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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첫 위스키, 소주잔엔 마시지 마세요 제발~

기자
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3)
위스키 마시는 사람들의 고민 중 하나가 잔이다. 위스키를 알기 전에는 술만 맛있으면 잔이야 아무렴 어떻겠냐 생각했지만, 다양한 잔으로 위스키를 마시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위스키를 마시는데 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무슨 잔을 쓰는가에 따라 같은 위스키라도 향과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슨 잔이 위스키에 적합할까?
 

다양한 형태의 위스키 잔. 무슨 잔이 좋을까? [사진 김대영]

 
우선, 주둥이가 너무 넓은 잔은 피하자. 주둥이가 넓으면 그만큼 향이 넓은 공간으로 퍼지고 만다. 아무리 강한 향을 가진 위스키라도 코에 닿을 때쯤엔 향이 옅어지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의 위스키 잔은 주둥이 끝이 사람 코 크기만큼 좁아진다. 위스키가 내뿜는 모든 향에 코가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거다. 정말 향이 좋은 위스키는 향만 맡고 있어도 마시는 즐거움보다 클 정도니, 위스키의 향을 결정짓는 주둥이 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위스키의 향을 모아주기 위해 대부분의 위스키 잔은 주둥이가 좁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의 향을 모아주기 위해 대부분의 위스키 잔은 주둥이가 좁다. [사진 김대영]

 
잔의 깊이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잔이 없어 급한 대로 소주잔에 따라 마실 때가 있는데, 소주잔은 너무 얕아서 위스키 향보다 알코올 냄새가 먼저 다가온다. 이 향이 맛에도 관여해서 자칫 위스키가 너무 역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 역한 느낌을 가지면, 위스키에 편견이 생겨 영영 위스키를 멀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 위스키를 접할 땐 너무 얕지 않은 잔을 선택해야 한다.
 
소주잔에 마신 위스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잔에 담긴 술을 다시 병에 옮겨 담고 싶다. [사진 김대영]

소주잔에 마신 위스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잔에 담긴 술을 다시 병에 옮겨 담고 싶다. [사진 김대영]

 
입술에 닿는 면적과 얇기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bar에서 위스키를 한 잔 청해 마시다, 바텐더가 빈 잔을 주며 “절반은 이 잔에 따라 마셔보세요”라고 한 적이 있다. 별생각 없이 절반을 새 잔에 따라서 맛을 비교해봤는데, 둘의 맛이 매우 달랐다.
 
처음 받은 잔에서는 위스키가 부드럽게 넘어갔지만, 향과 맛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새 잔의 위스키는 입에 닿자마자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향을 뿜어냈다. 그 잔은 입술 접촉 면적이 작고 얇았는데, 바텐더는 위스키 개봉 시기, 주질, 알코올 도수 등에 따라 잔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잔으로 마셔본 하나의 위스키. 완전히 다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 김대영]

서로 다른 형태의 잔으로 마셔본 하나의 위스키. 완전히 다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 김대영]

 
디자인도 중요하다. 위스키의 호박색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게 조명에 비친 아름다운 잔이다. 100% 수공예로 만들어 하나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잔도 있는데, 이런 잔에 위스키를 마시면 왠지 더 맛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잔은 파손 우려 때문에 위스키 즐기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처음 만난 바텐더가 고급 잔에 위스키를 따라준다면, 자신의 첫인상이 취해서 잔을 깨트릴 사람 같지는 않다고 봐도 된다.
 
복정동의 작은 bar에서 만난 아름다운 잔. [사진 김대영]

복정동의 작은 bar에서 만난 아름다운 잔. [사진 김대영]

 
가장 위스키 맛을 망치는 잔을 꼽자면 종이컵이다. 위스키는 매우 민감한 술이라 물 한 방울만 떨어트려도 그 맛과 향이 바뀐다. 종이컵에 위스키가 닿는 순간, 종이컵이 녹으면서 종이 맛이 위스키에 배어든다. 배어들기만 하면 다행인데 아예 위스키 맛을 이상하게 바꿔버린다. 불투명해서 위스키를 눈으로 즐길 수도 없다. 그래서 종이컵은 위스키를 마실 때 꼭 피하길 바란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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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