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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의 탈법에 대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문재인

문재인

정부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23일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공정경제추진 전략회의에서 “앞으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30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극 행사”란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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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을 축소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 편취를 해소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경영과 관련해)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자신이 재계와의 접촉을 늘리면서 ‘친기업’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진보진영이 요구하는 재벌개혁 과제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축 전략과 관련해 “정책 변환은 없다”고 못박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3축 가운데 지금까지 그래도 가장 평가가 좋았던 것이 공정경제 분야라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지 속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 적용 무대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3월 주주총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2월 초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일가의 ‘갑질 논란’과 배임·횡령 등의 이유로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간담회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637조원의 자산을 운영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이다. 국내 주식시장에만 108조9000억원을 운영하는 ‘큰손’이다.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과도하게 경영권에 개입할 경우 기업 활동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당 “기업 옥죄는 주주권 행사 … 제한 법안 2월 추진”

 
특히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걱정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이다.
 
또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약하면서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국민연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김성주 공단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이며, 내년 총선 때 공단이 위치한 전주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여 정치적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옥죄겠다는 옥쇄법안”이라며 “먼저 국민연금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워야지 연금사회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 2월 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제한 법안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관료 출신인 추경호 한국당 의원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탈법과 위법을 막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아닌 준법감시인과 법 집행 당국의 역할”이라며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기업 옥죄기를 하다가는 오히려 연금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으로 실행하려 했으나 반대의견이 더 많아 무산됐다.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전체 위원 9명 중 7명이, 한진칼에 대해선 5명이 반대했다. 찬성은 각각 2명, 4명이었다. 수탁자위원회는 재계·노동계 등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에 따라 한진칼·대한항공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은 다음달 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로 넘어갔다. 기금운용위는 이미 지난 16일 회의에서 주주권 행사에 찬성한 상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혔기 때문에 결국 기금운영위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방침이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강태화·이에스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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