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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중앙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나치 덮친 영국 '고모라 공습'…알루미늄 조각이 결정타였다

[단독][이철재의 밀담]한반도에 전자전기 뜬다…전파로 싸우는 전자전기
 
공군이 전자전기를 도입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25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사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21일 ‘전자전기 운용요구서(ORD) 연구’ 입찰 공고를 냈다. 앞으로 공군이 전자전기를 가진다면 어떤 임무를 맡기고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등을 미리 연구하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전자전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하는 연구”이라며 “이미 합동참모본부와 공군이 전자전기 사업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전자전 공격기 EA-18G.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전자전 공격기 EA-18G. [사진 미 해군]

 
 
전자전(電子戰)은 크게 적의 전자파 사용을 무력화하는 전자공격(EA), 적의 전파방해에 대응하는 전자방어(EP), 적의 전파정보를 입수하는 전자지원(ES) 등으로 나뉜다. 쉽게 풀자면 전파를 갖고 싸우는 전쟁이다. 공군의 전자전기는 ▶적의 레이더를 방해하고 ▶방공 미사일로부터 방어하거나 ▶통신망을 교란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또 북한에 심리전 방송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군의 전자전기는 해외 구매보다는 국내 개발의 가능성이 크다. 공군의 C-130 수송기 2~3대에 첨단 전자전 장비를 싣는 방식이다. 미 공군도 C-130을 개조한 EC-130H 컴퍼스 콜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자전기는 지난해 1월 한국에 전개한 적 있다.
 
 
공군은 전자전기가 유사시 세상에서 가장 촘촘하다는 북한의 방공망에 구멍을 뚫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공군의 전자전기 사업은 해군 출신인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때 사업 순위에서 뒤로 밀렸지만, 공군 출신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되면서 탄력을 붙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공군이 미국 해군의 전자전 전용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EA-18G의 제조사인 보잉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면서도 “그런데 기체 가격이 너무 비싸(대당 8000만 달러(약 898억원)) 일단 국내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태동한 전자전 
전자전은 적의 유선통신 케이블을 끊거나, 케이블을 도청하는 방법으로 처음 나타났다. 전자전의 태동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부터 레이더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전자전은 적의 레이더를 방해하는 전술로 발전했다.  
 
1943년 7월 독일 함부르크 공습 '고모라 작전'에서 영국 공군의 랭카스터 폭격기. [사진 AWM 런던]

1943년 7월 독일 함부르크 공습 '고모라 작전'에서 영국 공군의 랭카스터 폭격기. [사진 AWM 런던]

 
1943년 7월 25일 영국 공군은 독일의 산업도시인 함부르크를 대대적으로 폭격하는 ‘고모라 작전’을 짰다. 문제는 독일의 뷔츠부르크(Würzburg) 레이더였다. 이 레이더는 당시 연합국 레이더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독일은 공습을 미리 대비했기 때문에 연합국의 피해가 컸다. 그런데 고모라 작전은 달랐다. 영국 공군은 ‘겨우’ 12대만 격추로 잃었다. 선방의 비결을 이러했다.
 
영국 폭격기 편대의 선도기는 함부르크에 다다르기 전에 폭탄창을 열었다. 선도기에서 떨어뜨린 건 폭탄이 아니었다. 색종이처럼 작은 알루미늄 조각이었다. 수천 개의 알루미늄 조각이 하늘을 덮은 뒤 독일군 뷔츠부르크 레이더에서 영국 폭격기들이 사라졌다. 알루미늄 조각에 닿은 레이더의 전파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면서다. 전파의 산란으로 독일군 레이더엔 수백만 개의 목표가 나타난 것이다. 알루미늄 조각을 쓰는 레이더 교란 작전은 암호명 윈도(Window)였다. 이후 알루미늄 조각으로 레이더를 일시적으로 속이는 채프(chaff)가 나왔다. 채프는 군용기의 대표적 방어수단 중 하나다.
 
