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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으로 대물림한 ‘SKY캐슬(스카이캐슬)’…거기서 행복하십니까?

아시안컵 축구 한-카타르전 스케줄로 25일 JTBC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연출 조현탁·극본 유현미) 결방이 예고되자 “결방이라니,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등 항의성 댓글이 뜨거웠다. 지난 19일 시청률 22.3%를 기록해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최고점을 찍은 ‘SKY캐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거의 ‘모래시계’급이다. 단 2회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미지수지만, "비극이건 희극이건 이미 작가가 할 말은 다했다”는 평가다. ‘SKY캐슬’ 열풍은 과연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기고 사라질까.

종영 앞둔 JTBC 드라마가 남긴 것
‘원조 치맛바람’이 만든 비극 조명
“자식을 유전자 운반체로 규정”

일본 드라마 속 ‘악마 선생’ 오마주
기득권 물려주는 풍토 욕하며 공감

입시 코디 찾고 ‘예서 책상’ 동나
“드라마가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상위 0.1%가 모여 사는 동네에서 명문가 사모님들의 숨겨진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SKY캐슬’의 기본 플롯이다. 새로운 구도는 아니다. 2년 전 JTBC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도 그랬다.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주부들의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초장부터 갑작스런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그녀를 죽음으로 몬 것은 무엇인지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진다.

 
중상류 엘리트층 욕망의 민낯

 
‘3대째 의사 가문’을 목표로 살아가는 예서네는 수십억원짜리 입시 코디의 도움으로 목표를 이룰까. 과연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SKY캐슬’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JTBC]

‘3대째 의사 가문’을 목표로 살아가는 예서네는 수십억원짜리 입시 코디의 도움으로 목표를 이룰까. 과연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SKY캐슬’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JTBC]

태초에 미드 ‘위기의 주부들’이 있었다. 2004년부터 2012년 시즌8까지 계속된 전설의 드라마다. 시작부터 확 깨는 한 발의 총성과 함께 한 동네에 사는 중년 여인들의 욕망과 질투의 드라마를 미스터리 스릴러와 블랙코미디의 결합 코드로 질펀하게 펼쳐낸 ‘막장 오브 막장’이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극적인 사건과 거듭된 반전의 강한 중독성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품위있는 그녀’가 이 플롯에 ‘현대판 리어왕’ 스토리를 수직으로 엮어 재벌가 재산상속을 둘러싸고 “상류인생이 갖추어야 할 품위란 무엇인가”를 물었다면, ‘SKY캐슬’은 한국 사회의 사교육 광풍을 실감나게 엮어 ‘중상류층의 욕망과 허위의식의 민낯’을 까발리며 더 폭넓은 공감을 샀다.

 
이런 콘셉트도 새로운 건 아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드라마가 ‘아줌마’(2000)를 시작으로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에서 평범한 중간계급의 욕망과 속물성을 가차없이 드러내온 정성주 작가의 성과를 이어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재벌이나 절대 권력자와 억울한 피해자의 흔한 대립 구도는 보통 사람들이 감정이입하기 힘들다. 나름 열심히 살아서 올라온 사람들이 기를 쓰고 자신이 획득한 위치를 대물림하려는 욕망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기에 비판하면서도 공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럼 ‘SKY캐슬’이 유독 역대급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유현미 작가는 법정 추리드라마 ‘신의 저울’(2008)을 비롯해 ‘즐거운 우리집’ ‘골든크로스’ 등 선굵은 작품에서 탄탄한 이야기와 사회 비판적 메시지로 각종 드라마상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아 왔지만, 자신의 스타일에서 다소 벗어났던 ‘각시탈’을 제외하면 시청률이 저조한 편이었다.

 
방점은 대한민국에서 자식 키우는 가정이라면 외면하기 힘든 ‘사교육 광풍’을 날줄로 엮었다는 데 찍힌다. 입시 코디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이 되려 자기 딸도 예서처럼 키우겠다고 입시 코디를 찾는다거나, 250만원짜리 ‘예서 책상’이 동이 날 지경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첫 대본 리딩에서 작가가 “이 드라마로 대한민국의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한다”고 했듯, ‘SKY캐슬’의 미덕은 입시제도의 모순에 확대경을 대 사교육 광풍의 병폐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 3년 이상 취재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하버드대 가짜 입학생 등 생생한 실제 에피소드까지 덧붙여 작가는 학부모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거울처럼 비췄다.

 
전형적인 ‘강남 돼지엄마’ 한서진(염정아)은 ‘곽미향’으로서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애써 얻은 부와 명예를 대물림하기 위해 악다구니를 쓴다. 그녀가 종교처럼 믿는 건 ‘김주영 샘(김서형)’이다. 김주영은 서울대 의대 합격을 100% 보장하는 조건으로 수십억원을 받는 입시 코디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 환상을 깨부수러 온 ‘트로이의 목마’다.

