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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前 대법원장 구속…'大'자 쓰인 이규진 수첩 결정타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1시 57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이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의 정점이자 그의 혐의가 구속이 불가피한 중범죄라는 데 법원이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은 단순히 누군가의 ‘공범’이 아니라 사법농단이라는 사태를 만든 최초의 ‘지시자’이자 ‘시발점’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이 안 됐다고 하면 어색한 수준이다”고 평했다.
 
곳곳에 양승태 흔적…구속 이끈 ‘스모킹건’ 3가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연합뉴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비롯한 검찰 측도 전날 구속 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범죄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 핵심 행위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후배 판사들이 한 것으로 잘 ‘모른다’거나 그저 보고받은 내용에 기계적으로 결재했을 뿐”이라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재판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주요 범죄 혐의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물증’이 핵심 역할을 했다. 검찰은 상관의 지시를 꼼꼼하게 기록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을 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단은 해당 수첩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사항으로 보이는 곳곳에 한자 ‘大(대)’자 표시가 따로 되어 있을 정도로 내용이 세밀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선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독대하고 대화를 나눈 ‘김앤장 문건’이 제시됐다. 판사 불이익 조치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한 인사 문건도 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중대 범죄를 일으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쟁점된 ‘대법원장 업무 범위’…직권남용 놓고 충돌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쟁점이 된 ‘직권남용죄’ 성립에 대해서도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변호인단은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설령 판사들의 성향을 조사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었어도 이는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최근 법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재판에서 직권남용 혐의 성립에 대해 까다롭게 판단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같은 날 직권남용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서지현 검사 한 명에 대한 인사보복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 전 검사장보다도 수십 명의 법관들을 탄압한 양 전 대법원장의 죄가 훨씬 무겁다는 취지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인사 불이익을 행사한 사례가 수십 가지에 달해 직권남용은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병대는 “증거인멸 가능성 없다”…양승태는 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에 대해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눈에 띈다. 동시에 구속 심사를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선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히 않다며 또 다시 영장을 기각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끝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후배 판사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고, 물증이 수집됐어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일관한 점 등이 증거인멸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다른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앞서 이례적으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후배 판사'들을 언급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지위가 현직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조금의 가능성도 차단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점도 구속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 구속으로 사법부에 대한 무너진 신뢰가 한번에 회복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법원이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엔 충분하다”고 봤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미 여론 앞에서 대법원장은 유죄 심판을 받았는데 기각시 몰려올 후폭풍을 영장 판사가 감당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박사라ㆍ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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