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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족쇄 살짝 풀자…돈이 몰렸다

누적 펀딩 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국내에서도 탄생했다. 스타트업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손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시장이 커진 것이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22일 “지난해 펀딩 금액이 전년 대비 113% 성장한 601억원을 달성했다”며 “2016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펀딩 금액이 10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서치 기관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115억2300만 달러(약 13조 400억원)다. 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한해 약 1200억원에 불과하다. 전세계 시장 규모에 비하면 불모지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와디즈의 누적 펀딩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미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란 분석이 나온다. 와디즈의 약진을 보면 규제 완화→원활한 자금 수혈을 통한 스타 업체의 탄생→생태계 확대→추가 규제 완화의 선순환 공식을 엿볼 수 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초기에는 강한 규제를 적용했지만, 핀테크 시장과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에 발맞춰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한 긍정적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규제 푸니 스타 업체 탄생=지난해 4월 10일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개인 투자자가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늘었다. 기존엔 개인투자자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려면 한 업체당 최대 200만원까지, 총 금액이 연간 5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통해 한 업체당 500만원까지, 연간 총 투자 금액이 1000만원까지로 한도가 늘었다. 투자 한도가 늘자 프로젝트에 몰리는 돈이 확 늘면서 ‘스타 업체’가 탄생했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모집한 곳은 ‘수제 자동차’로 알려진 ‘모헤닉 게라지스’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업당 모집 한도인 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시장 수요 증가로 생태계 확대=이런 ‘흥행 대박’을 터트리는 업체가 늘자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투자의 저변이 넓어졌다. 와디즈의 펀딩개설 건수는 2018년 3436건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개설 분야 역시 식음(F&B), 영화, 라이프스타일, 여행·레져, 교육 순으로 다양해졌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가 늘면서 정책 금융 등에 의존하던 기존 신생 업체가 직접 투자자와 만나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 친화적인 형태의 자금 조달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다”며 “자금 조달에 있어 신생 업체의 체질과 혁신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 완화로 날개 달아=생태계가 확대되고 수요가 많아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 1월 15일 추가로 규제가 완화됐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에서 한 업체가 모집할 수 있는 자금의 한도가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아이디어로 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이를 사업화하는 단계에 있어 평균적으로 필요한 금액이 15억원이어서, 한도를 늘리는 제도 개선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은 이런 추가 조치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규제가 풀린 지 하루만인 16일 프로젝트가 개설된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9’ 축제는 하루 만에 8억원 펀딩에 성공했다. 이어 17일 자금 모집에 나선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인 ‘불리오’는 개설 3일 만에 펀딩 금액 1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단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모집 사상 최대 펀딩 금액이다.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역대 신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강 과장은 “현재 중소기업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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