 
이영미 평론가는 김주영을 ‘설정된 메피스토펠레스’라 정의했다.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영혼을 팔라고 속삭이는 악마처럼, 실은 ‘악마는 당신 속에 있다. 결국 부모 욕심이 아이를 망치는 것’이라는 정답을 드러내기 위한 극적 설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평면적인 ‘악의 화신’은 아니다. 스스로 딸의 인생을 망쳐버린 아픈 과거를 품고 있기에 한서진의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자식이 잘 돼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sky캐슬 주민들의 인생철학과 과도한 자식사랑의 말로를 뻔히 비춰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김주영의 비주얼이 일드 ‘여왕의 교실’(2005)의 아쿠츠 마야 선생님을 오마쥬했다는 점이다. 중성적 외모에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는 올빽 올림머리, 올블랙 패션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악마 선생님’으로 통했지만, 실은 아이들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되어 아이들 스스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기 위해 악마를 연기한 참 교육자였다.

 
어쩌면 김주영 역시 가공의 악마일 뿐, 예서네 비극의 진짜 원흉은 윤여사(정애리)였을지 모른다. 불법 과외를 시켜 학력고사 만점을 받았던 50대 아들을 대학병원장으로 만들기 위해 로비를 서슴지 않고, ‘3대째 의사 가문’의 위업을 이루기 위해 며느리를 쪼아대는 ‘원조 치맛바람’이다. 뒤늦게 자기 인생을 찾겠다는 아들에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발버둥치는 왜곡된 자식사랑은 50대 나이에 “내 인생 망친 건 엄마야”라 대드는 철없는 어른을 빚어냈다. 결국 혜나의 비극적인 탄생과 죽음도 시작은 그녀인 셈이다.

 
본지에 ‘공부란 무엇인가’ 칼럼을 연재 중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런 집착의 원인을 “자식을 유전자 운반체로 규정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어차피 자식이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삶 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가치있는 삶이 다양하게 있다는 걸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자식의 성공을 인생의 평가잣대로 삼는 삶은 자식의 문제해결 능력을 해쳐 자식의 인생까지 망치기 쉽다. 일찌감치 자기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양육방식이 서로에게 좋다”는 것이 그의 해법이다.

 
왜곡된 자식 사랑의 말로는

 
종방을 2회 앞둔 지금,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하나다. 과연 예서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할까. 이영미 평론가는 “이미 작가가 할 말은 다 했으니 결말은 상관없다”면서도 “다만 뻔하지 않은 권선징악을 고민했을 거다. 시청자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요소와 세상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본방사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품어본다. 결국 유출된 시험지는 예서 자신에 의해 경찰에 신고되지 않을까. 부모의 비틀린 욕망에 제물로 바쳐진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욕망의 굴레를 끊어내는 결말이라면 사교육에 휘둘리는 오늘의 입시 현실에 유의미한 화두를 던져줄 것 같아서다.  
 
‘여왕의 교실’ 중 마야 선생이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걸까요.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게 아니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중략) 공부는 입시를 위해서 하는게 아닙니다.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예서는 홀로 서야만 한다. 그래야 ‘SKY캐슬’에 구원이 있다.
 
리얼리티 넘치는 캐릭터 창조해 공감
SKY캐슬

SKY캐슬

‘SKY캐슬’이 화려한 성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급 비주얼에도 어느 드라마보다 공감지수가 높은건 리얼리티 넘치는 인물 묘사 덕이다. 이영미 평론가는 “절대악·절대선을 배제하고 모두 다 이유있는 복합적·입체적 캐릭터 창조에 성공한 점이 보통의 드라마와 다른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완성도 높은 플롯을 위해 치밀하게 짜여진 조연들의 캐릭터 열전이 주인공 예서네 가족의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스타 캐스팅 없이도 아줌마·아저씨·아역 배우들이 맹활약하며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구현한 공도 컸다.

 
전형적인 ‘캔디와 일라이자’ 구도로 볼 수 있는 혜나(김보라)와 예서(김혜윤)의 관계부터 클리셰를 벗어났다. 영악한 신데렐라 혜나는 ‘발암 캐릭터’로 욕을 먹은 반면 제멋대로이긴 해도 순수하고 솔직한 예서는 오히려 사랑받았다. 우주(찬희)네 가족도 일견 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절대선’으로 보이지만, 되려 문제 한복판으로 말려들면서 사건을 확장시켜갈 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리얼리티를 더한다.

 
차교수(김병철·사진)도 정교하게 설정된 캐릭터다. ‘세탁소 집 아들’이라는 출신 콤플렉스를 품고 자신이 올라온 피라미드 조형물을 우상 숭배하는 ‘자수성가형 독재자’다. 쌍둥이 아들을 스터디룸에 가둬놓고 경쟁심을 자극하는 시대착오적 동기유발 공식에 집착하지만, 가족들이 끈질기게 일으키는 작은 혁명에 도전받는다. “아빤 식구들이 드글대는 방안에서도 전교 1등을 밥먹듯 했어. 니들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 뭐가 문제야?”라는 낡은 훈계가 시효가 지났음을 보여주는 의미다.

 
수한이(이유진)네 가족은 일견 유머 코드 전담팀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완급조절용으로 소모되는 병풍 캐릭터를 넘어선다. 맹목적인 사교육 광풍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는 등 나름 중요한 역할로 공감을 얻고 있다.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아니라 (미라가 있는) 중간이 최고”라는 명언도 ‘60점짜리 아들’ 수한의 입에서 나왔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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