1972년 10월 라인배커 Ⅰ 작전. KC-135 공중급유기(흰 항공기)로부터 연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항공기가 레이더 파괴 공격기인 F-105G 선더치프 와일드위즐이다. [사진 미 해군]

1972년 10월 라인배커 Ⅰ 작전. KC-135 공중급유기(흰 항공기)로부터 연료를 받으려고 대기하는 항공기가 레이더 파괴 공격기인 F-105G 선더치프 와일드위즐이다. [사진 미 해군]

 
본격적인 전자전 공격은 1972년 12월 18일부터 29일까지 펼쳐진 ‘라인배커 Ⅱ’ 작전에서 나타났다. 당시 월맹(북베트남)은 월남전 종전을 논의하는 파리 평화회담에서 강경 입장을 바꾸지 않자 미국은 다시 한번 팔을 비틀기로 했다. 이미 그해 5~10월 대규모 폭격(라인배커 Ⅰ 작전)을 통해 월맹을 협상장으로 끌고 온 미국이었다. 100대가 넘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인 B-25 스트래토포트리스가 11일간 매일 월맹을 폭격했다. 특히 월맹의 수도인 하노이는 핵심 타깃이었다. 하노이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방공망의 보호를 받는 도시였다.
 
미 공군은 해군ㆍ해병대와 함께 대규모 전자전 공격을 감행했다.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 시설만을 노리는 F-105 와일드 위즐, 방해 전파를 쏴 레이더 탐지를 막는 전자전 공격기 EB-66와 EA-6를 동원했다. 족제비라는 뜻의 와일드위즐(Wild Weasel)은 적 레이더망을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공격기다. 일부 B-52는 폭탄 대신 채프를 공중에 뿌렸다. 월맹군은 미군기 28대를 격추됐지만, 작전에 투입한 전력 규모로 봐선 비교적 손실이 적다는 평가다. 월맹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뒤 두 손을 들고 다시 파리 평화회담장으로 나와야만 했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미군이 스텔스기를 보유하면서 전자전기 필요성이 일부 줄었지만, 전자전기가 필요한 전력이라는 점은 변함없다”며 “레이더를 마비시켜 방공망을 무너뜨리는 게 전자전기”라고 말했다.
 
전자전기의 명품 EA-18G 그라울러 
미 해군의 EA-18G은 본격적 전자전 공격기다. 별명은 ‘으르렁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라울러(Growler). 해군의 항공모함용 전투기인 F/A-18F 슈퍼 호넷을 전자전 공격기로 개조한 기종이다. F/A-18F에서 기관포를 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똑같다. 필요할 경우 전투기로 사용할 수 있다. 미 해군은 대규모 공습작전에 나서기 전 토마호크 미사일로 적의 방공 시설을 부수고 EA-18G로 공습 편대군을 엄호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EA-18G의 핵심 전자전 장비인 AN/ALQ-99F 재밍 포드(파란 원)와 AN/ALQ-218 리시버(빨간 원). [사진 미 해군]

EA-18G의 핵심 전자전 장비인 AN/ALQ-99F 재밍 포드(파란 원)와 AN/ALQ-218 리시버(빨간 원). [사진 미 해군]

 
EA-18G의 핵심은 AN/APG-79 AESA 레이더, AN/ALQ-99F 재밍 포드, AN/ALQ-218 리시버다. AN/APG-79 AESA 레이더는 장거리 탐지능력이 뛰어날 뿐더러 적 레이더를 순간적으로 먹통을 만들 수 있다. 가까운 거리라면 적 전자장비의 회로를 태울 수 있다. 기체 외부에 다는 AN/ALQ-99F 재밍 포드와 날개 끝단 윙팁에 내장된 AN/ALQ-218 리시버는 짝을 이뤄 전자전 공격을 한다. AN/ALQ-218 리시버가 적 레이더 전파를 파악하면, AN/ALQ-99F 재밍 포드가 방해 전파를 쏴 적 레이더를 무력화한다. EA-18G는 AN/ALQ-99F 재밍 포드를 5개까지 달 수 있다. 레이더를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AGM-88 HARM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한다.  
 
EA-18G는 두 명이 탄다. 조종사와 전자전 공격만을 담당하는 담당관이다. 조종사가 조종도 하고 전자전 공격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A-18G 기체에 그려진 F-22 킬마크. [사진 snafu-solomon.com]

EA-18G 기체에 그려진 F-22 킬마크. [사진 snafu-solomon.com]

 
EA-18G는 공중전 훈련에서 두 차례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가상격추’한 적이 있다 2007년과 2009년 EA-18G가 가상 발사한 AIM-120 암람 공대공 미사일이 F-22에 명중해 격추 판정을 받았다. 당시 EA-18G는 AN/ALQ-99F 재밍 포드의 강력한 전자전 공격을 이용해 F-22를 잡을 수 있었다. 정확한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2009년 F-22를 떨군 EA-18G는 기체에 F-22 킬마크를 그려놨다.
 
