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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에 견제당한 최선희, 비건 카운터파트서 아웃?

"우리도 영문을 알 수 없다. 상황을 분석 중이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 간부는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 방문 중 전했다는 '비건의 새 카운터파트'에 대한 우리 정부 관계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비건 대표의 새 카운터파트' 발표로 최선희 아웃된 듯
김영철이 최선희 스웨덴행 도중 협상대표 전격 교체
통전부와 외무성 갈등 일단락, 북미협상 속도낼 듯
최선희 이대로 물러날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해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새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을 데리고 북한을 방문했다. 4차 방북이었다. 두 사람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함께 면담했고, 당일 저녁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에 온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과 그렇게 합의가 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비건 대표도 "내 카운터파트(최선희) 에게 가능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보냈다. 날짜와 장소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때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비건 측은 여러 번에 걸쳐 편지를 보내고 최선희에 만남을 종용했지만 최선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즈음부터 미 국무부 안에선 김영철-최선희 갈등설이 번지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김영철이 이끄는 통전부와 최선희로 대표되는 외무성 간에 대미 협상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접촉한 비건 대표의 한 측근은 본지에 "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대미 협상을 외무성이 아닌 통전부에 맡기고 있다고 보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철의 견제로 최선희가 비건과의 접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부터),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부터),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연합뉴스]

 
첫만남이 이별여행...우리 정부는 '허탈'  
 
우리 정부는 이런 경색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물밑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5(반민반관)트랙의 국제회의를 계기로 비건-최선희 접촉의 장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말이 국제회의이지, 사실상 남북미 3자가 터놓고 비핵화 협상을 하는 최초의 장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웨덴 만남은 당초 17일이었다고 한다. 최선희는 이에 맞춰 지난 15일 평양에서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렸다. 16일 경 스웨덴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뒤늦게 최 부상과 비건의 회동 움직임을 감지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스웨덴 회동 날짜에 딱 맞춰 워싱턴을 17일 방문한다고 미국 측에 통보하면서 비건 대표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그리고 김 부위원장은 18일 폼페이오 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연쇄 회동에서 "비건의 새로운 협상 카운터파트가 정해졌다"며 동행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의 좌석배치로 볼 때 김 부위원장 바로 옆 중앙에 앉은 박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얘기도 있다.
 
비건은 18일 오후 90분 간의 백악관 회담 이후 호텔로 돌아온 '새 카운터파트'와 따로 3시간 가량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새로운 협상 창구가 발족하는 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다만 이 회담 이후 비건이 왜 굳이 스웨덴으로 향해 최선희와 2박 3일간 산장 회담을 했는지는 미지수다.
 
외교가에선 "이미 스웨덴이나 한국 측과 조율이 끝난 만남을 취소하고 안 가는 건 외교적으로 결례로 생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철 부위원장과도 그 부분은 워싱턴 회동을 통해 어느 정도 양해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김 부위원장의 '새로운 카운터파트' 지목이 김정은 위원장의 진짜 의중이 실린 것인지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라 스웨덴행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비건이 당초 공개됐던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한 것도 이미 끈이 떨어진 최선희와 오래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어쨋든 그동안 실무협상 대표였던 최선희가 물러나고 김 부위원장 측근인사가 협상 대표로 등장한 게 맞다면 '비건-최선희 스웨덴 산중 2박3일'은 말 그대로 첫 만남이 이별여행이 된 셈이다. 그동안 '중매'에 공을 들인 한국 정부도 허탈해질 수 밖에 없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사(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협상 라인 단일화로 북미협상은 가속화될 수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미 협상이 '폼페이오-김영철'. '비건-김혁철(박철)'의 김 부위원장 직계 통전부 라인으로 재편되면서 협상이 보다 효율적이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북미 간의 이견 만큼 복잡한 북한 내부의 갈등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북미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영철에 의해 일격을 당한 최선희 부상 등 외무성 라인이 이대로 주저 앉을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 부상의 부친은 북한의 내각총리를 지낸 최영림으로, 김일성 주석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김일성 훈장까지 받았다. 출신성분이나 그동안의 입지로 볼 때 쉽게 밀려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선 북핵 협상과 2차 정상회담 로지스틱스(구체적 실행계획)을 분리해 통전부와 외무성 라인이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당분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하고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2박3일간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를 방문하고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2박3일간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국무부는 "누가 비건의 새로운 카운터파트냐", "최선희 부상은 앞으로 카운터파트가 아닌 것이냐" 등을 묻는 본지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21일 "비건 대표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새롭게 지명된 (북한 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에 덧붙일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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