라미드에서 왕은 꼭대기에 있지 않고 중간에 있다는 말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도 행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양은 “요즘에 미니멀라이프나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꼭 높은 대학만을 기준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소소하게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민혁(김병철)은 집 안에 피라미드를 두고 자식들에게 항상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야한다고 강요한다. [JTBC 제공]

차민혁(김병철)은 집 안에 피라미드를 두고 자식들에게 항상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야한다고 강요한다. [JTBC 제공]

직장인들에게 ‘워라밸’이 중시되듯 요즘 학생들에게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 공부와 삶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희선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은 “2015년 1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 학업과 여가 균형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해지는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아이들이 쉴 수 있는 놀이 공간도 더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양은 “어른들은 학생은 공부하는 존재라고만 이야기하는데 학생은 미래에 행복해질 나 자신을 성숙시키고 성장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길러졌으면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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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