 
EA-18G는 미 해군 이외 호주 공군도 갖고 있다. 그러나 호주 공군의 EA-18G는 전자전 공격 능력이 미 해군 것보다 조금 약하다. 동맹국이라도 미군보다 더 좋은 무기를 주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 때문이다. 그래서 호주 공군의 EA-18G는 ‘세미 그라울러’라는 별명이 있다. 또 AN/ALQ-99F 재밍 포드의 운용과 보관은 미군이 통제하며, 호주 마음대로 포드를 분해하거나 정비할 수도 없다.
 
미 공군의 전자전기인 EC-130H 컴퍼스 콜. 지난해 1월 한반도에 전개된 적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공군의 전자전기인 EC-130H 컴퍼스 콜. 지난해 1월 한반도에 전개된 적 있다. [사진 미 공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차세대 전자전체계(NGJ)를 개발했다. 2021년 배치하는 NGJ는  AN/ALQ-99F 재밍 포드(144㎞)보다 더 먼 360㎞에서 전자전 공격을 할 수 있다. 출력도 더 강하다. NGJ를 단 EA-18G는 세계 최강 전자전 공격기 타이틀을 놓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전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본과 중국 
동아시아에서 전자전기 경쟁이 치열하다. 공군이 전자전기를 도입하려는 배경이다.
 
일본 공중자위대가 시범운용 중인 전자전기 C-2 ELINT. [사진 유튜브 캡처]

일본 공중자위대가 시범운용 중인 전자전기 C-2 ELINT. [사진 유튜브 캡처]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전자전 공격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의 C-2 수송기와 해상자위대의 P-1 해상초계기를 개조하는 방식을 우선 생각하고 있다. 2027 회계연도에 C-2 기반의 전자전기를 먼저 도입하는 게 목표다. 이미 전자전기 시제기가 언론에 포착됐다.
 
일본 정부는 국산 개발과 함께 EA-18G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EA-18G 기체 측면에 항공자위대 마크가 큼직하게 보이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공개됐다. 이 사진은 합성이라는 의견이 다수가 됐다. 그러나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비공식적으로 미 해군의 EA-18G를 시범 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자전 능력이 급속하게 발전한 점을 들며 전자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전자전기는 군사력을 방위에만 쓴다는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는 무기다. 그런데도 일본은 “전수방위 범위 안의 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공군의 전자전 공격기 J-16D. [사진 봉황망]

중국 공군의 전자전 공격기 J-16D. [사진 봉황망]

 
중국도 전자전 전력을 늘리는 데 열심이다. 매달 말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으로 진입하는 중국 군용기는 대부분 Y-9JB(GX-8)이었다. 이 군용기는 수송기를 개조한 전자전기다. 전자전 공격 능력도 있지만 주로 전파 정보를 수집하는 전자정찰이 특기다. 구체적 전자장비와 성능은 아직 비밀에 가려졌다. KADIZ를 안방처럼 넘나들면서 한국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기다.
 
중국은 미 해군의 EA-18G를 따라 전자전 공격기를 내놓았다. 중국 공군의 J-16D와 중국 해군의 함공모함용 전투기인 J-15D다. EA-18G처럼 주날개 끝에 리시버를 두고, 전자전 포드를 달았다. 중국의 전자전 포드 KG800은 미 해군 EA-18G의 AN/ALQ-99F와 맞먹는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J-16D는 2017년, J-15D는 지난해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이들 전자전 공격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려면 주변국 전자 정보를 많이 파악해야 한다. 중국이 Y-9JB를 부지런히 한반도와 일본 쪽으로 보내는 이유다.
 
2016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다국적 항공 훈련 레드플래그(Red Flag)에 참가한 공군의 KF-16D. 빨간 원이 ALQ-200K 전자전 포드다. [사진 미 공군]

2016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다국적 항공 훈련 레드플래그(Red Flag)에 참가한 공군의 KF-16D. 빨간 원이 ALQ-200K 전자전 포드다. [사진 미 공군]

 
한국은 전자전에 관해선 걸음마 수준이다. 공군엔 ALQ-200K라는 전자전 포드가 있지만, 본격적인 공세용으론 부족하다. 또 주변국의 전파정보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군사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전자전기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서는 평상시 상대방의 신호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ㆍ분석ㆍ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상대로 해왔지만, 이제는 주변 위협에 대해서 대비해야 하므로 다양한 신호정보 수집 자산을 운용하고 분석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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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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