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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대교협·교육부 TF’ 도입 발언에… 총장들은 싸늘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 총장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 총장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고등교육 정책을 공동으로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대입제도 공론화처럼 ‘용두사미’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 부총리는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교육부와 대교협이 함께 ‘고등교육 정책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대교협이 추천하는 기획·교무처장, 교육부의 실·국·과장, 시민단체가 모여 고등교육 정책 방향과 해결 방법 등을 지속해서 논의하자는 뜻이다.
 
대학들 “재정·자율성 확대” 한 목소리
이날 유 부총리의 모두 발언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대학들은 하소연을 쏟아냈다. 대부분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재정이 악화됐고, 대학의 자율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대학평가)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대학 총장들에게 퇴임할 때 소감을 물으면 ‘4년 동안 평가받다가 끝났다고 한다”며 “대학에 자율성을 준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부 교육부 평가와 관련이 있어 대학 스스로 뭔가를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임승안 나사렛대 총장도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대학평가는 정량·정성지표를 통해 상대평가로 이뤄지는데, 대학의 설립이념과 특성화 등을 반영하고 자율성을 높이려면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 또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 평가위원이 올 때마다 기준이 바뀌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3주기 대학평가부터 공동 TF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평가할지 말지부터 시작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까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대교협와 TF를 구성해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평가는 대학들 사이에서는 ‘살생부’로 불린다. 결과에 따라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닫는 대학이 조만간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조개혁의 전제인 평가를 안 할 가능성은 없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대학총장들 “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비판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공동TF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총장들이 많다. 총회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난 충청권의 한 사립대 총장은 “대학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입장차가 큰데 협의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을 또 떠넘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대입공론화처럼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대입공론화는 지난해 시민들의 의견 수렴해 대입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돼 비판 여론이 들끓었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도 “3주기 진단평가부터 공동TF에서 논의하겠다”는 정부 제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저녁 기자와 이뤄진 전화통화에서다. 그는 “강사법 때문에 힘들어 하는 대학들을 달래려고 한 말이면 몰라도 대학평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건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공동 TF 구성에 부정적인 이유는.
대학평가를 할지 말지부터 결정한다는 것은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올해 정부가 나눠주는 대학평가 예산만 4년제 기준 5350억원이다. 지난해 평가를 잘 받은 4년제 대학 130곳이 평균 40억원 정도 받는다. 평가하지 말자는 건 정부가 전국 모든 대학에 n분의 1로 재정을 지원하자는 의미 아니냐. 또 대학은 많고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드는 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학구조조정이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지면 가장 좋지만, 한국 교육은 정치가 묘하게 얽혀있어서 이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우수한 대학은 재정을 지원하는 식으로 경쟁력이 없는 대학의 퇴출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대입공론화처럼 떠넘기기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대입공론화가실패한 원인은 명확하다. 학부모·학생·고교·대학·사교육·시민단체 등 서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다. 대학평가도 비슷하다. TF에서 기준과 방식을 다시 논의할 경우 국립대·사립대·대규모·소규모·수도권·지방대학들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만 주장할 것이다. 현재 대학평가가 완벽하진 않지만, 1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다듬어지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전국의 모든 대학을 만족시킬 수 있는 평가는 없다. 1주기 평가 때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대학들 불만이 많았다. 2주기 평가 때 전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실시했지만 불평하는 대학들은 여전히 있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정책의 문제는 뭔가.
가장 큰 문제는 노력하는 대학들만 피해 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2009년 이뤄진 등록금 동결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대학마다 등록금 수준이 달랐는데, 이를 평준화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동결시켰다. 학생들한테 등록금을 비싸게 받던 대학은 살아남고, 무리해서 등록금을 인하한 착한 대학만 재정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강사법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강사고용을 평가지표에 포함하겠다고 하는데, 사전에 강사를 대량 해고한 대학들만 유리해지는 것이다. 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마련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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