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0)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정체 모습.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22/c298d700-a576-4628-bd8b-903ca74b36df.jpg)
동부간선도로의 교통 정체 모습.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중앙포토]
서울 동북부 중랑천변에 동부간선도로가 있다. 동부간선도로는 의정부로부터 상계동을 거쳐 강남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이 도로는 확장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으나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도로마저 없을 땐 상계동에서 영동대교를 잇는 동1로·동2로가 의정부·상계동 등 서울 북부와 강남이 연결되는 유일한 도로였으니 그 혼잡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출근 시간엔 영동대교에서 군자교 지하차도까지 약 5km 이상 차가 밀리곤 했다. 주말 오후 시간대에 강남에 일이 있어 영동대교를 넘는 데만 한 시간이 더 걸렸다.
동부간선도로, 아직도 공사 중
수년 간의 공사가 끝나고 동부간선도로가 개통돼 잠시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이내 동부간선도로도 상습 정체 도로로 변했다. 동부 간선도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상계동 북쪽과 의정부 쪽에 더 많은 아파트가 세워지고 인구는 더 늘어났다.
게다가 동부간선도로엔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다. 서울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나가는 도로가 하계동 부근에서 3차선에서 2차선으로 한 차선 줄었다. 퇴근시간대에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차량이 이 지점의 병목현상으로 인해 하계동부터 중랑교까지 약 5km나 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심할 때는 군자교까지 10km나 밀렸다.
하계동부터 군자교까지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대규모 주거지를 개발하면서 선후가 바뀌거나 이렇게 도로설계 잘못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극심한 정체 상황이 지속하면서 끝없는 민원이 제기된 후에야 이 지점으로부터 외곽 방향으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그 공사는 10여년 째 진행 중이다.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동부간선도로의 부분 통제 모습.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22/8d495283-6cb8-4945-809d-328c113f89f4.jpg)
동부간선도로의 부분 통제 모습.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공사 중에 도로를 부분 통제하니 정체가 더 극심해지고 위험하다. [중앙포토]
이렇게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도시 개발에서 반복되는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책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계동 일대는 개발되기 전 거대한 평야였고 주거지도 거의 없어 도시 디자인이 자유로운 지역이었다. 정부에서 마음대로 수용해 그림 그리는 대로 도시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도로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개발 초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이렇게 열악한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이 지역 개발에 참여한 인사들은 대부분 도시계획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비단 도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지방의 한 개 군 단위 인구가 5만~6만 명인데 상계동만 해도 25만여 명이 거주한다. 웬만한 군 4~5개 정도의 인구다. 그런데도 도시 자족 기능은 전무하다. 의료, 문화시설도 열악하다.
북한산이나 수락산에 올라가 이 지역을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자족 기능이 전무하므로 대부분 주민이 강남 일대를 포함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고 여기서는 잠만 잔다. 그런 이유로 도로 사정은 더 안 좋아지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전이 확정된 4호선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자리가 도시 기능의 숨통을 터 줄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베드타운에 다행스럽게도 남아있는 이 빈 땅이 망가진 서울 동북부의 도시기능을 보완하고 미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 인프라로 개발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러려면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 사는 주민들이 개발 계획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전문가들이 충분히 이해한 후 개발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3기 신도시, 자족 기능 갖춰야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신도시의 자족 기능이 간과된 채 아파트 숫자만 늘릴 경우 서울은 더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 중심부와 강남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임현동 기자
최근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대부분 서울 외곽에 붙어있다. 전국적으로 빈집이 자꾸 증가하는데 수도권은 더 비대해지고 더 집중화돼 간다. 이번 신도시 또한 그 자족 기능이 간과된 채 아파트 숫자만 늘릴 경우 서울은 더 열악한 교통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서울 중심부와 강남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의 서울은 도시 인프라 편중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
오랜 세월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는 인구 분산 정책인 귀농·귀촌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 같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에 대한 대책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화 시대의 도시 집중화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인구 도시 집중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특히 수도권은 기형적으로 더 비대해질 것이다. 도시 인프라가 균형 있게 재편되어야 하는 이유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