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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마음의 행로 그려, 상처받은 마음 치유해요

지난해 『경애의 마음』으로 사랑받은 소설가 김금희. 최근 글쓰기를 재개했다. [사진 신나라]

지난해 『경애의 마음』으로 사랑받은 소설가 김금희. 최근 글쓰기를 재개했다. [사진 신나라]

자고 일어나면 시세가 바뀌는 건 주식이나 부동산만이 아니다. 시장(市場)의 정반대 편에 있는 것 같은 문학작품, 작가의 인기도 마찬가지다. 2017년에 베스트셀러 『바깥은 여름』을 펴낸 김애란, 그 전 몇 년간 황정은이 두드러졌다면 2018년은 79년생 소설가 김금희의 해였다(페미니즘 이슈와 맞물려 지난해 말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문학 바깥 사회현상이라고 해두자).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2014년), 『너무 한낮의 연애』(2016년)로 시동을 건 김금희는 지난해 6월 출간한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으로 작가 이력 최고의 주가를 기록했다. 반년 만에 4만 부가 팔렸고, 본지를 비롯한 여러 일간지가 지난 연말 소설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물론 김금희 또한 지나갈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이 문학 분야에도 적용되는 냉혹한 시장 논리다. 그럼에도 정초부터 김금희와 마주한 건 지금까지 한국문학이 응시하지 못했거나 웬만큼 다뤘으면서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 안의 어떤 영역을 김금희 소설이 정식으로 호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마음이다.
 
『경애의 마음』은 얼핏 연애소설의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드는 인물들 내면의 미묘한 마음의 행로를 섬세하면서도 집요하게 비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음인 것만 같다. 더구나 그 마음은 부스러진 마음이다. 1999년 56명의 청소년이 숨진 동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21세기 노사현장 등 현실이 배경으로 깔린다.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내용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낸 김금희. 그는 요즘 뭘 하고 있을까. 그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김금희

김금희

첫 장편이 성공적이었다.
“소설집을 읽어준 분들이 장편도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독자 폭이 오히려 넓어진 것 같아 신기했다. 힘도 났는데, 그러면서도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나.
“그렇다.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빨리 2019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애의 마음』도 그렇지만 이전 작품집에서도 연애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연애하는 순간 사람이 가장 솔직해진다는 생각을 내가 하나 보다. 감정이 마구 다채롭게 보여지는 시기 아닌가. 그런데 연애하는 마음은 시간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또 변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게 인간의 어떤 면을 다루는 데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어떨 때는 ‘아, 이제 그만 써야겠다’ 싶기도 한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된다. 어떤 타이밍이 오면 좀 더 다채로운 관계에 대해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른 이야기 쓰기를) 좀 미뤄두는 편이다.”
 
어릴 때 하이틴 로맨스를 많이 읽었나.
“많이 읽었다. 10대 때 거칠 것 없이 읽었다. 명작만 읽은 게 아니라 공포물,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 로맨스 작가들까지 막 읽었다. 내 소설의 ‘연애서사’는 그런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소설이 좀 재미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내가 스릴러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이 두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그런 이야기에 독자들이 긴장하고 흥미를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의 연애 경험도 들어 있나.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기도 하고 내 얘기도 쓰는데 내 소설이 연애소설치고 아주 재미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경애의 마음』은 한 독자분이 백몇십 페이지 가서 주인공들이 처음 손을 잡는다고 얘기해주더라. 아름답고 환한 연애소설로는 함량 미달이다.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연애 이후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는지, 그런 걸 보여주는 깊이를 추구하는 편이다.”
 
기업 생리, 조직원 심리 묘사가 실감 나는 작품이 많은데.
“대학 졸업 후 6년간 회사를 다녔는데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하는 의문을 달고 살았다. 대학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며 폭발적으로 뭔가를 알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직장생활을 더 했다면 지금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뭐가 그리 다르던가.
“조직 내에서 비인간적으로 변한다, 그런 생각보다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자기 생활을 책임지고 감당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언니들이 서울에서 자기 방 하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싸움을 하는지 지켜보며 약간 겸손해진 것 같다. 세상을 쉽게 냉소하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문학 애호가에게 문학의 좋은 점은 여러 가지다. 김금희는 문학의 치유 효과를 믿는 경우였다. 독자에게도 해당되지만 자신에게도 적용된다고 했다. 쓰면서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마흔을 막 지난 그에게 치유가 필요한 상처는 어떤 것일까.
 
조숙했던 이 작가는 “어려서부터 강렬한 슬픔에 빠져 지낸 것 같다”고 했다. 맞벌이하던 부모님이 없는 빈 아파트를 혼자 지키며, 힘든 노동을 견뎌야 하는 어른들의 세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스스로의 인생을 생각하면 그런 상태에 빠지곤 했다고 소개했다. 성장해서는 동인천 화재나 IMF 같은 사건들이 충격을 줬다. “기성 사회나 위계질서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그것들을 대체하는 삶의 질서를 우리 세대는 각자 찾으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때 김금희의 소설은 예민한 시기 참담한 경험을 하며 자란 3040세대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에 관한 후일담 성격까지 띤다.
 
김금희는 지난해 『경애의 마음』이후 소설책 두 권을 더 냈다(『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나의 사랑, 매기』). 새해 들어 반년 만에 새 작품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단편인데 예열이 안 돼 홍역을 치르는 듯했다. 잘 써지면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소설을 써왔으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준봉 문화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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